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4형제중 셋째이십니다. 위로 형 둘, 아래로 동생 하나지요.
이 4형제중-고모들과는 연락하지 않은지 꽤 되어서-딸만 있는 집은 우리집뿐인데다, 조금 야속하지만 제일 집안문제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 예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의 재산 분배 관련해서도 저나 어머니는 상당한 불이익이 있었다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버지야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시죠.
어쨌거나 원래 아버지 고향은 천안이고 큰아버지가 서울에서 사업하시느라 실제 조부모님을 모셨던 것은 숙부, 그리고 중부도 충남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니 꽤 오래 전부터 제사는 큰집에서,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에는 상경해서 제사를 지내셨습니다. 제가 대학교 3학년 때까지는 우리집은 강원도에서, 중부나 숙부는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추석 전날에 오는 것은 우리집만, 그리고 중부와 숙부는 당일에 오십니다. 중모는 몸이 안 좋으셔서 괜찮으실 때는 올라오지만 1년에 한 번-명절, 제사 다 합해서-올라오시기도 힘드시고 숙모는 축사를 돌보아야 하니 거의 못오십니다. 숙부나 숙모 둘 중 한 분은 남으셔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거의 숙부가 올라오시게 되더군요.

구구절절하게 집안 사정을 이야기 한 것은 일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입니다.;
백부는 자식이 셋입니다. 큰 언니는 시댁 제사 챙기니 명절 일손에서 당연히 빠지고-제사 때는 가끔 옵니다.+ㅁ+-오빠들도 이제 결혼했으니 새언니들이 있지만, 큰 새언니는 아들 보느라-돌을 갓 지난 아기인데다 얘가 아토피가 굉장히 심합니다-일을 많이 못 돕고, 작은 새언니는 이런 류의 큰일을 해 본적이 거의 없답니다. 그러니 경력 2년차. 어머니나 큰어머니는 베테랑이시고 말이죠.

여기까지 추석 전날 대강 생각하다가 깨달았습니다. 송편을 빚고 있던 와중, 큰어머니가

"너희들(저랑 G) 시집가고 나면 이것도 못하지"

라고 이야기를 꺼내셨거든요. 생각해보니 저나 G나 둘다 송편 빚기는 경력 10년을 넘었습니다.ㄱ-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일단 초등학교 때부터 빚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둘러보니 어제 송편을 빚는 멤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부모님, 백부, 백모, 큰집 작은 오라버니, 작은 새언니(5시에 합류. 일은 7시 전에 끝났습니다), 저랑 G. 큰집 큰 오라버니 부부는 꼬맹이의 아토피 때문에 온천에 가서 추석 전날 늦게야 왔습니다.
중부네 집 사촌들도 중부와 함께 추석 당일에 왔으니 패스. 숙부네 두 아들들은 지금 군대 가 있으니 패스. 결국 그제 모인 그 멤버가 추석 준비 멤버 그대로인 겁니다. 설에도 거의 이 멤버죠.

저나 G가 시집가면 송편도 사다 드시겠다고 하시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갑니다. 백모도 여기저기 아프신데 송편 반죽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일손 둘이 빠져 나가면 그 일을 나눠 맡아야 하니까요. 으으음; 그래도 왠지 "명절 때 빠지면 안돼!"라는 의미를 담아 말씀하시는 것 같으니...;

실은.-_-;
큰 오라버니네가 온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가 홀랑, "우리도 다음 명절에 가족 여행가자!"라고 바람을 불어 넣어서 괜히 찔린 것도 있다니까요.;;

어쨌건 일 하는 것은 싫지는 않지만-메인은 안하고 보조로 하니 그나마 싫지 않은 거지 메인을 하라 하면 저 도망갑니다;-저런 말을 들으면 진짜 협박 같아요.;ㅂ;




포스팅 묶음은 오늘 저녁 늦게나 내일이나 모레쯤?;
글발이 안 오릅니다.;


딴 소리 하나 더 하자면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는 말은 거짓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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