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시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당시는 이미 먼 옛적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밀가루를 비롯하여 식자재의 값이 엄청나게 뛰어오른 것은 기억합니다. 한국은 그래도 반응이 덜했던 것이, 주식에 해당하는 쌀 가격은 심각한 정도로 뛰어오르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다만 그런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덩달아 외식비용도 증가하긴 했을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그 금융위기의 식량값 폭등에서 시작해, 자연재해가 몰려와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킬 경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한국 사례가 아니라 독일 사례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현실성이 있는 걸까요.

책에도 언급이 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는 식량 공급이 끊어질 경우 딱 3일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3일이나 버티냐 싶기도 하지만요. 지금 제 냉장고에는 달걀 하나, 우유 반 팩, 주스 반 팩, 쌀 약간, 사과 여러 개만 들어 있습니다. 그것 가지고는 3일은 무리일겁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쌀만 있으니까요. (그건 반찬에 해당하는 것이 카레라.-_-)


읽는 동안 공감과 반감이 교차하더군요. 상당 부분은 반감에 가깝긴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 거기에 독일이라면 모를까, 서울에서는 매연을 먹고 자란 식물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일반 도시농업이 아니라 옥상 농업이 기능하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 농업 혹은 자투리땅 농업을 다룬 책으로는 차라리 『텃밭의 기적』이 더 와닿았습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이 책은 사례만 수집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진행중이다-라고. 다시 말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지속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러 국가의 이야기를 모았지만 그건 연구보고서처럼 외국의 사례를 조사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이런 종류의 연구 보고서에 등장한 내용은 50%쯤 깎고 들어갑니다. 실제 그만큼 성공하고 잘 운영된 사례는 많지 않을 거다라고 말이죠.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골라 적어보았습니다.



p.19

(중략) 흙으로 스며든 물은 소금을 만들기 때문이다.

앞 뒤 이야기를 붙이면, 인공 급수가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공 급수를 하면 흙으로 스며든 물이 소금을 만들어 토양을 망가뜨린답니다.

정말? H₂O가 어떻게 NaCl로 변하는 거죠?



p.26

FAO는 <2050년의 세게를 어떻게 먹여 살릴까>라는 보고서에서 바이오연료 계획이 전 세계적인 식량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같이 언급되었듯이 옥수수가 문제죠. 사료용 옥수수,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액상과당용 옥수수.



p.35-36

1850년 도시 권역에 방목된 소는 2만 마리가 넘었다. 역사 기록을 보면 매년 소가 25만 톤, 말이 20만 톤의 배설물을 도시에 쏟아냈다. 밭에서 채소와 과일을 키우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렇게 해서 런던은 먹거리의 대부분(80퍼센트)을 자급자족했다.

정말? 배설물 처리도 굉장히 힘들지 않았던가요. 그걸 채마밭에 써서 환원했던가..?


다만 그 뒤에 이어지는 독일 밤베르크의 자급자족 이야기처럼 도시 내에 작은 채마밭을 여럿 만들고 관리하여 도시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상당히 멋집니다.



p.40

전기를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농장'을 만드는 건 그닥 취향에 안 맞습니다. 60쪽에서 지적된 대로 에너지 소비문제가 상당하죠. 게다가 그 농장 자체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니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상당히 고생해야 할 겁니다.



그 뒤에는 죽 정원이나 텃밭 임대,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것 좋아요. 자투리 땅에다가 밭을 일구는 그런 것. 협동농장과 비슷하게, 농장과 농부 자체를 임대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농장도 있더군요. 협동농장인데, 아예 전업 농부를 두는 겁니다. 거기서 고기와 유제품, 달걀,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받고요. 이런 형태도 재미있는데 100 헥타르의 농장이 90가구 300여 명의 식량을 공급하며 성인 한 명당 150 유로, 아이는 그 절반을 매월 회비로 납부하여 운영한답니다.(p.84) 4인 가족으로 따지면 성인 3사람 몫. 그러니까 450 유로일 테고 ... 의외로 월 회비가 비싸네요. 현재 환율로는 60만원 조금 안됩니다. 1인 가족이라면 그럭저럭 견딜만 한데 4인 가족으로 따지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말입니다.


