결제완료의 흔적.......

요즘 온라인 쇼핑이 매우 쉽군요. 그게 그냥 물건너도 아니고, 대륙 반대 저편 끝쪽, 대륙봉쇄령에 실패했던 그 땅 영국인데도 말입니다.

 

영국에서의 온라인 쇼핑은 썩 즐거운 기억이 없습니다. 10번의 즐거운 기억이 있어도 한 번의 나쁜 기억이 있다면 확 덮어버리는데, 덴비의 온라인 쇼핑이 거절당했던 그 기억 이후로 영국 쇼핑은 가능한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홍차는 어쩔 수 없네요.

 

이번의 홍차 주문은 반쯤 시험입니다. 가격 보면 아시겠지만 홍차 총 가격은 15파운드를 조금 안됩니다. 그리고 영국 내 배송료 포함하여 18파운드하고 조금 더 결제했지요. 그 홍차들은 배송대행지로 들어갈 예정이고, 배송대행지 들어가면 다시 추가 배송료가 붙을 예정인데.

국제배송을 받을랬더니 30파운드를 지불하랍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도 이건 좀 심한 수준이라, 일단 배송대행지로 돌렸습니다.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무겁다면 몰라도, 아니라면 더 적게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배대지는 적어도 배송추적이 되니, 언제쯤 국제 우편이 올지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게 다 홍차 가격이 어마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향홍차는 트와이닝 얼그레이를 가장 위에 올려 놓는데, 마지막 캔이 지금 반 정도 남았습니다. 100g 틴이니 50g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고, 그 사이에 루피시아의 다테이치고를 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테이치고가 루피시아 온라인스토어에서 품절 상태고, 입고될 때까지는 버틸 예정입니다. 그리고 딸기향의 다테이치고는 베르가못의 얼그레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넉넉히, 100g은 넘게 남아 있는 로열블렌드도 마찬가지고요. 입의 호사를 위해 지갑이 고생하는 셈입니다.

 

 

갑자기 차 이야기를 꺼낸 건, 본가에서 재택 근무하면 차 마실 일이 별로 없지만, 자취방에 돌아오면 차를 신나게 퍼 마셔서 그렇습니다. 커피 카페인이 아닌 뭔가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밀크티 제조에 들어가거든요. 대강 우려도 우유를 부으면 떫은 맛이 중화되니까 부담없이 마십니다. 그렇다보니 차 소비량이 꽤 늘어요. 그런데 설 연휴, 차 안 마시는 동안에 트위터 타임라인에 잠시 차 이야기가 돌더니, 차 정론파와 광의파가 다투기 시작합니다. 차나무의 잎만 차인가, 아니면 유자차와 커피 등을 포함해 식물을 우린 것은 모두 차인가.

 

https://twitter.com/yinzhen2017/status/1360854945847676928?s=20

 

이소 on Twitter

“저는 이제 차문화가 뭔지도 모르겠고... 많이 마시면 차문화가 발전한 것인가... 다양한 종류의 차를 접할 수 있으면 차문화가 발전한 것인가... 차를 우리는 일정한 규칙이 발달하면 차문화가

twitter.com

 

논의의 시작이었던 타래는 사라졌지만 이어진 논의의 흔적은 남았습니다.

 

 

그리고 급진주의자도 등장합니다. "식물을 물에 우려먹는 걸 차라고 한다면 콩나물국밥도 큰 범주의 차가 아닌가 하는 진지한 고민은 있습니다."

 

https://twitter.com/D0950und/status/1361118848674488325?s=20

 

솔개솔 (DogSound) on Twitter

“식물을 물에 우려먹는걸 차라고 한다면 콩나물국밥도 큰 범주의 차가 아닌가 하는 진지한 고민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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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타래에는, 콩나물국밥이 어찌 차가 될 수 있는가!와 그에 대한 논박이 이어집니다. 이야아. 매우 재미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콩나물국밥도 차로 마시면 차입니다." 콩나물국밥보다는 콩나물국이 차라는 의미에 가깝지만, 거기에 밥을 말면 타래에 등장한 대로 오차즈케가 됩니다. 마시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겁니다. 허허허허허.

 

 

https://twitter.com/lazysnowdark/status/1361148531482927113?s=20

 

№·⁴🏝 on Twitter

“준비과정질서재료혼돈... https://t.co/bTwEHtTc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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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맥앤치즈도 차라는 건 아닙니다. 쌀국수는 차가 아니고, 쌀국수의 국물을 채소로 우려낸다면 차가 될 수 있습니다. 콩나물국 이야기에서 빼먹었는데, 멸치로 우리면 차가 아니라 국, 그러니까 식물성 재료로 끓여낸 콩나물국이면 차라고 생각... 이야기가 왜 여기까지 흘렀나요. 하여간 동물성재료를 우린 건 좀 느낌이 다릅니다. 우유까지는 허용하지만 그 외의 동물성재료를 끓여서 그걸 차라고 부르는 데는 거리감이 있어요. 우유는 액체의 대용으로 사용되는 거라 보기 때문.

 

 

어쨌건. 오늘은 잊지말고 경건하게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겠습니다. 홍차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전에 통장을 잘 정비해야 월급날까지 버틸 수 있어요.

 

 

 

덧붙임.

오늘 KBS2TV에 나온 어떤 아저씨가, '요즘 대졸 초임이 270~80인데~'라며 월급관리 운운하는 걸 보고 조용히 채널을 돌렸습니다. 제 월급명세서와 매우 다른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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