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그릇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릇 구경은 종종 윈도쇼핑으로도 연결됩니다. 쇼윈도와도 비슷하게, 내가 쓰지는 못하지만 잘 차려낸 테이블 세팅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 좋아지는 그런 것 말입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포함해 여러 잡지에 등장하는 고가의 물품을 보는 건 사고 싶거나 갖고 싶다를 넘어서 그런 윈도쇼핑을 즐기는 것에 가깝습니다.

서론이 장황한 것은 이 책을 집어들면서 기대한 것은 그런 감정이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덜 나왔기 때문입니다. 흰색 그릇을 사는데 저렴한 것부터 시작한다며 이마트의 자연주의 시리즈를 구입하고 차츰 광주요 등으로 넘어갈거라고 한다거나, 의외로 괜찮은 그릇이 많다며 다이소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카사미아의 스톤웨어를 추천하는 것도 기대하는 것에 못미친 것 같습니다. 가격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그래서 비슷한 라인의 수입 스톤웨어보다 얼마나 저렴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더군요.


대놓고 말하면 왜 처음부터 광주요나 한국도자기를 쓰지 않고 왜 수입 스톤웨어를 쓰지 않냐고 따지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ㅁ= 남의 집 찬장 구경을 할 때는 비싼 그릇을 하나씩 모아서 이렇게 세팅하고 있다는 걸 보고 싶은 거지 저렴한 그릇을 쓰고 있다고 하는 건 덜 보고 싶습니다. 미처 몰랐던 그릇 가게를 안다거나, 브랜드를 안다거나, 라인을 한다거나 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그나마 우일요의 그릇 이야기나 도농도예의 그릇 이야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도농도예의 대표로 소개된 인현식의 그릇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색해보니 KCDF에서도 판매하는 것 같아 온라인샵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이름(인현식)으로 등록되었네요.



줄무늬 홍차 탕관 은잔세트.(링크)

탕관은 650~700ml, 잔은 100ml랍니다.






판매링크(링크)는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 온라인샵의 것입니다. '줄무늬 금부장식 은손잡이 상파다관과 은잔세트'로 가격은 ...(하략)

그렇지만 저 다관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은과 금 때문에 비싸기도 하지만 만드는 방법 자체도 복잡하군요. 손잡이는 은판을 성형하고 금으로 장식했고, 은잔은 은페이스트를 바른 것이랍니다. 책을 보면 다관 만드는 자체도 매우 어렵다고 하는군요. 삼수삼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삼수는 절수 출수 금수라는군요. 삼평은 뚜껑을 빼고 뒤집어 놓았을 때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뚜껑 뺀 윗부분과 주둥이 부분의 수평이 맞아야 가능하답니다. 절수는 물을 따르다가 멈췄을 때 똑 끊기는 것이고, 출수는 물이 잘 나오는 것이고, 금수는 새지 않는 것입니다. 설명을 읽고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좋은 주전자의 기본 요건입니다. 게다가 저 탕관들은 뚜껑에 구멍이 있어 차 따를 때 절수도 잘 될 것이 보이고..!



책에는 참외무늬 탕관도 있지만 KCDF에는 없고요, 은손잡이 다관은 있습니다.



은손잡이 차거름망.(링크)

이건 위에서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하나쯤 두고 싶은 그런 멋진 공예품이네요. 여기라면 자몽차 우려 마시기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쓰려면 저게 들어갈 정도의 머그가 있어야 하나요. 65×65×100mm이니 지금 머그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로군요.



이런 그릇은 '돈만 많다면 내가 잔뜩 살텐데'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하나 씩 마련해야지'의 마음가짐으로 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 그러니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 달에 얼마간씩 작은 봉투에 돈을 넣어 현금을 모아 둔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나씩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만. 좋아하는 물건이 매번 생기고 매번 바뀌고, 안 쓴 채 상자에 보관만 한다면 뭐...(먼산) 그러니 그릇은 종종 꺼내서 써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론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지만 마음에 드는 도예가 한 사람은 알았습니다. 지름목록이 늘어가는 것은 빈 통장에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 명은 알았으니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군요.




장민, 주윤경. 『남의 집 찬장 구경』. 앨리스, 2015, 15000원.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그릇은 취향입니다. 그 때 그 때 마음에 따라서 취향은 바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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