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동행인인 G는 저랑 여행을 가장 자주 다닌 인물입니다. 매번 여행을 같이 가면서 맨 끝은 ' 저 놈하고 두 번 다시 안가!'라고 포효하는데서 끝맺는데, 지난번 여행에서 하도 시달리다보니 만만한 것이 G라, 같이 가자고 꼬신 거죠. 털실 구입을 위해 통역사가 필요했던 G와 마음 편한 동행자가 필요했던 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겁니다. 목표는 다르지만 목적은 일치. 그러면 갈만 하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여행 당일 아침에 공항에서부터 한숨과 함께 갈려 나가는데. 혼자 있을 때면 끝의 끝까지 고민하다가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을 텐데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G는 투덜거리기만 할 뿐 밀어 붙이지는 않더군요. 불평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며 시작한 터라 이번 여행이 쉽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뭐, 생각만 그랬지 실제로는 그럭저럭 평타는 쳤습니다. 이정도면 다음 여행도 같이 갈만하다 생각했으니까요.


G의 특성은 주요 주변인물인 앤디도 이미 파악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If you do not feed G, he bite you.


쉽게 말해, 먹을 걸 안 주면 물립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내식을 포함해 부실한 음식을 먹고 피곤한 일정을 소화한 G는 점심 식사로 프로인도리브에 가기 전까지 내내 저를 물고 놓지 않더군요. 왕!





배고픈 G를 달래기 위해 온 프로인도리브. 여기까지의 여정도 다난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 둘 터이니 읽어보실 분들은 열어보세요. 특히 사노님은 참조하시어요.-ㅁ-



프로인도리브의 런치는 오후 2시까지입니다. 원래는 아슬아슬하게 런치 먹겠다 싶었는데 12시 10분에 착륙한 순간 이미 그 꿈은 버렸죠. 하하하하하.

메뉴판을 받아들고 음식을 주문하자 저렇게 1인당 하나씩 과자가 담긴 작은 컵을 내줍니다. 컵은 샷잔 정도 크기.;





그리고 잠시 뒤, 음식 먹을 도구와 접시를 내줍니다. 도구는 나이프와 포크, 젓가락이 함께 나오더군요.






커피용 설탕은 앵무새설탕입니다. 하나쯤 챙겨올걸 그랬나요. 원래 커피에는 설탕 안 넣어 먹지만 밀크티에는 가끔 넣어 먹으니.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오늘의 수프입니다. 샌드위치 두 종과 수프 하나, 카페오레를 주문했는데 전채 개념이라 그런지 수프가 나오더군요. 오늘(화요일)의 수프는 콘수프입니다. 스위트콘으로 만든 달큰한 수프가 입맛을 확 돋웁니다. 그 직전까지 절 물어뜯던 G는 수프를 한 숟가락 먹고 나서는 화사하게 웃으며 무는 걸 멈췄습니다.(크흡)






G가 주문한 것은 달걀과 소시지. 제가 주문한 것은 기본 샌드위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 ... 뭐더라. BLT는 아니고 하여간 굉장히 기본적인 샌드위치입니다. 햄과 고기와 달걀, 상추가 들어간 샌드위치입니다. 거기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파스타 샐러드가 함께 나옵니다.






달걀과 소시지는 빵을 두 종 선택할 수 있답니다. 어떤 것이 있냐 물으니 샘플을 가져다 주는군요. 거기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두 종 골랐습니다. G가 좋아하는 것은 단빵이나 뭐가 들어간 빵보다는 아무것도 안 들어간 빵. 나온 것을 보면 아침식사 메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 간간하게 느껴졌지만 이날 이모저모 피곤해서 입맛이 썼을 겁니다. 여행 기간 내내 그러긴 했지만 주요 원인은 위의 소화력이 떨어졌다는 것, 그리하여 입맛도 상대적으로 안 좋았다는 것이겠지요. 여행 직전부터 다녀온 다음날까지 감기기운이 있어 내내 긴장했습니다. 그런 고로 여행 기간 중의 입맛은 ... 으으음. 여행은 역시 돈과 시간과 체력(건강)의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뒤늦게 나온 카페오레는 받아보고는 맛 없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가격이 얼마더라. 영수증을 통째로 G가 가지고 있어서 확인은 못했는데 500엔 전후일겁니다.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가 베이스고 카페오레는 드립커피가 베이스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쪽은 카페오레인데 진하지 않고 적절하게 쌉쌀한 맛이 나는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설탕을 넣어서 마셔도 괜찮겠다 생각했지만 뜨끈한 음료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다만 지난 번 여행 때도 그랬고 이번 여행 때도, 고베는 비였습니다. 비 예보도 없었고 강수확률도 30%였는데, 산노미야역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날이 흐리다 싶더니만 비가 내렸습니다. 코트가 홀랑 젖었지만 또 금방 마르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덕분에 고베는 왠지 비. 그런 이미지로 자리잡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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