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으로 이동한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무인양품, 무지(MUJI). L의 옷이나 장난감 쇼핑을 하겠다며 벼르던 G는 가장 큰 무지가 있다는 텐진을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기획 자체는 프롤로그에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24개월 미만의 아기와 함께 해외여행을 잘 다닐 수 있다는 가설의 검증이었고, 그 와중에 G가 가고 싶은 곳만 추가하면 맞춰서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저야 1년에 한 번 이상은 일본에 가고, 이번에 부족한 여행 분은 다음에 채우면 되기 때문에 개인 일정은 거의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1년 전의 후쿠오카 여행 때 방문했던 Cafe 비블리오테크의 딸기 디저트를 함께 먹어보고 싶었지만 G가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L을 데리고 음식점에 가는 건 못할 일이니 혼자서 다녀오라고요. 저야 나중에 또 방문할 기회가 있으니 일정 자체를 취소하긴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스타벅스를 제외한 음식점 방문은 귀국길의 공항 음식점뿐이었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G가 L을 데리고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었지요.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 L을 데리고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더군요. 음. 결벽증 맞긴 합니다. 하여간 그런 이유로 음식점 방문은 포기하고 텐진 역에서 바로 무인양품으로 향했습니다.


역에서 2번 출구 방향으로 나가는 도중 코인로커를 발견하고 600엔이라는 거금을 들여 캐리어를 밀어 넣습니다. 코트 등은 이미 캐리어 안에 밀어 넣어 두었던 터라 손은 가볍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함께 다닐 때면 가능한 코인 로커를 이용하세요. 짐을 이고지고 하면 병 납니다.



이날은 반쯤 넋이 나가 있던 저보다 G가 길을 더 잘 찾았습니다. 아이패드의 큰 화면으로 보니 지도 확인하기도 용이했지만. 그 덕에 헤매지 않고 바로 무지를 향해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는 도중에 빵집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 가다보니 스타벅스가 있어 잠시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항공기 착륙 전에 잠들었던 L은 이 때도 G의 품에서 늘어진 떡이 되어 있었습니다.





G의 요청은 오른쪽의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 일본은 차가운 음료도 short 사이즈 주문이 가능합니다. 저는 뭘 마실까 고민하다가 이번 신작 음료인 핑크레이디티라떼를 주문합니다. 거기에 말차 푸딩까지 추가하니 주문할까 고민했던 말차 파운드케이크의 시식이 함께 나왔네요.


아기띠를 벗고 늘어진 떡=L을 안고 있던 G는 L이 쇄골 부위를 누르는 덕에 음료가 안 내려간다고 투덜대더군요. 잽싸게 푸딩을 먹고 음료도 마시고, 그러고는 교대합니다. 다시 베이비시터의 역할 담당. 그 사이 G는 한숨 돌리고 오랜만에 마셔보는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들이킵니다. 이건 원래 있던 음료고 최근에 나온 신작 음료인 프루티가 아닙니다.-ㅠ-;

제가 주문한 핑크레이디는 의외로 재미있는 맛이 납니다. 물론 다음에도 사마실 거냐 묻는다면 조금 고민하겠지만 여튼 괴식의 범위는 아닙니다. 딸기 우유 맛이 돌기도 하는데, 차맛보다는 새콤한 과일향 같은 것이 먼저 다가옵니다. 새콤한 베리류의 과일향이 강조된 딸기우유인데 데운우유다라고 생각하면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딸기우유보다는 덜 답니다. 커피 카페인이 싫다면 이것도 좋겠네요.






말차푸딩이야 푸딩맛입니다.






바닥에 말차 시럽이 있어서 함께 먹으면 더 좋습니다. 당분이 부족했던 터라 순식간에 동냈습니다.



잠시 한숨 돌리면서 G는 이런 저런 스타벅스 상품을 구경하러 갔고, 저는 여행수첩을 정리했고요. 물론 시간 날 때마다 트위터...(하략)

당분 섭취로 기력이 돌아온 걸 확인한 뒤에는 다시 무인양품으로 향합니다. 스타벅스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거기까지는 금방이었고. 거기서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하하하.;ㅂ;




대신 후쿠오카 길거리의 사진 한 장을 추가합니다. 봄이더군요. 오키나와는 벚꽃이 피었다는데 후쿠오카도 이미 수선이 피었습니다. 한국은 아직 봄이 멀고도 멀지만 남녘은 벌써 봄이네요.




후쿠오카에도 무인양품 매장이 여럿 있습니다. 특히 숙소가 있는 하카다에도 AMU PLAZA 매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카다 매장은 아기용품이 없습니다. Baby 관련 물품 취급하는 곳은 무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G가 첫 날 몇몇 물품 못 산 것을 후회하고는 다시 갈까 고민하더니, 하카다 매장 가서 더 구입하겠다고 하다가 발길을 돌렸던 것도 그겁니다. 그러니 물건은 보일 때 사세요.OTL


무인양품에서 주로 구입한 것은 L의 옷, L이 쓸 나무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 그리고 쌓기 놀이를 할 수 있는 나무토막입니다.


삼각형과 원, 나무토막이 들어 있고 일본생산 제품입니다. 가격은 3900엔. 한국에서는 얼마인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G가 사려던 것은 아래의 두 소꿉놀이 장난감입니다.





블럭이나 자동차는 있으니 이쪽을 사오고 싶어했는데 품절이라더군요. 이것은 다음에 제가 여행 갈 일 생기면 사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무지 갔을 때도 이건 없지 않았나 싶은데. 옷은 한국 무지에도 들어오지만 이런 놀이도구는 안 들어오나 싶네요.

어, 솔직히 제가 갖고 놀고 싶더랍니다. 이것 말고도 아래와 같은 세트도 있는데..




이쪽은 사줄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아마 나무 그릇이 이미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여간 이 장난감 세트들은 모두 2990엔입니다.




4층에서 아기 옷과 장난감을 신나게 담아 들고 내려오고, 2층에서는 주방용품 몇과 여행 선물로 돌릴 커피 드립세트를 들고 옵니다. 마살라차이 믹스도 있었는데 개별팩이 아니라 아예 믹스더군요. 이번 여행에는 안 샀지만 다음 여행 때는 한 번 도전해볼까 싶기도..'ㅂ'



이렇게 신나게 쇼핑을 하는 도중에 L이 깹니다. 다행히 얌전히 있었던 덕에 무사히 결제를 마치고는 나와서 간식으로 먹일 빵을 사러 갑니다. 그 식빵 다섯 장은 다음날까지 L의 일용할 간식이 됩니다. 맛있더라고요.-ㅠ-



자아. 이제는 텐진 역으로 돌아가 캐리어를 찾고는 하카다 역으로 돌아갑니다. 시간은 대략 4시. 체크인은 18시로 잡아서 시간은 넉넉하지만 L이 먹을 걸 덜 먹었던 터라 저녁 거리를 사들고 먹여야 합니다. 낮잠을 실컷 잤으니 배고플 때가 되기도 했고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 하카다 역의 음식 쇼핑과 숙소 이야기를 묶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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