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올린 사진이 너무 엉망이라 다시 찍어보았습니다.

 

 

자아. 어제 올린 짤막 감상은 그야말로 짤막감상이라 내용 폭로할 건덕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올리는 감상기는 조금 다릅니다. 후기에 올라온 이야기를 포함해, 내용 폭로 요소가 상당히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저는 가능한 말을 삼가려 하지만 그 작은 정보로도 재미가 떨어졌다 하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 어떤 정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미리 알고 보면 재미없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건너 뛰세요.'ㅂ'

 

 

아참, 잊지말고 앞에서 언급해둡니다. 표제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원서의 표제작과 번역서의 표제작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눈물점은 첫 번째 이야기, 원서는 맨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미야베월드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번역제목을 짧게 두기 때문인가 싶네요.

 

 

『금빛 눈의 고양이』 내용이 어땠는지 홀랑 잊고 보다보니, 첫 머리에서 흑백의 방 주인이 바뀐 걸 알고는 기겁했습니다. 하지만 몇 장 읽지 않아서 적응이 되더군요. 오치카는 효탄코도에 시집갔고, 그래서 괴담을 듣는 일은 사촌오라비인 도미지로에게 넘어왔습니다. 인간부적인 오카쓰도 있으니 도미지로는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덥석 받아 들였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오치카의 옆에서, 다른 이들 모르게 지키고 있었을 때는 괜찮아 보였지만 막상 괴담지기가 되고 나니 쉽지 않습니다. 오치카가 없을뿐, 듣고 버리는 일은 동일하다 생각했는데, 그 괴담을 이겨낼 배짱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도미지로도 자각은 합니다. 자신이 괴담지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딸린 식솔이 없기 때문이라고요. 서민이지만 재산은 넉넉하고 부모님도 크게 건강에 문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기도 했지만 일배우러 다녔던 터라 어려움은 겪지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살다가 괜찮게 살게 된 집안의 차남. 집안을 이을 필요도 없고 결혼 이야기도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기회가 되면 할지 모르지만 아직은 그런 생각도 없습니다. 건강 문제로 앞서 했던 일을 그만두고 가업에 일손을 보태고 있지만 전업으로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 한량이니 흑백의 방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요.

 

 

처음에는 듣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미지로의 첫 번째 이야기나 두 번째 이야기 모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괴담. 기이하면서도 괴이하고, 그래서 무서우며 또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두꺼비 할배가 적절히 잡아준 덕에 마수걸이라 해도 이상치 않을만큼 평온하게 넘어갔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야기의 마무리에서 터진 사건은, 도미지로가 일종의 자학을 할 정도로 쉽지 않았습니다. 읽다보면 각 이야기는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오치카는 숙부 부부에게 이야기를 간략히 하여 내려 놓았지만 도미지로는 그림으로 그려내어 풀다보니 털어낼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고생합니다. 마음에 쏙 드는, 하지만 기담과 괴담의 마무리로 어울리는 그림 한 장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콘티가 필요합니다. ... 미시마야가 넉넉한 살림이라 다행입니다. 흑백의 방에 올릴 과자도 그렇고, 이런 데 쓸 종이도 문제 없이 구할 수 있으니까요.

 

 

첫 번째 이야기는 후기에도 나오지만 도미지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앞서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지요. 아니, 오치카가 들을 때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오치카가 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더랍니다. 같이 공감하면서 같이 울면서 들었을까요. 아니면, 도미지로의 어설픈 위로와 설명이 더 잘 어울렸을까요. 도미지로에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원래 흑백의 방에서 자주 나오던 이야기는 이런 쪽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이야기는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습니다. 그렇지만 죽음의 무게를 담은 건 이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상실을 말하는 건 더더욱. 그래서 결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그래요, 괜찮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흑백의 방에서 나온 이야기 중 가장 깁니다. 괴담 자체보다는 괴담 앞 뒤에 얽힌 여러 이야기가 포인트입니다. 미미여사 이야기 중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나온 소재가 아닐까 싶군요. 에도는 막부의 도시다보니 더더욱 막부가 금하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읽다보면 이게 까인가? 빠인가? 아니면 뭔가? 싶지만 차츰 진정이 됩니다. 요要는, 인간입니다. 사상이나 생각이나 종교나 그 무엇이나. 인간이 곡해하면 그 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저렇게 비치겠다 싶으면서도, 그걸 제멋대로 곡해하고 원망하게 되면 결국 원령이 되는구나 싶다니까요. 물론 악한 이들도 있고, 어떻게 보면 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결국 마가 씌었던 겁니다. 덕분에 그 집안 사람들은 돌아온 탕아를, 건강은 완전히 무너졌을 지라도 그 아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재미있네요. 그래서 읽고 나면, 다른 시리즈들이 그랬듯 첫 번째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다시 읽고 싶습니다. .. 하지만 저는 공간 부족을 문제로 방출했으니, 다시 1권부터 구입해 들여 놓을까 고민중입니다. 그러기에는 서가가 많이 부족한데, 어쩌죠.

 

 

 

미야베 미유키. 『눈물점』,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20,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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