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여배우 C씨와 유명남배우 L씨가 같이 출연하는 모 일일 드라마. 어머니가 꼬박꼬박 챙겨보셔서 어쩌다보니 저도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안 보는 날은 안보고, 가능하면 안 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중독성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피하려고 하거든요. 그럼에도 몇 번 보다보니 대강의 내용 파악이 다 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 드라마가 친구들과의 화제에 오르는 경우도 있고요.
엊그제 말한 G의 드라마 평.
"역시 남자의 첫사랑은 무서워."
ㅠ_ㅠb
(그 아가씨가 이걸 읽으면 맞겠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언어가 심금을 울립니다. 진짜 남자의 첫사랑은 무섭다니까요. 양쪽 남자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말이 튀어나올 지경이니...
그제의 모임에서도 결혼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 어제 어머니와 운동하면서도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나온 것은 결혼시 남녀의 학벌차에 대한 이야기 였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들 하나, 딸 하나 가진 어느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발단이 되었지요. 아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서울 시내의 대학을 다니면 다 서울대지 뭐고, 딸 두고 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딸(서울 내 대학인듯)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지 않나?라며 슬쩍 서열을 잡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 뿐만이 아니예요. 아들만 가진 아주머니, 딸만 가진 아주머니, 아들 딸 둘다 가진 아주머니들도 공히, 그렇게 생각하나봅니다.
제 생각엔 서울 내 상위권 대학 나와서 둥기둥기하고 있는 백수보다는 지방대를 나와서 공무원 하는 쪽이 건실하다고 보는데 말이죠. 물론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고 결혼을 할 것이냐 묻는다면 고민할겁니다. 아니아니, 그래도 이정도 수준의 남자라면 학벌이건 뭐건 신경 안쓰고 살 수 있을거예요. 어떤 남자들이냐 하면....;;
1. 난자와 난자, 정자와 정자 만으로 수정란을 만들었을 때의 이후 문제점 발생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
2. 파리스가 누구인지, 얘랑 오딧세우스의 관계를 안다.
3. 도서관의 서가 배열이 어떤 규칙으로 되어 있는지 대강은 안다.
4. PS2, NDSL이 뭐하는 물건인지 안다.
5. 한 달에 10권까지는 안되어도,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는다. 무협지, 판타지 소설, 만화책을 뺀다면 한 달에 한 권, 위에 언급한 것 외의 책을 읽는다.
6.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는다.
(중요합니다, 이거.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싫어하지는 말아주세요.)
7. 저녁형 인간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저, 아침형인간입니다. 저녁형 인간과 같이 사는건 어려워요.)
8. 국외여행 자주 다니는 걸 문제삼지 않는다. 나도 자주가는데 뭘?
9. 스콘, 팬케이크, 와플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안다.
10. 고디바가 뭐하는 회사인지 안다.
11. 녹차, 홍차의 차이를 안다.
12. 다치바나 다카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어봤거나 혹은 뭐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
12번까지 쓰고 나니 암울.ㄱ-
하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위의 답을 맞출 수 있으시겠지요. 가장 난해하기는 1번이 아닐까 싶긴 한데. 생물학적 발생의 문제와 성교육의 관련에 대해 잠시 고찰을...?;
엊그제 생각했을 때는 이보다 더 난해한 문제에 난해한 답을 만들어두었지만 메모하지 않았더니 손 사이로 빠져나갔습니다. 아쉽군요. 그걸 보여주면 아마 주변 친구들은 "그냥 혼자 살아라"라고 이야기를 해줬을 텐데요.
절대 부모님께는 보여드리지 못할 목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흑흑흑.;
답은 아래에 접어 둡니다.
1 답. 유전적 각인. 난자, 혹은 정자의 유전자에는 이 유전자가 모계와 부계 어느 쪽에서 왔는지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계 유전자만 합쳐진 정자수정란은 뇌가 생기지 않고(...) 모계 유전자만 합쳐진 난자수정란은 태반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론은 발생 불가.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유전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면 감사.;ㅂ; 이런 재미없는 과학에는 왜 관심을 두냐고 타박하면 ..... 깨져야죠.
