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의 묘미는 간식입니다. 자주 다니는 모임에서 빵 여행 이야기가 잠시 나왔는데, 삿포로에서 빵 맛있는 집은 딱히 떠오르지 않더랍니다. 우유와 버터를 포함한 유제품이 맛있어서 간식은 맛있지만, 빵은 딱히 맛있다는 집이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숙소의 조식 뷔페에서도 달걀과 우유, 감자 등의 뿌리채소류는 반드시 집었지만 빵은 손도 안댔습니다.

 

그러하니 여기서 맛있는 간식은 진짜로 간식間食이거나 후식後食, 디저트를 가리키는 겁니다.

 

 

 

키노토야의 푸딩은 눈물날 정도의 맛이며, 치즈타르트는 경탄할만한 맛입니다. 색이 흐린쪽이 블루베리, 진한 것이 베이직 치즈타르트입니다. 타르트는 둘다 맛있지만, 푸딩은 우유병 모양의 파랑 스티커 푸딩, 극상 우유푸딩이 더 좋습니다. 치즈 푸딩은 손 안댔지만 그걸 먹는다 해도 아마, 쌉쌀함과 달달함이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극상 우유푸딩의 손을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향 문제예요.

 

 

아. 이건 간식이나 후식이 아니라 본식입니다. 물론 가운데의 푸푸푸, 삼푸(三ぷ)세트는 후식이지만 그 옆의 가츠샌드와, 그 뒤의 초밥세트는 본식입니다. 이날 점심을 위해 하나마루 스시에서 일부러 포장해왔거든요. 12시 직전이라 하나마루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심지어 먹고 가려면 대기가 2시간이라 하던데, 포장을 부탁하니 15분 기다리라 하더랍니다. 그리하여 덥석 숙소로 들고 들어왔지요. 그리고 오는 길에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갔다가 마이센의 가츠샌드를 보고는, 새우랑 돈가스랑 반반 섞은 믹스샌드를 한 팩 집었습니다. 사실 이거 하나만으로도 평소 점심 끼니로 충분하지요. 하지만 이날의 저는 좀 폭주했습니다. 하하하하.

 

여행의 묘미는 역시 폭식(!)이지요. .. 위장이 안 좋다고 투덜대면서도 맛있는 걸 눈 앞에 놓으니 못 참겠더랍니다.

 

 

 

사진첩을 뒤지다보니, 지난번에 올린 그 아베양계장의 진열장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마 첫날부터 가보고 싶은 곳으로 찍어뒀나보네요. 사진에 보이는 건 푸딩이 아니라 달걀입니다. 시모가와 로쿠마루라고 읽고, 한자로는 下川育O이라 쓸겁니다. 아니, 맨 마지막의 동그라미는 한자가 아니라 알파벳 O입니다. 원래대로라면 기호인 ○를 쓰는 쪽이 맞을지도요? 동그라미, 원을 그려놓고 마루라고 읽나봅니다. 지금 메뉴판 보고 알았는데, 푸딩 종류가 넷이었군요. 히라가나로 썼지만 에그 푸딩, 홋카이도 치즈 푸딩, 하얀 커피 푸딩, 기간인지 지역인지 한정으로 말차 팥푸딩을 넣었습니다. 개당 420엔.

 

 

 

 

여행선물 쇼핑을 할 때는 한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눈에 보일 때 사야한다는 겁니다. 미루고 나중에 사겠다고 하거나, 공항에서 면세로 사면 된다고 안 사면 못삽니다. 공항에는 없는 상품일 가능성이 있으며, 쇼핑하다가 짐이 늘어서 부치기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 오른쪽의 네모 세모 동그라미는 신치토세공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친절한 안내를 붙였더군요.

왼쪽 사진에 나온 것들도 맛있습니다. 저 캐러멜도 맛있고... 아. 왼쪽 상단에 보이는 마루세이버터샌드포장지는 마루세이버터샌드, 그러니까 간식이 아닙니다. 버터예요. 마루세이버터라고 하더군요. 저거 한 팩에 500엔이던가. 가격 자체는 한국의 버터 가격을 생각해도 비싼 편이 아닙니다. 홋카이도 버터의 질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G에게 물었더니 나중에 직접 구입하겠다고 답하더군요. .. 근데 버터도 반입 가능하던가요. 이거 축산물 아닌가..?