강가 습지 같이 빈 땅에 공동텃밭을 만드는 경우도 있답니다.(p.104) 다만 이런 시도가 있던 오스트리아는 텃밭이나 과실수를 가로수로 심는 것에 대한 상당한 반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유럽은 공동경제권을 만들면서 인근 지역에서의 농업을 상당부분 포기한 모양입니다.(p.113) 그러고 보니 엊그제 교보에서 얼핏 지나친 어느 책은 로하스, 근거리 지역의 상품만 소비하는 생활을 시도한 미국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데, 범위가 반경 350km더랍니다. 이리되면 일단 커피는 물건너가고..? 이렇게 따지면 한국은 전국 어디서든 대부분의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지요. 단 제주도는 남쪽지방에만 공급이 가능하겠네요.


취리히도 게릴라 가드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p.119) 한국은 있던가요? 지방도시에서는 자투리땅에 고추든 호박이든 심는 일이 종종 있죠.



p.172

(중략)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하도록 만들거나 브로콜리를 먹이려는 모든 노력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그들에게 요리를 해줄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강에 좋은 것을 가려 먹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칠 부모의 능력은 갈수록 더 많은 어머니들이 직장생활에 나서기 시작한 20세기 중반부터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중략) 1996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 사이의 여성 3분의 2가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음, 그럼 남자는요? 지금 조사한다면 또 어떨까요? 이미 20년 전 연구니 말입니다.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에 따르면 음식 강좌랑 요리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이 더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는군요. 음식도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p.203-204

부지를 확보한 뒤 거기에 나무를 심어 목재를 통한 수익을 노리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실수를 심으면 지저분해진다고 주변 주민들이 싫어했다는군요. 거기에 채소를 위한 공동 텃밭 같은 것은 지저분한데다 쥐 같은 불청객도 끌어 들인답니다. 으으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주택지 주변에 자리잡은 부지에다가 나무를 심어 목재로 수익을 내려면 그거 최소 10년은 묵혀야 하지 않나요. 과연?



p.212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세이카추 클럽이라 번역했는데, 이건 生活클럽이니까 세이가쓰 클럽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마 Seikatsu를 철자 그대로 읽었나봅니다.

214쪽에는 NTT가 옥상에서 고구마를 심고 급수를 하여 온도 하강이랑 작물 수확으로 일거양득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근데 어떤 규모로 심었길래 식단에도 쓰고 독한 술도 빚고 판매도 한 거죠?; 녹색 고구마란 이름으로 시장에 출하되었다는데, 그렇다면 아마도 미도리 고코이모..?



p.240 스리랑카가 도시 한 곳에서 벌인 녹색 운동이 있었다는데..

스리랑카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중략) 그래서 농업 문제와 도시 식생활 문제를 국가 정책에 의식적으로 반영했다. 스리랑카는 도시 농업과 도시 텃밭 그리고 이를 주로 경작하는 여성에게 정치적 지원을 강화하는 세 가지 법안을 발효시켰다.

맞벌이가 아니니 가능한 거죠. 맞벌이라고 해도 보통은 여자쪽이 일일 잡역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직장을 가지고 꾸준하게 출근해야하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텃밭 가꾸기를 추가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고, 정 안되면 집안 식솔, 즉 노부모나 아이들의 일손을 빌리겠지요. 설마하니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도입할까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맞습니다. 정치적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그리고 그 뒷부분은 반쯤 졸면서 보아서 제대로 확인은 못했네요. 여러 사례를 모으긴 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하하하.... 하여간 덕분에 소개된 사례 중 하나에서처럼 곡물 포대를 화분 대신 써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습니다. 내년에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빌프리트 봄머트. 『빵과 벽돌: 미래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김희상 옮김. 알마, 2015,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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