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홋카이도, 그것도 삿포로에서만 머물렀지요. 삿포로의 커피도 제법 맛있습니다. 이번 여행 방문지는 거의 다 체인점이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에 만족했습니다. 예외적인 곳은 ... 맨 마지막에 소개하지요.

 

 

지난 여행을 마친 뒤, 다음 여행 때도 꼭 방문하겠다고 별렀던 스트리머커피컴퍼니는 이번에도 잊지 않고 갔습니다. 다만 단 음료는 마시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카페라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았던 터라. 고민하다가 신기한 메뉴를 집어 듭니다.

 

 

 

이름: 밀리터리 카페라떼.

 

이름 그대로.... 에스프레소 한 샷을 준비한 뒤, 에스프레소와 말차를 섞고, 거기에 스팀우유를 붓고는 마지막에 남은 반샷의 커피를 뿌립니다. 맛은 상상하는 그대로의 그 맛입니다. 하지만 마시고 나서는 후회를 했지요. 마지막 잔을 보면 아시겠지만 말차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마시는 동안 덩어리진 말차 가루가 입안에 남아 오히려 커피의 맛을 해칩니다.

 

 

 

그래서 입가심으로 카페라떼 한 잔 더. 라떼가 조금 더 저렴하고 훨씬 맛있습니다. 크흡. 이 라떼를 기다렸어!

저렴하다고 해도 1.8스벅라떼의 맛입니다. 590엔인가 그랬을 겁니다.

 

 

 

이번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카페인 섭취도가 높았습니다. 혈관에 카페인이 흐른다고 외칠 정도로 들이 부었고, 그럼에도 잠은 잘 잤습니다. 암막커튼과 조용한 환경덕이 컸을 거예요. 아침에 눈비비고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립니다. 챙겨 놓은 여행 짐 속에 아웃도어용 커피드립세트랑 알라딘 물병이 있었습니다. 첫날 체크인하고 짐 내려 놓고 나가서 삿포로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매장을 뒤져 UCC 원두를 100g 사왔습니다. 그거랑 롯가테이에서 구입한 가루커피랑 번갈아가며 내렸지요. 커피 갈 필요도 없고, 필터도 넉넉하게 챙겨와서 여행 기간 동안은 아예 아침 저녁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습니다. 아침에는 잠깰겸, 오후에는 수분보충겸.

 

내린 커피는 물을 여러 번 보충해가며 마시니 수분 보충에 도움 안된다는 의견은 반사합니다.-ㅁ-/

 

 

 

둘째 날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찾아간 카페는 정기휴일이라 닫았습니다. 투덜대며 대안을 찾다가, 다이마루에 이노다커피가 있다는 걸 확인합니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백화점 6층인가 7층에 있더군요. 배가 부르니 치즈케이크나 핫케이크는 패스. 고민하다가 애플파이를 주문합니다. 이건 과일이니까요. 그렇게 우기며 주문했지만, 예상 외로 괜찮았습니다. 파이틀에 파이지를 깔고, 큼직큼직하게 썬 새콤한 사과는 설탕을 넣고 딱 좋게 조려 담고, 그 위에 다시 파이지를 뚜껑으로 덮습니다. 애플파이라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의 전통적 사과파이입니다. 사과잼도 아니고 채썬 사과나 얇게 썬 사과가 아니라 큼직한 사과 덩어리라는 점, 그리고 타르트가 아니라 파이라는 점이 특징이군요. 커피와 잘 어울립니다. 교토 커피니 중간에는 우유를 부어 카페오레스타일로 즐깁니다. 설탕은 넣거나 혹은 안넣거나.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마음에 듭니다.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니 점심시간에는 제법 사람이 모일 겁니다.

 

 

 

마루젠에 다녀오는 길. 마루젠은 오오도리 공원과 스스키노 거리 사이쯤에 있습니다. 삿포로역 남쪽이지요. 산세이도를 갈까 하다가, 일본 여행 다니면서 가장 자주 만나는 서점은 마루젠이나 쥰쿠도니 그쪽을 가보겠다며 멀리 다녀왔습니다. 숙소가 삿포로역 북쪽이다보니 체감상으로도 상당히 멉니다.

 

서점 구경 이야기는 그 다음에 다루고. 왜냐면 서점 여행 후폭풍은 설연휴 이후에 오기 때문입니다. 하하하하.

 

내려가는 도중 만난 스벅이 떠올라, 삿포로역으로 북상(?)하는 도중 들러봤습니다.

 

 

 

 

입장하다가 문 손잡이를 보고 알았습니다. 리저브 점이더군요. 그래서 들어갔는데, 헙. 리저브 커피 중에 한국에서는 못본 커피가 여럿 눈에 들어오더군요. 슬라웨시...? 이름이 익숙하다 싶어서 자세히 커피 이름을 읽는데, 슬라웨시 토라자. 한국 스벅에서는 인도네시아 커피를 만나기 매우 어렵습니다. 모 BL만화의 덕질에서 시작된 그릇된커피질이었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는 원두는 토라자와 만델링, 인도네시아 출신이고 토라자는 개중에서도 만나기 매우 어려우니 보인다면 무조건 마셔야 합니다.

그리하여 망설임 없이 바로 슬라웨시 토라자 주문. 클로버-그러니까 머신으로 내리는 모양입니다.

 

자리를 따로 잡았다가 바 좌석으로 옮겨서 커피 준비하는 직원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랜드 삿포로 호텔 1층의 스벅이 리저브 점인걸 알고 왔냐 → 몰랐다, 들어와보고 알았다. → 리저브 점은 처음인가? → 아니다, 종종 다닌다. 삿포로의 리저브점은 여기만 있나? → 아마도. 홋카이도 내의 리저브는 여기와 아사히카와에만 있는 걸로 안다. → 한국에서도 리저브점 자주 다니지만 슬라웨시 토라자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시켰다 → 어디에서 왔나? → 서울에서 왔다 ... 등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받은 것이, 두 장의 슬라웨시 토라자 안내 설명서. 한쪽은 일본어고 다른 하나는 영어입니다. 색이 미묘하게 다르더군요. 거기에 스벅 패스포트 수첩도 선물로 얻었습니다. 으흐흐흐흑.

 

 

예상외로, 괜찮았습니다. 한국에서 몇 번 마셨던 리저브는 불호에 가까웠지만, 이 토라자는 좋았습니다. 매우 좋아서 .. ... 그 다음 날 한 번 더 방문해 원두를 한 팩 샀습니다. 250g에 3700엔 가량이라 가격은 살짝 높은 편입니다. 평소 빈스서울에서 구매하는 토라자는 생두 상태로 320g에 2.3만이었나. 리저브 커피는 스페셜티니 가격차이는 이해합니다. 제가 마시는 토라자의 기본은 빈스서울 버전이니, 가끔 다른 토라자를 마셔서 새로운 맛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행 기간 동안 만난 최악의 커피입니다. 1200엔짜리 카페라떼. 호텔 로비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홀려 들어가, 음료로 카페라떼를 주문했더니 이런게 나오더군요. 카페오레도 아니라 카페라떼였는데 이런 괴이한 음료는... 게다가 1200엔이면 2스트리머라떼란 말이닷! 생김새 그대로의 맛이었습니다. 이 때 같이 먹은 음식은 나쁘지 않았지만, 음료는 정말로 용서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마루젠의 책 이야기는 그 다음이고, 그러니 간식 이야기가 다음 글에는 등장할 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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