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의 커피 모드에서 이제 홍차모드로 돌아섰습니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친구의 전화 한 통. 1년만에 전화를 해도 어제 헤어진 것처럼 말할 수 있는 악우인데, 이 친구가 어제 전화를 걸어서 제게 물었습니다.

"홍차 추천좀 해줘."

갑작스런 전화에 왜냐 물었더니 다이어트 용이랍니다. 사람 체질따라 다르긴 하지만 홍차랑 생강이랑 같이 섞어서 마시면 다이어트에 좋다나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 홍차모드로 돌아섰습니다.
.... 물론 100%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핫핫핫핫핫...............;)
재고 비율로 따지자면 현재 홍차가 커피를 현격히 압도할 수준으로 재고가 있거든요. 원두 커피는 전혀 없지만-대신 대용품으로 마시고 있는 케냐산 인스턴트 커피는 있습니다-홍차잎은 주변분들께 받은 것 외에도 일본가서 사온 여러 홍차들이 남아 있으니까요. 다음 여행 때는 해로즈 No.14번을 집어올 예정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홍차를 마시는데는 커다란 난관이 하나 있으니, 집에서는 덜하지만 회사에서는 홍차 마시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집에도 티백은 없고 잎차들만 있으니 이걸 마셔야 하는데 작은 포트에 담아 우려 마시면 나중엔 떫은 맛이 나게 마련입니다. 물을 100% 뺄 수 없거든요.(이용하는 것은 커피메이커의 포트입니다.-_-) 그렇다고 머그컵에 그냥 찻잎을 넣으면 둥둥 떠다니는 잎들이 불편합니다. 여러 모로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이겁니다.

주전자 모양 인퓨저입니다. 예전에 동생이 선물로 받아와서 준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야 떠올렸습니다. 부랴부랴 찾아서 들고 나왔지요.

인퓨저에 홍차잎을 넣고 머그컵에 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작은 잎들이 빠져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합니다. 우러났다 싶으면 인퓨저를 빼서 종이컵에 담아두었다가 다시 우릴 때는 넣고, 다 우려지면 빼고. 이렇게 3번 정도 우려내면 딱 좋습니다. 오늘 마신 홍차는 마쟈님이 주신 마리아쥬의 얼그레이. 트와이닝보다 좀더 가볍고 꽃향기가 강합니다. 느긋하게 봄을 느낄 때 딱 어울리는 홍차랄까요. 마쟈님께 무한한 감사를....T-T


이리하여 한동안은 홍차에 푹 빠져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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