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만 보면 이게 무슨 라이트 노벨인가 싶기도 합니다. 책 소개를 읽어보면 치아키라는 남자가 여러 상황의 여러 토막살인사건을 풀어낸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표지에서 욕조에 들어가 있는 청년은 치아키일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이 소설은 연작에 가까운데 책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토막살인을 소재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깝다고 표현한 건 끝까지 다 읽기까지 이것이 단순히 소재만 같은 단편을 모은 것인지 이어지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어서였지요. 저도 세 번째 단편을 읽고서야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표지도 그렇고 소재도 토막살인이라 섬뜩할 것 같지만 아닙니다. 저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묘한 개그 코드가 깔려 있으니까요.



대개 토막 살인의 목적은 시체유기를 쉽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시체유기 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 토막살인이 등장합니다. 그 동기야 어쨌듯 왜 토막살인을 하게 되었는가를 찾아보면 범인이 누구인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일부는 인체 토막 살인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 편은 그야말로 개그였습니다. 이야아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밑밥, 아니 복선 깔아 놓는 것도 능수능란하군요. 앞에 등장한 그 부분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를 해결할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던 이야기는 갑자기 맨 마지막에서 하나가 됩니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읽는 도중 이 사람이 누구더라 싶어 몇 번이고 다시 인물을 찾아보았는데... 제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더 그랬습니다. 비슷한 이름도 많이 등장하니 그렇더라고요.



토막살인이라는 흔치않은 소재만 연속으로 다룬 단편이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트릭도 그렇고 설정도 그렇고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읽으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에서의 토막살인은 많지 않고 상당히 드문 편이지만, 일본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_-; 언젠가 일본 여행 가서 세 건의 서로 다른 토막 살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기암했는데... 하하하하하. 어느 쪽이든 살인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추리를 위한 소재로 보고 넘어가자고요.



니시자와 야스히코. 『치아키의 해체 원인』, 이하윤 옮김. 북로드, 2015, 13800원.



설마하니 이 책을 두고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으니 좋지 못한 소설입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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