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강원도지사의 감자팔이에 이은 아스파라거스 팔이였습니다. 그 때문에 트위터에는 또 다시 아스파라거스 구입 광풍이 불었고, 애초에 티켓팅에는 조예가 없는지라 선착순 판매는 포기하고 다른 판매처를 찾았습니다. 저보다는 G의 옆구리를 퍽퍽퍽 찔러 구매를 시작했던건, 아스파라거스 같은 서양 출신 식재료는 G가 더 잘 해먹기 때문입니다. 아니, 뭐, 한국 출신 식재료든 동양 출신 식재료든 뭐든, 요즘에는 집에서 뭘 해먹는 일이 드무니까요. 그래서 G 옆구리 찌르면 알아서 구입하겠지 싶어 시작한 겁니다.

 

찾아보니 네이머 스마트스토어에 여러 가게들이 들어와 있더군요. 그 중 양구쪽 농가를 찾아서 주문했습니다. 물론 검색하고 주문하고 하는 건 모두 G에게 떠넘겼습니다. 제가 한 일은? 도착한 아스파라거스를 잘 받아뒀습니다. 흠흠흠.

 

 

 

아스파라거스 굵기에 따라 소, 중, 대의 세 종류가 있습니다. 무게를 달아 보내주다보니 가는 아스파라거스는 수량이 많고, 굵은 쪽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아스파라거스 굵기 비교 사진에 모나미 153이 올라와 있더군요. 가장 가는 아스파라거스의 굵기가 볼펜대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제가 주문한게 아니라 헷갈려서 확인해봤더니, 대는 품절이었고 소와 중이 있어서 각각 1kg 씩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스파라거스의 사진으로 끗.

 

안 해먹는다고 해놓고는 주말에 어머니가 만든 아스파라거스 반찬과 요리를 넙죽 받아 먹고는, 남은 걸 들고 왔습니다. 마늘쫑 볶듯이 간장과 마늘 양념으로 볶았는데, 그렇게 먹어도 맛있더군요. 거기에 닭다리살을 쓴 닭고기 아스파라거스 조림도 맛있습니다. 아니... 아스파라거스의 단맛에 닭고기가 어우러지니 젓가락이 안 멈춥니다.

 

그래도 자취방에서 뭔가 따로 해먹기는 번거로워서 안 먹으려 했다가, 오래 두면 다른 나물들이 흔히 그러듯 맛없진다는 경고를 수차례 들었던 지라, 저녁에 꺼내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프라이팬에 찌듯이 살짝 볶았습니다. 안 자르고 그냥 하려다가 프라이팬이 작아서 중간 한 번만 잘랐습니다. 그리고 살짝 물 붓고 뚜껑 덮어서 그대로 가열.

 

음.

맛이 어땠냐면 말입니다. 채소보다 고기를 주장하는 저지만, 그래서 고기를 더 찾아먹는 저지만, 아스파라거스의 맛은 진짜 저를 홀리더라고요. 원래는 저기에 머스터드나 맥주를 곁들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둘 집어 먹다보니 냉장고에서 뭔가 꺼낼 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한 접시를 홀랑 비우게 되더군요. 다 먹고 나서는 한 상자 더 구입해야하나 고민했습니다.

 

굳이 맛이나 식감 비교를 하자면, 깍지콩과 비슷합니다. 가끔 일본 여행 갔을 때 여기저기 섞여 나왔던, 야들야들하고 아삭아삭 혹은 아작아작한 식감인 그 깍지콩 말입니다. 살짝 풋내가 나는 듯하지만 그게 또 매력인, 씹는 맛이 있는 채소지요. 어떻게 보면 완두콩 같기도 하고요. 하여간 그런 풋내와 단맛이 동시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두릅 줄기부분의 씹는 맛과도 닮았습니다. 향이야 두릅이 훨씬 강하지만, 단맛은 아스파라거스가 더합니다. 봄의 맛이 이런 느낌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소스 찍어 먹을 생각도 안하고 앉은 자리에서 한 접시를 다 비웠던 겁니다. .. 그리고는 지금 더 주문할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고요. 크흑. 그러니 다들 봄을 맛보세요. 2kg에 3만원이면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부담갖지 말고 시도하세요. 외국채소지만 그런 장벽따위는 무시할 정도로 맛있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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