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희망도 없는 느낌의 책. 덮고 나면 그 생각이 먼저 듭니다. =ㅁ= 그럼에도 미미여사고, 그럼에도 북스피어고, 그럼에도 미야베월드 2막이라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보니 참 좋은데 뒤끝만 좀..;ㅂ;



미야베월드가 항상 희망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외딴집』은 한 번만 읽고 포기한 게 그래서였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 『맏물 이야기』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흑백』이나 『안주』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유미노스케 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읽고 나면 허탈함에 늘어지거든요.

『신이 없는 달』은 『맏물 이야기』처럼 각 절기에 맞춘 12달의 이야기를 읽고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꿈과 희망이 안 보였습니다. 희망이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읽은 G가 비녀 이야기를 제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꼽았습니다. 읽기 전 각오는 했는데 저는 오히려 표제작이 제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표제작은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잔잔한데 읽다보면 그 장면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짧은 단막극. 아니, 30분짜리 영상으로도 좋습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은 오픈 엔딩. ... ...;ㅂ; 으어어어어.;ㅂ; 하지만 뒷 이야기는 정말로 적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표제작은 직전에 나온 『맏물 이야기』와 이어지는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런 건데 확신은 안섭니다. 다시 한 번 찾아 읽어야겠네요.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에도시리즈의 단편들은 대개 사건을 풀어 놓고 그게 원한에 의한 괴의건 아니건 간에 실마리를 찾아 가는 고전 추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신이 없는 달」이나 「종이 눈보라」는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벗겨 나갑니다. 그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영화 용어로도 있을 것인데, 손끝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페이드아웃 시켜 전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두 사람의 대화와 오버랩 시키는 것 같은. 그것이 「신이 없는 달」의 기법(작법)이라고 하면 「종이 눈보라」는 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면서 번갈아 가며 그 사람이 겪은 일, 겪어온 일을 차례로 풀어 마지막에 한 번에 어떤 사건인지를 보여줍니다. 그 사람이 어떤 짓을 벌인 것인지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와 거의 동시에, 맨 마지막에 풀립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단막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보면 이건 결말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소설 속의 다양한 작법을 시험한 이야기 모음으로 보아도 좋을 겁니다. 대체적으로 결말은 씁쓸하지만 원래 인생이란게 그러니까요. 곰씹어 보면 달콤한 것과 쓴 것이 번갈아 오지만 그 때 그 때의 상태에 따라 어느 쪽의 맛이 강했는지 결정되지요. 대체적으로 이 책은 쓴맛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거지요......



미야베 미유키. 『신이 없는 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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