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베로그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노포-오래된 커피점은 카페보다는 커피전문점으로 찾는 것이 빠릅니다. 스타벅스는 카페지만 커피전문점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직접적으로 비교하진 않았지만 노포 커피점, 킷사텐(喫茶店), 끽다점은 커피전문점으로 찾는 것이 낫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 또 하나는 괜찮은 커피 마시기였습니다. 맛있는 커피가 확 땡기더라니, 전날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아침에 공항에서도 약먹은 병아리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었던 터라 원래 가려던 곳은 포기했습니다. 시부야에서 우에노까지 반바퀴 돌아서, 거기서도 꽤 걸어 찾아갈 체력이 안되더라고요. 그냥 얌전히 시부야에 있다는 다른 지점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원래 방문하려 했던 기타야마 커피점의 타베로그 평점이 낮은 이유가 서비스 때문이랍니다. 사진 촬영 금지에 대체적으로 무뚝뚝한 분위기라서 맛에 비해 평점이 낮은 거라고요. 맨 처음 방문 한 뒤 M님께 슬쩍 얻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차테이 하토우를 방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茶亭 羽當라고 한자로 씁니다.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구글맵이 있으니까요. 분카무라에서 전시회 관람을 하고 도록을 구입한 뒤, 걸어서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분카무라는 하치코 출구에서 109를 왼쪽에 끼고 걸어가는 곳이고, 차테이 하토우는 거기서 다시 시부야 역으로 내려와 츠타야 스벅을 왼쪽으로 두고 걷습니다. 걸어서 대략 15분. 중간중간 신호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것만 아니면 걸어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습니다.

 

 

 

오르막 골목 안쪽으로 위치가 표시되어서 올라가다보니 왼쪽으로 가게가 있습니다.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아니니 두리번 거리며 잘 살펴야 합니다. 왼쪽에 보이는 나무문이 커피점 입구입니다. 카페가 아니라 이런 곳은 커피점이라 부르고 싶습니다.'ㅂ'

 

 

 

 

시간은 대략 12시 반? 토요일 그 시간이면 다들 점심먹으러 가지 않나요. 사람이 꽉 차있습니다. 메뉴판 받아들고 고민하다가 다른 커피점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만델링이 있길래 덥석 고릅니다. 거기에 치즈케이크도 함께. 단호박푸딩은 주문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내려 놓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먹는 것도 양이 적습니다. 체하거나 소화불량이 되지 않도록 위의 상태를 봐가며 조절하는 것이 어렵진 않더군요.

 

맛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커피도 살짝 산미가 도는 향이 올라오지만 맛은 쌉쌀합니다. 풍부한 향이긴 하나, 제 취향의 만델링보다는 덜 진합니다. .. 하기야 사약과도 같은 커피를 제조하는 것이 습관인지라 그런지도요. 어쨌건 물타서 마시지 않아도 홀랑홀랑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진하기입니다. 거기에 치즈케이크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베이크드 치즈케이크가 커피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잘 골랐어요.

 

 

 

 

킷사텐 답게 안쪽 벽면에는 여러 커피잔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오래된 도구도 보이는군요. 더치커피메이커. 콜드브루하고는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더치커피를 처음으로 마신 것도 신주쿠의 킷사텐에서였으니. 같이 있었던 친구 KY가 떠오르네요. 그 아해 잘 살아 있나..... (...)

 

 

맨 앞머리로 돌아가서. 여기 커피를 마시니 기타야마 커피점의 별점이 서비스 때문에 낮다는 것도 납득이 됩니다. 타베로그에서의 별점은 차테이 하토우가 더 높습니다. 소숫점 차이라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나름 기대하고 갔는데, 제 입에는 기타야마 커피점이 더 맛있습니다. 분위기도 그렇고요. 기타야마 커피점은 '커피전문점'에 강세를 두었고 차테이 하토우는 거기에 킷사텐을 더한 느낌이 강합니다. 일본의 킷사텐, 커피전문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만 합니다. 물론 그런 쪽으로 유명한 가게는 긴자의 카페 드 람부르도 있지만, 긴자와 시부야는 멀죠. 신주쿠 쪽에서 돌아다닌다면 이쪽이 훨씬 가보기 좋습니다. 기왕 가는김에 근처의 '카페', 스트리머커피컴퍼니에 들러 라떼 한 잔 마시며 지금의 커피문화와 옛 커피문화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분야나 방향이 다르지만 둘 다 커피를 다루니까요. 지향점은 맛있는 커피와 문화라는 점에서 같지만 방향은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여간 다음에 도쿄 가면 기타야마 커피점 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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