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미쓰다 신조의 책을 정리해 올리면서 『붉은 눈』을 읽었는지 아닌지 헷갈린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이번에 읽어보니 두 번째가 맞습니다. 장편소설로 나온 맨 마지막 단편 「사상학 탐정」까지 다 보았더군요.


전체 8편의 단편이 있고 단편 사이에 총 4개의 괴담 기담이 있습니다. 그러니 실린 이야기는 12편이지요.


표제작인 「붉은 눈」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직설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서 말하면 기분이 더럽게 나쁩니다. 다른 건 다 빼고 마지막 부분을 보면 행운의 편지를 읽은 것 같은 찜찜함이 남아 그렇습니다. 다른 공포소설이 그렇듯 이 이야기도 쫓기는 이야기입니다. 「재나방 남자의 공포」나 「죽음이 으뜸이다;사상학 탐정」을 빼면 나머지는 쫓기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맞거울의 지옥」도 조금은 그런 분위기지만 전래동화에서 나온 것과 같은 구조라 조금 낫습니다. 그리고 다들 잡히지 않으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완전히 도망친다고 해도 다 도망친 것은 아닌 것이 걸리고, 도망치더라도 누군가에게 짐을 떠넘겨야 하는 구조가 많습니다. 기분 안 좋아요.


제일 기분 나빴던 이야기는 단연 「괴기 사진 작가」. 「뒷골목의 상가」는 배경이 배경인지라 더 실감나더군요. 그러고 보면 미쓰다 신조의 소설에도 간사이가 많이 나옵니다. 아니나달라, 나라현 출신이네요. 미쓰다 신조 시리즈는 아예 간사이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언급도 있잖아요. 교토에서 휘말린 이야기도 종종 나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백사당』, 『사관장』도 분명 교토 주변의 이야기였고요. 『백사당』을 읽을 때 묘하게 어디서 읽은 것 같다, 기시감이 든다 생각했더니 「뒷골목의 상가」를 먼저 보아 그랬던 모양입니다. 닮은 부분이 있어요. 그마만큼 읽고 나면 기분이 안 좋습니다. 특히 나가야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ㅠ_ㅠ; 이럴 때는 『골목길 연가』를 읽으면서 힐링하면 될까요? 아니면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


단편소설이라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반복해서 쫓기다보면 아마 진이 빠질 겁니다. 절반쯤 남은 상황에서 자기 전에 다 읽겠다고 잠자리 책으로 집어 들었다가 후회하고는 다른 책으로 힐링하고 잤습니다. 하하하.;ㅂ; 다들 읽으실 때 등 뒤 조심하세요.



미쓰다 신조. 『붉은 눈』,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청림출판),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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