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당일치기로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여행 가기전 올 여름휴가 계획 이야기하다 당일치기 전시회 관람 일정이 있다 하자, 동료들이 '우동 먹으러 일본 여행 간다는 사람 같아!'라고 웃더라고요. 저야 우동이 아니라 커피 마시러 일본 가는 사람입니다만. 커피하고 케이크가 일본 여행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분위기 안 좋은 상태에서 가다보니 소비는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당일치기였기 때문에 숙박비고 뭐고 전혀 없고, 가기 전에 생각한 건 괜찮은 커피전문점 한 곳 다녀오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여행 얼마 전에는 왕복 5시간 넘는 출장과 뒤이은 이동 때문에 체력이 확 떨어져, 원래 가려던 기타야마 커피점은 포기하고 전시회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다른 커피점을 다녀왔습니다.

 

 

간략 후기만 적는 것은 저보다 먼저 여행 가실 분들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7월 중순부터 시작한 전시회과 9월 중순 경에 끝나기 때문에 저처럼 당일치기든 뭐든 전시회 보러 가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앞서 무하의 슬라브서사시 전시회는 두 번 가고 싶다고 울부짖을 정도로 좋았지만, 그 때문인지 이번 전시회는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전시회 소식은 트위터에서 접했습니다.

https://bijutsutecho.com/magazine/news/exhibition/18937

 

250点を超える充実のラインナップ。ミュシャの没後80年を記念する展覧会「みんなのミュシャ」展が渋谷で開催|MAGAZINE

2019年はアルフォンス・ミュシャの没後80年となる節目の年。これに際して、東京・渋谷のBunkamuraザ・ミュージアムで、時代を超えて愛されるミュシャの秘密を紐解く展覧会「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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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알폰스 무하(뮈샤)의 사후 80년인줄 몰랐습니다. 하여간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더 뮤지엄Bunkamura the musium에서 알폰스 무하의 그림과, 무하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들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구체적인 전시회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みんなのミュシャ ミュシャからマンガへ  ―― 線の魔術
会期:2019年7月13日~9月29日
会場:Bunkamura ザ・ミュージアム(渋谷・東急本店横)
住所:東京都渋谷区道玄坂2-24-1
電話番号:03-5777-8600
開館時間:10:00~18:00(金土〜21:00) ※入館は閉館の30分前まで
休館日:7月16日、7月30日、9月10日
料金:一般 1600円 / 大学・高校生 1000円 / 中学生以下 700円


모두의 무하 : 무하에서 만화에 - 선의 마술
기간:2019.7.13.~9.29
장소:분카무라 더 뮤지엄(시부야 도큐본점옆)
주소 : 京都渋谷区道玄坂2-24-1
전화번호:03-5777-8600
개관시간:10:00~18:00(금, 토~21:00) ※입장은 폐관 30분 전까지.
휴관:7.16, 7.30, 9.10
입장료:일반 1600円 / 대학생, 고등학생 1000円 / 중학생이하 700円



 

분카무라의 위치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방문했던 시부야의 빵집 비론Viron 근처이기도 하고, 예전에 종종 다녔던 시부야의 대형 서점인 Book First 근처이기도 합니다.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위치는 압니다. 찾기는 상당히 쉬웠으나.... 들어 가보니 사람이 상당히 많더군요. 하기야 토요일이니까요. 다들 줄 서서 조용히 둘러보는 분위기인데, 보는 속도가 빠른 저는 답답하더랍니다. 제가 관람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지만, 평소 제 속도였다면 더 빨랐을 겁니다. 마음에 드는 것과 아닌 것의 편차가 컸습니다.

 

 

(지하1층의 분카무라 더 뮤지엄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 포스터)

 

 

전시회는 알폰스 무하의 이력을 소개하고 여러 사진자료와 그걸 바탕으로 한 스케치, 그리고 여러 포스터를 보여줍니다. 다만 천장이 낮은 편이고 좁다고 느낍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가람미술관과 크게 차이나지 않나봅니다. 예전에 무하 전시회를 한가람미술관에서 보고는 두 번 다시 거기서 하는 전시회는 안가는데 말입니다.... 제 취향은 국립중앙박물관쪽이더군요. 그림 자체보다는 기물이 취향이라 그럴 겁니다. 이전의 The Beautiful - 탐미주의 전시회 때도 모리 미술관과 미츠비시이치고칸미술관을 비교해보고는 박물이 많은 후자를 더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 근데 지금 보니 이거 미츠비시야...OTL

