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저녁식사였을 겁니다. 왼쪽의 컵은 아무리 봐도 커피는 아닐 것으로 추정되고, 거품이 있다면 커피가 아니라 맥주일 겁니다. 최근에 마신 검은색의 맥주는 아마도 광화문. 다른 맥주는 다 색이 호박색 정도로 밝았으니까요.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저 떡볶이의 잔해는, 아마도 주문해 먹었던 어느 떡볶이 시리즈 중 하날 겁니다. 최근 두 주 정도는 닭갈비 국물 떡볶이에 맛이 들려서 먹고 있지만, 그 전에는 컬리에 올라온 신작 떡볶이를 하나하나 시험해 보고 있었으니까요. 쫄면 사리에 양배추와 깻잎까지 따로 포장되어 있었던 패키지였다고 기억합니다. 정확히 어디 제품인지는 저도 헷갈리네요.

 

사진 찍어 놓고 한참 뒤에 올리다보니 내용을 자주 잊습니다. 이번도 그렇고요. 다만, 이 떡볶이는 그래도 강렬한 기억이 몇 남아 있습니다. 매웠어요. 눈물 줄줄 흘리며 먹을 정도로 매웠습니다.

 

제 매운맛의 역치값이 매우 낮긴 합니다. 신라면도 꽤 맵다고 느낄 정도니까요. 진라면 매운맛도 맵다고 느낄 때가 있고, 매운 음식은 원체 즐기질 않습니다. 가끔 매운 맛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또 겨자 매운 맛이나 타바스코의 매운맛, 고추냉이-와사비의 매운맛은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네요. 해물찜 계통의 매운맛은 뜨겁고 강렬하게 혀를 자극하는 매운 맛이라 이중 공격으로 받아들여 못 먹나 싶습니다. 피자나 파스타에 쳐 먹는 타바스코는 혀의 가장자리를 살포시 자극하는 맛이고, 겨자나 고추냉이는 코를 찌르고 눈물 내는 맛이어도 혀를 괴롭히지는 않으니까요.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썩 즐기지 않나봅니다.

 

하여간 저 떡볶이는 먹으면서도 맵다며 훌쩍 거릴 정도라 재주문 목록에서는 빠졌습니다. 손질한 채소팩이 있어서 다른 떡볶이 보다는 재료 종류가 많지만 소스가 취향에 안 맞았지요. 조금 아쉽지만 .. 이사가면 식생활도 더 나아질거라고 우겨봅니다. 집을 옮기면 모든 것이 해소되지는 않더라도 약간은 해소되지 않을까요. 바닥에 쌓인 책들도 서가에 꽂힐테고, 저장할 곳이 없어 쌓여 있던 알라딘 사은품들도 제자리를 찾겠지요.

조금 만 더 기다리면 됩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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