 

 

 

그리하여 저기서 신나게 쇼핑한 것들. 호지차는 G의 몫이고, 왼쪽의 커피는 드립용으로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카페인 없는 차를 찾아서 루피시아 찾아갔다가, 얼결에 한정차라며 집어온 유자. 이것도 맛 보겠다고 해놓고는 까맣게 잊었네요. 아차. 부모님께 드린다고 사왔지만, 얌전히 본가 간식 그릇에 남아 있는 롯가테이 양갱은 ... 제가 먹어야겠습니다.-ㅠ-

 

롯가테이의 요거트는 약간 기름진 느낌이라 취향 아니더군요. 모리나가 블루베리 요거트가 제일 좋습니다.'ㅠ'

 

 

 

세븐일레븐에 갔더니 경단이 눈에 들어오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맛이야 간장섞은 조청맛 소스의 경단. 그래도 이 맛이 꽤 좋습니다. 그 때문에 교토 니시키시장에 다시 가고 싶은 정도예요. 거기 경단 참 맛있는데, 교토 다시 갈 날은 언제인가.

 

 

 

이쪽은 앞에도 올린 교토 이노다커피 삿포로 지점의 콜롬비아 커피와 사과파이. 둘다 맛있습니다. 교토... 체력이 달려 못가고 있는데 다시 가야할까요.

 

 

 

 

이쪽은 셋째 날 방문한 롯가테이입니다. 이런 저런 간식 사러 갔다가, 면세혜택이 5천엔 이상 구입해야 한다는 걸 보고 고이 포기했습니다. 정확히는 세금 별도로 5천엔이었을 겁니다. 더 살까 하다가 캐리어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얌전히 포기했지요.

 

구입하고는 2층의 카페에 올라가 주문하면서 또 고민했습니다. 작년과 같은 메뉴를 먹느냐, 아니면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느냐. 결론은 새로운 메뉴의 도전이었지요. 홍차와 시로타마젠자이(흰경단 팥죽), 그리고 딸기케이크를 골랐습니다. 삿포로식물원도 좋지만, 이쪽도 좋네요. 아이스크림도 맛있고, 흰경단도, 그 아래의 팥도, 그리고 케이크도 맛있습니다. 특히 저 소스 참 좋네요. 딸기 소스...! 새큼시큼한 것이 지금 떠올려도 확 입맛을 돋웁니다. 맛있었어요,

 

 

 

G에게 부탁받은 스타벅스 커피. 도쿄블렌드 구입을 부탁받았는데, 정작 저는 다른 커피-리저브 토라자를 사오느라 도쿄블렌드는 손못댔습니다. 다음 여행 때 한 번 시도해볼까요.

 

 

 

이쪽은 또 키노토야입니다. Bocca 大通BISSE점... 이군요. 지금 구글 지도 검색해보고 알았는데, 삿포로역 중앙 광장의 큰 길을 따라 오오도리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건물 1층에 커다란 디저트 카페가 보입니다. 여러 디저트 카페들이 함께 모여 있는 카페로군요. 거기 들어갔다가 키노토야 매장이 있는 걸 보고는 그 전부터 벼르던 푸딩 케이크랑 몽블랑을 포장해왔습니다. 이게 이날의 오후 간식이었을 겁니다. 둘 다 맛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이런 디저트는 맨 처음 먹은 것이 대개 각인효과를 일으키더라고요.-ㅁ-a 그쪽이 기준이 되니 그에 비해 맛있다, 취향에 아니다로 갈립니다.

 

몽블랑도 좋았지만 저 푸딩 컵케이크 매우 좋았습니다. 크흐흐흐흐흐.

 

 

 

 

 

그리고 드래곤머지를 하면서 즐기는 티타임. ... 그런데 저 아래의 과자는 뭐더라? 둘다 롯가테이에서 구입했는데, 어느 쪽이건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았습니다. 아마, 아래쪽 과자는 사과 조린 것이 들어 있던가, 그랬을 겁니다. 그것도 참 맛있었지요.

 

 

언제나 그렇듯 여행 가 있는 동안은 조금 시큰둥하지만, 다녀온 뒤에는 이것도 더 먹고 싶고 저것도 더 먹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행은, 약간의 미련을 남기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아. 다음 여행은 어디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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