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코타로, <러시 라이프>, 한스미디어, 2006 (양억관)
이사카 코타로, <종말의 바보>,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윤덕주)

이사카 코타로일지, 이사카 고타로일지(코타로에 한표!) 모르니 영문으로. 영문으로도 K인데 참...

이 사람 책을 서점에서 검색하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많이 쓰기도 했지만 번역도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생각해보면 첫 책은 사신 치바였습니다. 느낌이 꽤 마음에 들기도 해서 주변에 여러 번 추천한 책이었지요. 이후 손을 안댔다가 최근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한번에 쏟아져 들어와서 몇 권 읽어봤습니다.
묘하군요.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까지만 좋다고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만 찾아 읽지만 이 사람 책도 처럼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립니다. 사신 치바나 종말의 바보는 취향이지만 러시 라이프나 오듀본의 기도는 아닙니다. 오듀본~의 경우는 경계에서 살짝 불호(不好)로 치우쳤지만 러시 라이프는 확실히 불호입니다.

러시라이프는 어느 역을 중심으로 해서 서로 얽고 얽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화자의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에서 등장한 누군가가 그 다음에 스치듯 지나간다거나,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는 전체 등장인물이 우르르 달려 나와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합니다. 구성은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산만하죠.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결국 나중에는 후르륵 넘겨 보며 여기 등장하는 인물이 여기서 이렇게 일해서 저렇게 되는데, 그럼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절규하고 말았습니다. 진짜 맨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 시간표를 만들어서 쫓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만들려고 했지만 뭔가, 시간이 이상하게 엉키는 통에 손대기 난감하더군요.)
오듀본의 주인공도 여기에 살짝 등장합니다.

종말의 바보는 다른것보다 챕터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이것도 같은 공간(어느 맨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됩니다. 맨션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한 챕터 한 챕터의 주인공이 됩니다. 러시라이프와 비슷하게, 전 편의 주인공은 다음편에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등장한다거나 합니다. 물론 같은 마을 주민이니까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지요.
챕터 제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발음입니다.

01_종말의 바보(終末のフ-ル)
02_태양의 약속(太陽のシ-ル)
03_형제의 복수(籠城のビ-ル)
04_동면의 소녀(冬眠のガ-ル)
05_강철의 킥복서(鐵鋼のウ-ル)
06_소행성의 밤(天體のヨ-ル)
07_가족의 탄생(演劇のオ-ル)
08_노인의 망루(深海のポ-ル)

말장난이죠.^^;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의 접근으로 인류 멸망(지구 멸망은 아니죠. 인류가 죽는다고 지구가 죽는 것은 아닐테니.)이 3년 남은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종말을 눈 앞에 두고도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야기라 더욱더. 인류 멸망이 머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을 챙겨들고 어딘가 도서관에서 뒹굴뒹굴 책을 읽지 않을까 싶군요.
이런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하고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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