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많으면 지네, 가방이 많으면 천수관음.

신발이나 가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저장창고(...)를 보면서 자조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지네와 천수관음이었지요. 그걸 살짝 비틀어서 어느 분은 혼자 사는 여성의 천수관음에는 집안수리용 전동공구까지 포함한 만능팔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걸 담은 그림도 있었는데, 그러한데.... 트위터의 조나단님 그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가끔 제 찬장을 들여다보며, 나도 천수관음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찻잔의 수 때문이지요. 이전에 '찻잔은 꾸준히 사용해야 깨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찻잔도 소모품으로 생각해서 잘 쓰고 잘 폐기해야 겠더랍니다. 그리하여 소모된 머그는 모두 다 분리수거 하고, 안 쓰는 찻잔들은 정리 ..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숨겨두었던 머그들을 모두 다 꺼내보니 양이 매우 많습니다. 아니, 개봉하지 않은 컵과 머그는 또 빼고요. 그러고도 개봉한 그릇만 꺼내도 한 단을 통째로 차지하는 정도라 반성했습니다. 방출을 하든, 멀리 보내든, 안 쓸 제품은 사지 않든 무슨 방법을 찾아야겠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지름신입니다. 마음이 혹해서, 아니면 '내가 아니면 누가 이걸 사주랴'라는 심정으로 구입하다보면 사고를 칩니다. 지금 그렇게 구입한 그릇이 여럿이니,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고이 방출해야 옳습니다. 그래야 찬장이 빕니다. 아니, 안 쓸 그릇을 보관만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래도 저기 사진 찍힌 찻잔들은 미련이 많아 버리지 못할 겁니다. 맨 왼쪽의 덴비 교토는 손에 착 감겨서, 그 옆의 노리다케 에바는 에바기 때문에 방출을 못합니다. 그 앞서 선물로 받은 웨지우드 오베론도 버릴 수 있을리 없지요. 게다가 아직 본가에 남아 있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 그릇들을 들고 와야 버릴 것과 아닐 것은 나누겠지요. 그러니 책은 이제 적당히 챙겨오고, 상자에 담겨 있는 그릇들을 꺼내야 합니다. 진짜, 레어템으로 구한 한정 머그들은 어쩌죠. 으흐흐흑. 그거 버릴 수도 없고.;ㅂ; 쓰자니 아깝기도 하고.;ㅂ; 사랑을 듬뿍 받아 모았던 컵들인데 쓰임새는 또 낮으니까요.

 

 

 

덴비 베로니카도 가져다 놓긴 했지만 소서는 아직 본가에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고요, 이번 주에 서랍 꺼내서 좀 챙겨와야겠습니다.

 

 

그러니 이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겁니다. 아마도 피규어 마지막 한 상자, 구관 물품까지 하나 하나 다 챙겨야 이사가 끝나겠지요. 어제도 퇴근해서 바로 늘어졌는데, 잊지말고 마저 열심히 정리하겠습니다. 그래야 일이 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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