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3단으로 접어 쌓아 올렸는데, 그러면 수건의 숨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돌돌 말기로 바꿨습니다. 수건의 폭신폭신하고 몽실몽실한 감촉을 오래 즐기려면 쌓으면 안된다나요. 하기야 수건은 세탁 횟수와 보관 등등이 뽀송뽀송함에 큰 영향을 주니까요. 잘 관리해야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수건들도 잘 세탁해 두었는데, 이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정리하다가 빨아두었던 데다, 내내 장마 기간이다보니 말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햇살도 안 드니 뽀송뽀송 말리는 건 생각도 못합니다. 어쩔까 하다가, 어머니에게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빨래 건조대 옆에 제습기를 틀어 두면 된다네요. 그건 미처 생각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어차피 작은 방은 잘 때만 쓰니까 제습기를 돌려둘 필요가 있다 싶어서, 옷방 문을 열어두고, 베란다창문은 닫아두고, 안에 건조대를 넣어두고는 제습기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출근했지요. 아침 일찍 출근하다보니 제습기는 약 12시간 가까이 일했습니다.

그 노고를 잊지 않을 겁니다. 제습기는 우유팩 하나 정도의 물을 품고 있었고, 수건은 뽀송뽀송 말라 있었습니다. 수고했다, 제습기여!

 

 

덕분에 수건을 개서 장에 넣어두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돌돌 말다보니, 평소 마는 것처럼 끝부분을 안으로 밀어 넣고 말면 얼굴이 안 보이겠더라고요. 그래서 얼굴이 나오도록, 신경써서 수건 네 장을 말았습니다. 크흡. 저렇게 나란히 보관하니 정말 행복하네요. 회색빛 장에 들어가니 화사한 라이언과 죠르디의 얼굴이 눈에 더 들어옵니다. 화사한 수건은 회색 수건보다 수명이 짧지만, 그래도 저런 화사한 얼굴을 보여주면 기분이 또 좋으니까요. 밝은 색의 수건은 그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한 겁니다.

그래서 죠르디와 라이언 수건의 추가 구매를 두고 진지하게 고심중입니다. 저정도로 잘 어울릴 줄은 저도 생각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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