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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의 소설좌표와 함께 올리는 감상글입니다.




내용 폭로는 아니지만 내용의 중요 키워드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리뷰든 뭐든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닙니다. 쓰긴 쓰나 동력원이 있어야 수월하게 쓰는 타입입니다. 외설적으로 표현하면 꼴려야 쓴다고 할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동해야 쓴다고 할 겁니다. 그러니 글을 쓰려면 여러 소설을 다양하게 골라 읽어야 그 중에서 동하는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또 쉽지 않습니다. 읽는 것도 정신적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브릿지에 올라오는 소설들은 대체적으로 무겁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소설의 질을 떠나 어떤 소설이건 묵직하게 주제를 담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무겁게 혹은 가볍게 쓰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나 취향의 문제일 겁니다. 제가 선호하는 쪽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고, 이는 제가 소설을 재활로서 읽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삶은 빡빡하니 그 심리적 재활을 소설읽기로 얻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브릿지에서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잡게 됩니다. 분량의 문제도 있고, 완결난 소설을 그렇지 않은 소설보다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급해서 완결날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간 가벼운 소설을 읽어온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본격적인 리뷰로 들어오는 길을 길게 잡은 것은 이 소설이 가볍고 무거운 그 균형을 매우 잘 잡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겁습니다. 제목은 그리 무겁지 않고 로맨스인가 생각하며 발 들이게 마련입니다. 분명 로맨스 맞습니다. 주인공인 가연과 조쉬는 결혼 전 허락을 받기 위해 가연의 어머니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상견례 맞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면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거 공포소설인가, 아포칼립스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인가.
셋 중에서 맨 마지막-디스토피아는 맞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최악에 가까운 상황으로 묘사하는 소설이니까요. 뭐, 제가 그리는 최악은 『워킹데드』나 『부산행』의 모습, 동남아 몇몇 국가라든지 미국 모처, 독일 모처 등의 상황입니다. 직접적인 묘사가 없었지만 어쩌면 이미 최악의 경계를 건넌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면 디스토피아를 확신하기 직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함정이 하나 등장하고, 그걸 읽으면 소설 속 한국은 최악과 차악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중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사실 그 폭탄. 받아 들고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게 되더군요. 어릴 적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읽고 생각한 바 있어서 그런지 모릅니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라, 일단 선을 그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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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 아톰, 한국에는 우주소년 아톰으로 나온 그 작품의 한 부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식 번역은 아니었을 것이고요. 아톰 역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만 그 중에 등장한 에피소드는 로봇이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어 최초로 인간 등록 서류를 제출한 어느 로봇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와서, 그 로봇은 '어떻게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냐!'는 사람들의 무리에게 맞아 죽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로봇이 더이상 살릴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되었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폭력상해와 살인죄로 잡혀갈까요. 아니면 기물파손에 해당할까요. 아마 일본이니까, 서류가 접수되었을 뿐 아직 통과는 되지 않았다면서 살인죄 아닌 기물파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의 일본이라면 애초에 그런 법이 통과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한국은?



이 소설에서 그리는 한국 사회는 극단으로 치달은 세계입니다. 그런 모습을 상견례라는 작지만 큰 이벤트를 통해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극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아갈만할지 모른다는 여지를 남깁니다. 솔직히 읽으면서도 과연 지금의 한국 사회 분위기가 여기서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를 것인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정도로 극단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리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길지 않지만 함축적이고, 그리고 마지막에 여지와 희망을 함께 준 소설, 잘 보았습니다. 곰곰히 씹어보고 생각할 여지가 많아서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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