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커피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원제는 How to make coffee: the science behind the bean으로 번역제목과도 잘 맞습니다. 커피의 역사부터 시작해 커피의 종류, 커피를 수확하고 가공하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들, 커피콩을 볶는 과정의 화학작용들, 그리고 분쇄를 다루고 추출방법과 기구 등등을 차례로 다룹니다.

전체가 줄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칼럼처럼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라 읽는 맛이 있네요. 아니, 물론 칼럼처럼 딱 두 페이지만 있는 것도 있지만 길게 이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커피의 시작부터 해서 각각의 주요 키워드에 맞게 자근자근 설명하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본격적인 연구서(!)라 맨 뒤에 참고문헌, 참고 사이트, 찾아보기 도판 저작권 등등이 실렸습니다. 오오오.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그런 책입니다.


한 권에 내용이 잘 정리되어 짧게 보기 좋기도 하지만, 우와. 화학작용 부분에서 원형그래프로 볶은 아라비카 원두, 아라비카 생두, 볶은 로부스타 원두, 로부스타 생두의 화학성분이 등장하는데서 감탄했습니다. 본격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 아니, 화학 이야기가 나온 시점에서 아닌가요. 커피의 역사는 사학과 지리학이고 지질관련한 이야기에 화학 성분과 커피도구는 기계공학. 그러니 쉽지는 않은가요? 어떻게 보면 커피라는 소재를 통해 모든 학문이 뒤섞인 통섭적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카페인하이에 걸린 것처럼 즐겁게 보았네요.



다른 것보다 이 책이 기억에 남는 것은 번역도 있습니다.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단어 하나 때문에 감탄하기도 했고요. 60쪽에 커피와 우유의 조화에 대한 언급에서, "완경기 여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고 쓴 것은 책 읽으면서 처음 보았습니다. 신기해서 번역자 이름을 보니 익숙했고, 정보를 확인하니 피너츠 완역본 번역중이신 분이로군요. 오옷.+ㅅ+ 거꾸로 피너츠 완역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공간 문제로 아직 못샀는데, 살까...?



커피도구나, 카우보이 커피 같은 특이한 커피 만드는 법도 있으니 커피 좋아하신다면 꼭 챙겨모세요. 그림도 좋습니다.



래니 킹스턴. 『완벽한 커피 한 잔: 원두의 과학』, 신소희 옮김. 벤치워머스(푸른숲), 2017, 14000원.


책 편집, 책 판형, 제본, 그리고 손에 잡히는 느낌까지 모두 마음에 듭니다. 책의 물리적 형태가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은 오랜만에 만나네요.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다음에 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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