 

 

(전시회 출구 쪽의 대형 포스터)

 

 

어쨌건. 포스터도 많이 나왔지만 무하재단에서 공개하는 포스터 색감과 실물의 색감, 화집의 색감은 서로 다릅니다. 이전에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포스터쪽은 그냥 지나쳤고, 몇 점 안되는 유화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못 들어올 전시라고 생각했고요. 아니, 지난번 대규모 무하 전시회 때 아예 만화와의 연계를 포인트로 잡은 건 한국이었지요. 한국이 먼저 무하와, 무하의 영향을 받은 (만화)작가들을 소개했더랬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 전시가 뒷북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1.이미 많이 봤다.

무하 전시회는 이번이 세 번째? 아마 그럴 겁니다. 처음에는 멋졌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습니다. 포스터보다는 사진이나 유화쪽이 훨씬 더 취향입니다. 거기에 그 당시 분위기인지 여성 나체와 누드화가 많다는 것도 취향은 아니더랍니다. 아, 그래도 포스터에서 그런 분위기가 묻어나는 건 아닙니다. 사진이건 그림이건 모두 다 철저하게 피사체예요. 사진의 모델과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그림쪽이 훨씬 미화되었다는 건 부인 못하지만요.

 

2.코믹스는 취향 아냐.

마블이건 DC건 그쪽은 그리 취향이 아닙니다. 네 번째 방이었나. 앞의 세 곳은 사진 촬영이 안되고 네 번째는 촬영 가능, 그리고 그 다음의 '무하에게 영향 받은 영미권 작가들' 그림과 표지들이나 그 다음의 일본 전시는 모두 사진 촬영이 안됩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거기뿐이고요. 도록을 보면 나오지만.. 어쨌건 그쪽의 영미권 코믹스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쪽 전시는 가능한 빨리 넘어갔습니다. 다른 관람객도 거기서는 속도가 빨랐던 기억이. 일단 구도나 그림은 무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색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매우 현란합니다.

 

3.영향은 받았는데 작품이 작고 적습니다.

무하의 아르누보 포스터 영향을 받은 만화나 스케치는 매우 많습니다. 그 중 일부를 골라 전시했다고는 하는데, 마블쪽과는 달리 '일반적인 그림'을 골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판권문제도 얽혔을 테지만 작품의 수나 작가의 수가 기대보다 적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그림들이기는 하나 아쉽습니다.

 

 

 

 

 

4.아는 작가들이 적어!

이전에 한국 전시회 때도 무하와 아르누보의 영향을 이야기한다면 이 작가는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한 작가들이 여럿 있었더랬습니다. 없었지요. 그래서 안 간 것도 있습니다. 이번의 도쿄 전시회도 그렇습니다. 마법기사 레이어스가 나오지 않았으니 무하의 영향력 이야기는 필요 없...........

 

 

하기야 그거 원화가 있을지도 의문이긴 합니다만, 아니면 하이스쿨 오러버스터의 작가나, 최소 애니메이션 고식GOSICK은 나왔어야 했습니다. 아래 오프닝을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상품들 중 복제원화 일부. 가격이 41000엔 가량입니다.)

 

작가 명단은 천천히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이건 전체적인 간략 소개...라고 보시면 되고요. 모르는 작가와 아는 작가가 반반 있는 중에서 하츠 아키코의 그림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크흑. 이 그림 때문에 왔다고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거기에 로도스도 전기의 디드리트 스케치도 좋고요. 다만 전시 그림 중 일부는 아예 복제원화라더군요. B님에게 이야기 하니 원화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더랍니다. 그러니까 원화가 출판사에서 분실되었다거나. 그런 일은 종종 발생하지요.

 

 

 

 

 

엽서도 전부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있습니다. 일부만. 작가 한 명당 4~5점 가량 나왔는데, 일견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오디오 안내를 들었다면 또 감상이 달랐을지 모릅니다만.

 

 

슬라브서사시 때의 감동과는 다르게 이번 전시회는 그냥 저냥이었습니다. 입장료 1600엔은 도록을 구입하기 위한 과정 정도로 생각하지요. 도록은 세금 안 붙고 2400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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