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황매, 2006

이사카 고타로인지 코타로인지.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 책도 나오기 전에는, 다른 책에서 소개될 때 오듀본의 기원이라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祈り. 기도, 기원 둘다 맞겠지요.

참으로 묘한 책입니다.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은 흡입력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 흡입력은 주인공에게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묘한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압권인 허수아비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지요. 이 허수아비의 제작비화(전설)을 듣게 되면 그것도 참 묘합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주인공인 이토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일본과 단절된 작은 섬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강도짓을 하다가 동창(경찰입니다)에게 걸렸다는 것. 그 동창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 중 하나이며...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하면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런 녀석이 경찰이라니 참. 하여간 이토는 그 섬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몇 안되는 사람으로 추앙받으며 이 섬에 없는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존재로 받들어집니다. 하지만 이토가 섬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의 정신적 지주가 죽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듀본은 새 그림을 잘 그렸던 화가입니다. 여행비둘기의 종말을 안타까워 했던 사람이지요. 오듀본의 기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시면 될겁니다.

살인사건의 범인도, 섬에 얽힌 이야기도, 섬에 부족했던 것도 독특합니다. 얽히고 섥힌 관계가 모든 것의 중심이랄까요. 그걸 쫓아가다 보면 고개를 돌릴 틈도 없습니다. 책이 두껍지만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국 소설 출간하듯 출간하면 굉장히 얇아질 걸요. 일본 소설을 하드커버의 양장으로 출간하는 건 분량이 적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덕분에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근 차근 읽어나가야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벚꽃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엔딩 부분의 벚꽃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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