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의 녁이 역삼역에 분점 냈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모이는 곳이 강북이라, 남녘의 녁은 갈 일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아예 날잡고 녁에서 식사 약속을 잡았습니다. 네이버 예약으로 미리 예약도 가능한데, 점심 시간에는 이미 예약이 차서 바 자리만 남았다더군요. 방문만 할 수 있다면 바 자리도 좋습니다.

다만 골목길 한참 안쪽, 주택가에 아무런 이정표 없이 있는 곳이라, 길치와 방향치에게는 매우 어려운 장소입니다..... 일행이 여기 찾아오는데 30분을 헤매더군요. 흑흑흑. 다음부터는 그냥 지하철 역에서 픽업하겠사옵니다.

 

 

 

메뉴가 을지로와 같은 듯 다릅니다. 특히 맥주가... 없습니다. 와인만 있다더군요. 감기 걱정도 있어 일단 얌전히 음료는 물립니다. 그리고 한참 머리 맞대고 고민한 메뉴를 주문합니다. 고민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장은 점점 작아지고, 먹을 입은 둘이며, 녁의 음식은 저희 기준에서 1인분이 살짝 넘으니 양껏 시키는 건 무리입니다. 위장에게도 무리고, 남겨야 하는 음식들에게 정말 미안할 노릇이지요. 위장 단련해서 방문하기보다는 그냥 인원을 늘리는 쪽이 나을 겁니다.

 

하여간 한참 고심해서 주문한 메뉴들입니다.

 

 

샐러드로, 메인은 토마토입니다. 토마토도 아마 절인듯한데, 이게 ... 예전에 을지로에서 봉봉이의 토마토들을 맞이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위의 과자는 달달한 헤이즐넛 과자고요. 그러니까 을지로의 디저트로도 있었던 헤이즐넛 치즈케이크의 그 바닥과 비슷한 맛입니다. 근데 정말로, 저 토마토 맛은 감동입니다. 진한 과즙이 철철 흘러 넘쳐 입안을 자극하는데, 눈물 납니다. 정말로.

 

 

이쪽은 새우와 옥수수뇨끼. 뇨끼인데 감자가 아니라 옥수수랍니다. 거기에 치즈소스, 그리고 새우.

위의 쌉쌀한 풀은 치커리인가 싶습니다. 여튼 입맛 씻는데는 이런 쌉쌀한 맛도 좋아요. 거기에 통통한 새우와, 새우향을 폴폴 풍기는 진한 치즈소스를 옥수수뇨끼로 닥닥 긁어서 한입에 밀어 넣으면 .... 아으으으으으으으! 대낮부터 술이 당깁니다. 술을 부르는 메뉴입니다, 정말로. 지금 생각하면 맥주보다는 와인이 잘 어울릴 맛이네요. 새우야 두말할 필요 없고, 뇨끼나 소스나 진한 맛이다보니 드라이한 와인이랑 잘 어울릴겁니다.

 

 

 

 

이쪽은 크림소스 라자냐. 가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이쪽도 두말할 필요 없이 맛있습니다. 아니 근데, 절절하게 옥수수뇨끼의 맛을 묘사하다보니 이게 무슨 맛인지 살짝 기억이 휘발되었습니다. 하여간 이것도 지지않을 만큼 맛있습니다. 뇨끼가 간간하다보니, 전 이 라자냐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아니, 뭐, 기억은 휘발되었지만, 아마도.

 

 

 

 

디저트는 한 종류입니다. 흑미젤라토. 쌀젤라토는 그닥 취향이 아니라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받아보고 기암했습니다. 중간중간 짜놓은 건 밤크림. 그리고 해면처럼 보이는 건 빵입니다. 콩가루 묻힌 빵. 아니, 떡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식감이 쫀득합니다. 거기에 고구마가 있었어요. 사진상으로는, 크림 짜놓은 것이 밤크림이고,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덩어리가 고구마떡이었나..하여간 이것도 식감이나 맛이 독특합니다. 서양의 맛이 아니어요. 군고구마 같은데 뭔가 과정을 거친...... 아니, 먹고 바로 썼어야 했는데 멘탈 부서질 일이 좀 있어서 이렇사옵니다. 뭐, 그런 거죠 다... (먼산)

 

 

을지로 녁을 다니셨던 분이라도, 역삼 녁은 방문할만 합니다. 메뉴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요. 같은 메뉴도 몇 있지만 이쪽도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입이 매우 호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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