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슈톨렌은 아니고 그 전쯤? 어느 날의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감기 기운은 아니지만 묘하게 컨디션이 가라앉아 있어 술은 피하지만 이날은 상태가 괜찮아 맥주를 꺼내 들었습니다. 술에 금방 취하고 금방 깨기 때문에 저녁 음주는 꽤 좋아합니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문제 없을 상태는 의외로 드문데다 술 마시고 싶은 날이 많지 않으니 두 달에 한 번 정도 마실까 말까 합니다. 그러니 저런 사진도 드물게 올라오지요. 무엇보다 저녁에 뭘 먹으면 잠이 얕게 드는 문제도 있습니다. 체중 관리 문제도 있고.=ㅁ=



오늘도 폭발해서 트위터에 끄적이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건은 행사 담당 업무의 조율 문제. 무사히 일은 다 마쳤지만 마치고 나니 한참 넋이 나갔습니다. 시쳇말로 현자타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깊은 회의감이 몰려오며 허탈감에 빠져 허우적댔습니다. 지금도 그리 상태가 나아진 것은 아니네요. 당장 내일도 큰 건이 하나 있으니.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서 업무를 배당받았습니다. 작년도 재작년도 맡은 업무로군요. 그러려니 합니다. 이번에 같이 업무를 맡은 사람은 이 업무가 처음이라 업무 조율을 하러 주중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날 출장이 있어서 업무관리자에게 이야기를 해두었다더군요. 그런가 싶어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 오늘 아침. 행사 당일이 되어서야 그 세팅 생각이 난 겁니다. 맡은 업무 A를 하려면 기본 세팅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준비요원들이 했느냐 안했느냐가 걸리더군요.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는 세팅 안 된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담당자에게 갔습니다. 그랬더니 세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준비물품 자체를 이번에 안 샀답니다. 그럼 업무가 굉장히 단촐해지는데-라고 생각하며 업무관리자에게 하냐 마냐를 물었습니다. 안해도 된다고 단언해 말하길래 다행이라 생각하는 찰나, 30초도 되기 전에 업무관리자가 상관에게 확인합니다. "하는게 나은가요, 아닌가요?" "혹시 세팅 가능해?" "물품을 미리 주문하진 않았기 때문에 다는 아니고 일부라면 가능합니다." "그럼 그만큼만 하지?"

아니, 저기요.OTL

일부만 하거나 전체를 다 하거나 기본 세팅은 같습니다. 품은 거의 같게 드는 겁니다.


그래도 세팅 해야겠다 싶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세팅하고 준비하고, 행사 뒷정리까지 완전히 다 마치고 나니 갑자기 허탈하더랍니다. 생각해보니 두 사람이 하기로 지정된 일을 저 혼자 했습니다. 출장간 사람은 없고, 그 외에 다른 사람 배정은 하지 않았고. 심지어 업무관리자는 제게 "그 사람이 출장가서 없어."라는 기본적인 이야기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그 사람이 출장 가기 전에, 제게 이미 이야기 했다고 했다고 한들 최소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을-두 사람 몫을 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이렇게 허탈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이 가끔 업무 구멍을 낸다는 것은 알았지만 또 당하고 보니 허탈하네요. 게다가 상관님은 왜..!


아침에 출근해서 업무 확인 안 했으면 되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맡은 업무인 이상 확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제가 맡은 업무에 포함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 미리 확인했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지 모르지만 하지 못한 제 불찰이고, 아침에 묻지 않았다면-아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하여간 그렇게 지나가고 나니 참으로 인생 무상 하여라. 하하하.;ㅂ;



이만 얌전히 자러 갑니다. 자기 전에 책 읽고 달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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