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건너 들은 이야기 하나.

 

청렴의 의무를 지고 있는 직종군에서 닭이 오리알을 낳은 사례는 이야기 했더랬지요. 이번에 들은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직장 동료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보이는 배우자에게 책임을 물은 사례입니다. 그리고 유책배우자는 적반하장으로 고소하겠다고 펄쩍 뛰는 상황.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허위사실 적시가 아니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될 건데 말입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어이가 없다 못해 구제도 불가능한 안드로메다 성운 저 편으로 날아가는 느낌이더랍니다.

 

트위터에 이런 이야기들을 리트윗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례도 다종 다양하게 수집하는데, 오늘 들은 케이스도 매우 황당했습니다. 아마도 발단은, 엊그제 허핑턴포스트에 올라온 글(링크)일 겁니다. 허핑턴포스트 인도판에 올라왔다는 글로, 클로짓게이와 결혼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클로짓게이가 뭔가 했는데, 아마도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결혼을 한 게이를 가리키는 말인가봅니다. 물론 동성결혼이 아니라 이성결혼을 가리키는 겁니다.

남편은 게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성과 바람을 피웁니다. 하지만 글을 보면 남성뿐만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내용을 시댁이든 친정이든 양가에 상담하면 반응은 비슷합니다. '밥 잘 해줬니?' '네가 남편 잘 모셔야지.' ... 이런 느낌. 양가 모두 그런다는데서 매우 절망적입니다만. 남편은 게이이기 때문에 아내를 존중한다거나 하지 않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추고 결혼한 사실에 분개하며 그 화풀이를 아내에게 하는 모양새더랍니다. 다시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 기억을 더듬어 쓰는 것이지만, 대강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인도이기 때문에 판이 한국보다 더 기울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저런 반응이 안 나오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오늘도 그 비슷한 트윗을 보다가 갑자기 혈압이 확 올라서 말입니다.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압박이 너무 심하여 클로짓게이와 위장결혼을 할 생각을 한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답니다. 위장결혼은 하더라도 부모님은 잘 모셔야 하고, 아기 생각은 없지만 생기면 낳으면 좋고. 아니, 솔직히 제일 어이 없었던 부분은 저 마지막 부분입니다. 게이이면서 아기가 생긴다고 한다면 결국 위장결혼이라지만 아내와도 성관계를 갖겠다는 의미잖아요. 그럼 그게 무슨 게이야, 바이지.OTL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나는 게이이기 때문에 여성인 네게 애정도 남편으로서의 의무도 할 생각 없지만 너는 나랑 결혼한 내 아내이니까 아내로서의 의무를 다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잖아요. 모님은 이걸 두고 종년찾는 거냐고 버럭하시던데, 종이든 머슴이든 어느 쪽이건 간에 새경은 받습니다. 저건 돈 한 푼도 안 들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건 종도 아니고 노예인거죠.(먼산)

 

 

그러고 보면 예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고 매우 분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소설 소재가 바로 위장결혼입니다. 남자는 성정체성 문제를, 여자는 정신과 문제를 안고 있어서 서로 혼전계약서를 쓰고는 결혼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애인과 남편을 이어주기 위해서 매우 노력합니다.

...아냐. 이런 건 아냐. 아니, 현실 소설이라도 이건 아냐. 차라리 판타지라면 상상이 되겠지만 이런 건...OTL 게다가 이 소설의 문제는 후속편이 있다는 겁니다. 후속편이 없었다면 그냥 그런 소설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갈 건데 후속편의 내용 소개글을 읽고는 완전히 탈력해서 그 뒤로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안 봅니다. 저랑 전혀 안 맞는 거예요. 크흑.;

 

하기야. 저는 에쿠니 가오리보다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근소한 차이로 좋아했지만, 어차피 『키친』 정도만 매우 좋아했습니다. 먹는 이야기가 참 좋았거든요. 지금도 먹는 이야기라면 대부분 다 좋아하지만.

 

 

이런 이들은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 가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요.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서 세상의 주인공은 자신이라고 보는 것. 하여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모아 보면서 점점 더 해탈의 경지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인생무상이라.....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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