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cm>, 신카이 마코토
G는 저보다 영화를 자주 봅니다. 하기야 제가 보는 영화 수가 굉장히 적긴 합니다. 심할 때는 1년에 한 편 볼 때도 있거든요. 아니, 더 심할 때는 1년에 한 번도 영화관에 안갑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안갔지만 대학교 때도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강 기억을 추릴 수 있으니 주저리 주저리 써 보면 이렇습니다.

라이언킹, 마이크로코스모스, 스크림, 에비타, 뮬란 : 이쪽은 다 지방에서 본 것으로 대학교 3학년 때까지입니다.
이 이후에 반지의 제왕 1, 3(2는 DVD방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나니아 연대기 1, 찰리와 초콜릿 공장(조니뎁버전).. 정도? 더 본 것이 있다 해도 한 손에 꼽을 수준일겁니다. 영화보다는 소설 쪽이 더 취향이라 그런건지 어떤건지. 하여간 그랬던 제가 최근 영화 두 편을 거의 연달아 봤습니다. 6월 셋째 주에 보았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어제 보고 온 초속 5cm.

그랬던 제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 보고 초속 5cm는 생각이 없다고 하다가 불시에 보러간 것은 먼저 보러 다녀온 G 덕분이었습니다. 항상 조조만 할인카드를 써서 1-2천원 수준에 보던 녀석이 일요일 저녁에 꽤 비싼 돈을 주고 보러 다녀오길래 걱정했더니만, 어땠냐는 제 질문에 깔끔하게 대답했습니다. "괜찮았어."
평소에는 영화평이 짠 녀석이 제 돈 주고 본 영화에 이렇게까지 평하다니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저도 순식간에 카드를 긁은 것이었지요. 현금도 있었으나 할인되는 것은 카드입니다.;

아마 제목인 초속 5cm의 뜻은 대강 들어서 아실겁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는군요. 그걸 알고는 G와 산술계산을 해서 초속 5cm면 160cm떨어지는데 대략 32초 걸린다는 잡담도 했었지요.
이 이야기는 총 3부로 나뉩니다. 세 가지의 짧은 애니메이션이 전체 이야기를 이루고 있지요. 시간 순서대로니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애니의 감상을 해칠 수 있으니 넘어갑니다. 훗훗.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초속 5cm 중에서는 초속 5cm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미 자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더 나았을지 모르지만 전 초속 5cm가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1시간 남짓한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카가야의 그림을 보는 듯한 그 하늘과, 영상과, 그 현실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조조로도 못보고 그냥 퇴근길에 상암까지 가서 보고 왔지만 그 시간과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편의 노래가 너무 크게 틀어진 탓에 귀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익숙한(-_-) 신주쿠 주변의 풍경, 다카시마야 백화점. 그리고 2편에서 나온 그 섬. 언젠가 한 번 꼭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라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릅니다.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감독님의 현실감각에 감탄했달까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도서관에 신청을, 초속 5cm는 소장용으로 주문할 예정입니다. 두 영화에 대한 애정도 차이는 이정도.


덧붙여,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現實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역시 남자의 첫사랑은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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