2 답. 파리스가 누구인지, 얘랑 오딧세우스의 관계를 안다.
영화 트로이를 보았다면 파리스를 두고 아, 올랜도 블룸?이란 동문서답을 할지도 모르지만, 양치기였는데 세 여신의 미에 대해 심판하다가 유부녀와 바람나서 나라를 말아먹은 왕자라고만 해도 좋습니다. 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10년간 전쟁에 휘말렸던 오딧세우스는 끝나고 10년간을 또 지중해를 헤매죠. 물론 그게 헤맨 것인지 아니면 놀다 그랬는지 알 수 없음. 키르케와 산게 7년이라고 했던가요?
3 답. 주제별로, 국가별로 나뉘어 있다라는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찾는다 해도 괜찮고요. 그냥 도서관 이용법을 안다면 그걸로도...
4 답. 마비노기, Final Fantasy의 세계관, 프린세스 메이커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저게 게임기라는 정도까지만 알아도.....
5 답. 근데 저도 이정도 책을 읽긴 하던가요?; 최근에 읽는 다른 책들은 수필이나 여행기나 요리책이 전부인듯합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6 답. 생각해보니 저는 또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으음. 이거 퀘스트 난이도가 점점더 올라갑니다. 역시 싱글로 살아야 하는건가요.
7 답. 저는 저녁 일찍 자서 일찍 일어납니다. 저녁형 인간은 보통 주말에도 8-9시까지 아침잠을 잘텐데 최근의 제 패턴은 오전 6시 기상입니다. 지난주는 5시 30분이었지만요. 아침부터 일어나 돌아다닐텐데 그럼 싸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8-9시까지 자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하루를 길게 보내는 비결인걸요.
8 답. 실은 아사쿠사와 센소지의 차이를 안다라는 엉뚱한 문제를 낼까도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일본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종종 놀러가는 사람이라면 제가 자주 여행다니는 것도 뭐라 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생각만;)
그렇다고 반년 벌어서 두 달 여행가고, 돌아와서는 또 돈 벌어 여행가는 타입의 남자는 싫습니다. 지난번에 이런 타입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생활은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하는 모양입니다. 애들도 있는데 참...
9 답.
- 스콘 : 반죽도 뻑뻑하고 구운 빵도 약간 단단한 타입. 냉장버터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 특징. 영국의 애프터눈 티타임에 종종 등장하며 파파이스에서 파는 비스킷과 유사하다. 홍차에 곁들이는게 좋다.
- 팬케이크 : 이쪽은 반죽이 묽으며 프라이팬에 구워낸다. 메이플 시럽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 듯. 커피랑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 와플 : 격자무늬의 와플 틀에 굽는다. 노점에서 파는 것은 반죽이 굉장히 묽고 격자무늬도 촘촘하지만 벨기에 와플은 조금 진득한 반죽에, 두께도 두껍다. 다양한 시럽을 곁들여 먹는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셋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저 "밀가루랑 달걀이랑 우유랑 설탕 넣어 만드는 서양 과자 아냐?"라는 답을 주지 않는다면야 괜찮습니다. 만족하려면 저것 비슷한 정도로 대답을 해줘야겠지만 어렵죠.
10 답. 기본은 초콜릿. 하지만 종종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커피라든지 홍차를 팔기도 한다. 아이스크림도 있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지만 먹어봤다면 그걸로도 좋고요. 아예 고디바의 로고부터 시작해 그 전설까지 줄줄 읊는다면 더 좋지요.
11 답. 발효하지 않고, 발효하고의 차이. 홍차는 서양에서 주로 마셨고 녹차는 동양에서 주로 마셨고. 설마하니 답을 "녹색 차랑 빨강 차 아냐?"라고 주진 않겠지요?
12 답. 좋아하는 작가라 한 번 넣어봤습니다. 로마인 이야기가 나오면 10점,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나오면 80점, 레판토 해전까지 나오면 90점, 남자들에게나 침묵하는 소수가 나오면 100점. 이쯤되면 아마 꽤 여러 권 읽지 않았을까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읽은 책이 없어도 저널까지만 나오면 OK.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는 제목이 가장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