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정석 판타지라 적으면 앞서 읽었던 다른 소설들은 판타지가 아니냐 하실 텐데, 제목을 조금 더 길게 풀어보지요. 베드신을 제외하고 보면, 그러니까 BL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전형적인 성장, 모험 판타지소설로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소설이라는 의미입니다. BL을 걷어낸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게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본것이 또 개인지 버전이고, 북팔 버전은 전연령가로 나왔다지만 이것은 19금 버전이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빼고 본다면 소설 속에 쓰인 여러 장치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이 감상은 내용폭로를 빼고 쓰기가 어렵겠네요.



일단 복선과 내용폭로가 될 부분을 빼고 간략한 도입부 내용만 소개해봅니다.


귀족집안의 아가씨로 추정되는 어느 아가씨는 혼자서 여행중입니다. 마부와 둘이서 사막을 건너 저 멀리 도시로 여행을 갑니다. 찾는 것은 까마귀. 도시 어드메에 있을 것이라는 그 까마귀를 찾아 왔답니다. 까마귀는 프롤로그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저주받은 혈족 그리고 그 혈족의 어린 아이. 공작은 잠자리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다, 가문의 비술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순식간에 어른이 된 아이를 만납니다. 까마귀를 찾는다는 말은 그 프롤로그 마지막에도 나왔지요.

아가씨의 이름은 델입니다. 델은 도시의 가장 더럽고 음침한 곳에서 잘생긴 한 소년을 찾고, 소년에게 직업을 주겠다 제의하여 데리고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아주 성대한 성인식을 치룹니다.



모험 소설의 오프닝으로 아주 제격입니다. 맨 앞에 깔린 것은 복선. 공작가에 깔린 저주가 무엇인지 모르고, 아이가 얻은 힘이 무엇인지, 얼마나 대단한 마법사인지는 몰랐으나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맨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던 도시의 가장 바닥에서 올라온 에단은 델과 동갑이지만 반반한 외모를 제외하면 아는 것도 없고 할 줄아는 것이라고는 시중 드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난 뒤에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두 번째 이야기 시점에서는 싹 바뀌어 있습니다. 이미 공작가에 적응을 했고, 델을 가장 옆에서 성심성의껏 모시며, 공작도 인정하는 델의 비서이자 보좌관이자 까마귀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단의 입장에서 기술하면 모험 성장담이며, 델의 입장에서는 정진정명 정치 판타지입니다. 델의 아버지인 공작에게는 가문의 숙원 풀어내는 이야기이며, 황태자이자 델의 악우인 세이젤에게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련의 로맨스-가 될 뻔한 사태를 다행히 막을 수 있었던 순정 로맨스입니다. 여기서 이미 내용 폭로가 되었다 할 수 있지만 슬쩍 넘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코드는 적지 않았으니 그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면 됩니다.



자아. 그럼 구체적인 내용은 살짝 접어두지요.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것도 꽉 닫힌 해피엔딩. 에단의 수고로 무사히 델이 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델은 돌아와서도 동생에게 들볶였지만 그럴만 하고요. 그런 수고 쯤은 황제를 제외한 여러 커플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델네와 세이젤네, 리즈네, 그리고 공작부부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 외에 한 커플이 더 있지만, 그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덮어두지요. 이것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그 사람도 델과 에단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니까요.



읽다가 몇 가지 해소가 되지 않았던 이야기는 개인지 내 설정집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거기서도 해소되지 않은 몇 가지 의문들이 있었는데, 이건 세 번쯤 읽으니 추수 한 뒤 이삭 줍듯 다 설명이 되었더군요. 두 세 번쯤 더 읽고 나면 부족했던 부분까지 다 파악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니 한 번에 해소가 안 된 것은 제가 덜 꼼꼼하게 읽어 그런 겁니다.



리디북스에서 유료연재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전자책으로 나오는 건 그보다 한참 뒤일 겁니다. 북팔에서의 연재도 1백화가 넘었다고 기억하고, 책으로 나온 것도 꽉꽉 눌러 담아 3권입니다. 두께도 그렇지만 책 여백을 줄여가며 내용을 담았으니 리디북스 연재 기간도 꽤 길 겁니다. 여름까지 나올지 모르겠네요.



해위. 『찔레나무 꽃, 흰 까마귀 1~3』. 2018.


제목의 연유는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이게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고요. 이 둘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요 코드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왜 델이었는지, 왜 에단이었는지에 답이 바로 저 제목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4독 하러 갑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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