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베 세이코, <아주 사적인 시간>, 북스토리, 2007

본제는 私的生活. 원제가 훨씬 느낌을 잘살리고 있지만 사적생활이란 제목을 그대로 쓰자니 한국어로의 어감은 안 좋지요. 그래서 아주 사적인 시간이란 제목을 썼나봅니다.

책을 내려 놓은 순간 제목을 100%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81년 작이라는데 시간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점도 대단하지요. 아니, 조금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 고풍적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뭐라 설명을 해야할지. 처음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았을 때는 뭔가, 영계 남자를 꿰어찬 능수능란한 여자의 부잣집 마나님 탈출기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아닙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꽤 잘된 내용 요약이지만 그건 책을 다 읽었을 때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고, 읽는 과정에서는 그 이야기가 언제쯤 나오나라고 생각하며 따라가기 바쁩니다. 그러니 그런 내용 소개는 잠시 접어두고 책에 몰두하셔도 좋습니다.

자, 여기부터는 진짜 감상입니다. 가짜 감상도 있냐고 물으신다면, 두리뭉실한 감상은 있다라고 답하겠습니다.(웃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잠시 고민하다 깨달았습니다. 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손에서 떼기 싫었는지, 왜 여주인공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이 되어 울컥했는지 말입니다. 간단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점이라 하면 경제생활이 좀더 안정될 수 있다라는 점이지요. 주인공인 노리코는 특히 더 재벌 2세랑 결혼했으니 그런 점이 확연히 보이지만 맞벌이를 하게 되면 돈 모으는 것이 좀더 쉬워지지 않나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비춰봐도 그렇습니다.

단점? 여기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바람이야 그렇다 쳐도(물론 실제 제가 당하게 되면 화산폭발이 일어나겠지만;) 남편이라는 존재와 계속 연애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언젠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끝나게 되면 그 때는 서로간의 코드를 조율해 파장을 맞춰 나가면서 생활을 이뤄야 할 것인데, 노리코와 고의 커플은 그렇지 못합니다. 처음 노리코가 결혼할 때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해나가겠다고 생각했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지요. 고의 생활에 휘둘리고 결국엔 자신의 사적영역들이 하나 둘 잘려나가는 것을 맛봐야 합니다. 처음엔 일, 친구,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과 예전의 사적기록인 일기까지. 거기에 노리코와 고는 파장이 맞지 않습니다. 연애는 가능하지만 같은 취미와 같은 수준의 대화를 공유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노리코가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도, 시어머니와는 그런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결혼생활을 휘두르기 시작한 고는 급기야, 두목원숭이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관까지 순식간에 바꿔버리고 자신들의 생활을 그 패턴에 맞춰버립니다. 그리고 노리코에게도 그것을 강요합니다. 본인은 강요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강요예요, 그건.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나 봅니다. 하하; 하여간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글픔 역시 맛봐야했다는 것이 참..



읽고 나서 확인하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였군요. 이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후기에는 후속편도 낸다고 되어 있는데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나와 있다면 언젠가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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