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헬가님의 생신날입니다. 그리하여 경험치파편 모아 놓았다가, 지난주부터 대기중이었던 암속성 헬가와 불속성 헬가를 마저 만렙으로 만들어두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벨리스크 정복하기에는 아직 약하시군요. 물 헬가님은 오랫동안 함께한 덕에 매우, 매우 능력이 출중하시니 더 그렇게 느끼나봅니다. 옷도 풀착장에, 로드를 옆에서 지켜주시고 계시니 더더욱 좋습.....

 

 

어제의 세이시로 분노글을 이어서.

『동경바빌론』이나 『X(엑스)』나 다시 볼 용기는 없습니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 시점에서,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히 해둡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일 수 없는 이야기인데다, 지금까지의 클램프 작품을 되짚어 보면 절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성전』과 같은 해피엔딩을 낼 수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행복한 결말이 된다면,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를 4년 겪고 와서 『X』를 들여다보면 리셋이 아니라 서버초기화 밖에 답이 없습니다. 엊그제 『스토리텔러』를 읽고 온 자국이 이런 곳에서 남는군요.

『Wish』의 결말처럼 『X』도 다른 세계선에서 알콩달콩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 세계선에서는 등장인물 모두가 파멸, 아니 사망하는 답밖에 안나옵니다. 지구를 지키는 쪽은 인류에게는 악한 존재들이며, 인류를 지키는 쪽은 지구에게는 악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 그냥 인류와 지구가 다함께 서버를 초기화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저울이 맞습니다. 제가 본 『X』는 그렇습니다.

인간과 사람을 지구의 어떤 생물과도 같이 보고, 생물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자비나 사랑과 측은지심 같은 감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이시로는 다음 편이 어떻게 나오든 구제하면 안되고요. 백작 카인 시리즈의 리브는 그래도 몇 가지 봐줄 조건이 있었지만, 세이시로는 그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사쿠라즈카 모리 자체가 악의 집단이니, 행복한-선의 결말을 내려면 세이시로도 사라져야 맞습니다. 세이시로와 해피엔딩은 둘 중 하나만 선택 가능한 양면의 동전입니다. 둘 다 선택하면 캐릭터 붕괴-등장인물의 성격조형이 무너집니다.

 

 

이번 TV 애니메이션에 분노하는 이유도 세이시로라는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외형이라서 일겁니다. 어깨가 넓어 廣공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어깨가 넓고, 그래서 어른스러우며 믿음직한 분위기를 줍니다. 그런 외형에 성격도 다정다감하며 배려심도 넘치고 유머러스합니다. 그런 완벽한 인간이 안경만 벗으면 광기가 번득이니, 그 괴리감에서 오는 두려움이 독자를 끌고 갈 수 있었고요. 같은 인물이라는데 반대속성만 잔뜩 갖다 놓으면 누가 보나요.

 

차라리 아예 배경을 2021년으로 바꿔 끌고 가려면 원작의 설정만 들고 오거나, 그 뒷 이야기라고 하는 쪽이 나았을 겁니다. 그 앞 이야기나 바로 후속이라고 하기엔, 스바루 나이가 있으니까요. 광고영상 속의 스바루는 청소년으로 보입니다. 원작에서의 스바루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세이시로를 만나고, 10년 뒤에 재회합니다. 고등학생인 스바루 나이를 생각하면 원작이나, 이번의 애니메이션이나 나이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차라리 반전은 빼고, 처음부터 세이시로는 악의 편, 스바루는 선한 편으로 나눠 대립시키는 구도라면 ... 원작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을 테고. 하하하. 하지만 욕 덜 먹으려면 아예 다르게 가는 쪽이 나을 겁니다. 아니면, 원작의 후계자들이라고 뻥치고 들어가거나요.

그러니까,

"나는 스바루 님을 롤모델 삼아 열심히 뛸거야!"라는 열혈 꼬마라면 차라리... 차라리 낫습니다. 크흑. 갸가 스바루라고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ㅠ_ㅠ

 

 

 

스바루와 세이시로의 관계성이 완전히 무너진뒤, 클램프는 『X』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봅니다. 스바루에게 카무이를 붙여주거든요. 이 때 이모노야마 노코루는 이사장직을 큰 누님에게서 받은 뒤고, 카무이는 아직 학생이며, 스바루는 대학생인가 대학원생인가 그랬을 겁니다. 다시 찾아볼 엄두는 나지 않으니 덮어두지만, 스바루는 카무이의 지주 역할을 맡아줍니다.

『츠바사』에서 이 둘이 쌍둥이로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츠바사』에서는 세이시로가 샤오랑의 스승으로, 흡혈귀 쌍둥이를 쫓아다니는 질나쁜 헌터로 등장합니다. 후마는 세이시로의 동생이며, 스바루의 쌍둥이인 카무이를 쫓아다닙니다. 본편이 아니고 아예 다른 세계다보니 대놓고 커플을 만들었지요. 다만 이 편에서 카무이와 스바루의 형제 모습은 매우 잘 어울립니다. 호쿠토가 없는 세계라 해도 가능하구나 싶은 정도로. 그래서 후마와 세이시로는 둘둘 말아 폐기처분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니 『츠바사』에서의 그 편결말은 취향이 아니었지만.

 

『츠바사』를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가끔 들여다보는 이유는 옛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코루가 토모요와 소꿉친구로 둘이 사이가 좋다는 어느 편 이야기나, 이글과 란티스의 모습을 오토잠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어느 편이나, 아수라왕과 야차왕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어느 편이나. CLAMP in Wonderland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도, 아예 본인들이 공식 만화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 원래 이 글 왜 쓰려고 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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