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콕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열 일곱살의 바다>, 북폴리오, 2006


누군가가 이 책을 정말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해서 잡게 되었습니다. 추천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책이지요. 제목부터가 피하고 싶은 분위기를 팍팍 느끼고 있거든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수영선수이자 나중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가 열 일곱살에 겪었던 작지만 큰 사건을 다룬 책입니다. 사건이 일어나서 종료되기까지는 아마 3시간 남짓. 하지만 그 3시간은 저자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서 아침 수영연습을 하고 있던 저자는 수영 도중 조금 이상한 일을 당합니다. 바다에서라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수영 연습을 마치려던 중, 연습할 때면 항상 만나는 친한 할아버지에게 제지를 받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새끼 고래 한 마리가 같이 헤엄을 치고 있었던 것이지요. 졸졸 따라오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수영 연습을 마치고 뭍에 오른다면 얕은 해변가에서 죽을 것이 분명하니 계속 바다에 있기로 결심하고 그 새끼 고래의 어미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할아버지는 무전기를 통해 근처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에게 어미 수염고래를 찾아달라 부탁하고 소녀는 그 동안 새끼 고래와 함께 어미를 찾아 주변 바다를 헤맵니다.

물론 찾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미 고래를 찾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었던 고래와 소녀와의 교감입니다. 그리고 그 교감에 대한 설명, 바다에 대한 묘사가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마음이 부우우우웅~ 떠 있는 상태라면 지금 당장 수영복을 집어들고 바다 속에 뛰어들어 고래를 찾아 헤맬 것 같은 정도?(웃음)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글 맛도 꽤 좋고 짧은 이야기이면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습니다. 수영이나 바다, 해양 생물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추천하면 괜찮겠군요.

예전에 읽었던 책 중 비슷한 느낌의 책이 두 권 있습니다.

사이 몽고메리, <아마존의 신비, 분홍 돌고래를 만나다>, 돌베개, 2003
바비 샌더즈, <돌고래에게 배운다>, 넥서스BOOKS, 2004

양쪽다 돌고래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분홍 돌고래 쪽이 좀더 아마존 생태기에 가깝다고 하면 돌고래에게 배운다는 돌고래들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자기계발 계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돌고래에게 배운다도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 투어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이 세 권이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기사를 보니 포경금지 때문에 동해에 고래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군요. 뭐, 고래가 늘은건지 아니면 동해를 다니는 배가 늘은건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고래가 늘었다고 해서 다시 포경재개를 하자고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요.
갈팡질팡하고 있긴 한데 제 심정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고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고래고기를 먹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포경 재개를 하자고 하면 이건 아니다 싶고.

지난번에 읽었던 알래스카~에서 북극의 얼음 사이에 갇힌 고래를 구출하는 것을 보고 에스키모인들이 하는 말이 살며시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생각만 많고 딱히 정리되지는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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