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날의 식신동료는 B님이었습니다. 약속장소를 두고 역삼역 쪽에 생겼다는 녁 새 매장과, 을지로의 본 매장을 두고 저울질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익숙한 쪽이 좋더군요. 라비올리가 맛있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자주가던 지점을 방문하기로 예약 잡아 놓고 주말 점심에 방문했습니다.

점심 시간에도 바쁘게 테이블이 돌아가던데, 예약 없이 방문해도 괜찮을지는 잘 모르겠... 크리스마스 전 주의 주말인걸 감안하면 괜찮을지도요? L 데리고 가기에는 너무 어른의 맛이라, G와 가는 것은 그보다 나중으로 미뤄두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갔더니 new가 붙은 메뉴가 많더랍니다. 맥주 중에도 신작이 있어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그래요... 오랜만에 감기 없이 녁에 방문했으니 알콜 섭취는 당연한 일입니다. 흠흠.

 

 

 

 

마셔보고는 굉장히 독특한 맛이라 깜짝 놀랐지만 맛있더랍니다. 그 독특한 맛이란 것도 카누를 마시던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의 황홀함과 비슷합니다. 신맛이 강하게 확 치고 들어오는데, 그 신맛이 또 살짝 달면서도 감칠맛을 내어 입에 착 감겼거든요. 아.. 참 맛있습니다. 하지만 맥주는 폭을 늘리면 통장 잔고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니 참습니다. 가격은 꽤 높았지만 다음에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신작 맥주가 없다면요.

 

 

맥주를 기울이며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사이 라비올리가 도착합니다. 한라봉청인가를 안에 넣은 단호박 라비올리에, 소스는 고르곤졸라입니다. 셋 다 강렬한 재료인데,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한라봉은 달지만 그렇다고 디저트 같이 단맛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거기에 꼬릿꼬릿한 치즈 소스가 진하면서도 부드럽게 어울리니 좋더군요. 단호박은 느끼기 어렵지만 어쨌건 저 말린 토마토도 그렇고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말린 토마토와, 소스와 라비올리를 한 번에 먹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쓰읍.

 

 

 

포항초알감자피자도 이번 신작입니다. 포항초, 그러니까 포항쪽에서 재배한다던가 하는 그 단맛도는 겨울 시금치를 갈아서 소스로 뿌렸나봅니다. 거기에 알감자. 가장 맛있게 먹는 건 돌돌 말아서 베어 무는 거라던데, 과연. 따로따로 잘라 먹는게 아니라 말아서 한입 베어무는 쪽이 좋습니다. 라비올리도 그렇지만 이 피자도 재료들이 어우러지는 맛이 매우 행복합니다. 크흡.

 

 

 

 

그래서 채소를 듬뿍 넣었다는 라구소스파스타는 상대적으로 밀렸습니다. 간이 센 편이라 다른 두 메뉴에 뒤지지 않는 맛이지만, 취향은 피자와 저 라비올리로 쏠리는군요.

 

 

 

 

..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욕이었습니다. 음식 셋은 너무 많았어요. 결국 피자는 반판을 그대로 싸들고 갔습니다. 그럼에도 메뉴 셋을 시킨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위장이 허용하지 않아서 포장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맛이었으니까요. 언젠가 L이 더 크면, G랑 L이랑 같이 나와서 먹을 수 있는 날도 있겠지만, 녁의 맛은 어른의 맛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낯설 겁니다. 더 크면 그 때 시도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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