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만간이 얼마나 조만간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가까운 시일 내에 또 갑니다. 무조건! +ㅅ+ 아주 오랜만에 맛있는 홍차를 마셨거든요.

홍차 맛있는 곳은 드뭅니다. 요즘에는 거의 카페를 찾아다니다보니 홍차 마실 일은 드물고, 그나마 가깝게 마셨던 것이 지난 번 몽슈슈에서 티세트 시켰을 때였는데 그 때는 그냥 홍차맛. 더도 덜도 말고 홍차맛이었스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요.
커피에 대해서는 덜 까다롭지만 홍차는 까다로운 편입니다. 홍차를 자주 마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사실 홍차 마시고 싶으면 티앙팡 가면 되긴 하는데, 홍차 마시러 나가는 일은 거의 없네요. 무엇보다 위장장애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뒤에는 홍차를 거의 끊어서 그렇습니다. 밀크티까지는 괜찮지만 일반 홍차는 속을 훑는 느낌이 더 강해서 안 마시게 되더군요.
(뭐, 사람에 따라서는 차보다는 커피가 위에 더 안 좋다고 하지만 저는 커피보다 홍차가 더 안 좋습니다.)


로네펠트 티하우스는 sandmeer님 글을 보고 찾아갔습니다.(링크) 판교라 멀긴 멀지만 그래도 시폰케이크가 맛있다니 찾아가봐야죠. 이 때까지만 해도 홍차보다 디저트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판교역 북쪽에 JW메리어트 호텔이 있는데, 그 1층은 주상복합 형태로 다른 가게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로네펠트 티하우스고요. 가게 외견만 놓고 보면 그냥 카페 같습니다.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지만 말입니다.

매장 전체는 사진을 안 찍었는데 동굴 같습니다. 어둑어둑하지만 천장이 높은데다가 열린 천장 형태라 답답한 느낌은 없습니다. 조명이 약하고 어둡기 때문에 동글 같다고 했는데 아늑합니다. 이런 분위기 꽤 좋아합니다. 후후후.


매장 한 쪽에 상품들이 있길래 허락 받고 사진을 찍었습니다.'ㅂ'



3만 2천원의 모래시계. 아니, 정확히는 수은(?) 시계입니다. 뒤집어 놓으면 검은색의 잉크가 둥실둥실 위로 올라가니까요. 아래로 떨어지는 모래시계와는 정반대인 겁니다.




모래시계라면 이런 것도 있습니다. 아령 크기 만해서 집에 놓고 쓰기는 좀..-ㅁ-;




이건 촛대. 촛대 형태는 아니지만 안쪽에 작은 초를 놓고 켜는 겁니다.'ㅂ'




티포트와 머그 세트.




가격은 참고하세요. 0이 하나 더 들어간 건 아닙니다. 여섯 자리 맞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티세트. 이정도면 살만하네라고 생각은 하지만 살 생각은 안 듭니다. 음, 설마 이 전체 세트가 이 가격이겠지요? 위에서 두 번째의 티포트가 다섯 자리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전체에 24만. 그럭저럭 .. 이라고 우겨봅니다.

차 종류가 많지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로네펠트 차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몽입니다. 어, 사실 이것만 마셨을지도 몰라요? 다른 것도 마시긴 했을 텐데 기억에 없습니다. 자몽을 좋아하는 건 제가 자몽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향이 아니라 가미도 되어 있어 그럽니다. 대부분 홍차는 향만 나지 맛이 나는 경우는 드문데, Vital Grapefruits는 자몽맛이 납니다.
G는 밀키 우롱과 피치 우롱 사이에서 고민하더니, 피치 우롱이 이전에 한 번 마셔보고 사고 싶다 생각하다 홀랑 잊었던 그 차라고 좋아하면서 밀키 우롱을 골랐습니다. 복숭아는 잘 거고, 밀키 우롱은 마실 거라던가요.




아직 자몽차는 따르기 전. 차는 다 우려서 포트에 담아 내옵니다. G의 우롱은 수색이 살짝 노랑을 띕니다. 진짜 달달한 우유맛이 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자몽파.

주문한 디저트는 시폰과 에클레어였습니다. 에클레어는 얼그레이와 차이 두 종류가 있는데 점원의 적극 추천으로 차이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에클레어 자체가 제 취향이 아니더군요. 그러니까 차이 맛이, 위에 뿌린 말린 베리 때문에 맛이 확 죽습니다. 베리 맛만 나요. 제 취향이 아니었던 것도 있고..
시폰은 크기가 상당하지만 단조로운 맛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뿌린 저 시럽이 제 입에 상당히 달았습니다. 음, 저는 시폰 케이크는 그냥 뜯어먹는 파라..-ㅠ-; 그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저 홍차가 정말로 맛있습니다.;ㅠ; 자몽홍차가, 크흑....;ㅠ; 오랜만에 마시는 제대로 된 홍차다보니 우리는데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고 그저 맛있다는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하여 다음에, 시간 날 때 다시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변에 로이스도 있고 샤이바나도 있고, 붓처스컷도 있으니 점심 식사 하고 들러보는 것도 좋겠네요. 내부는 넓은데 테이블이 적은 것은 아마 홍차의 특성상 한 번에 여러 테이블 접대하기가 쉽지 않아 그럴 겁니다. 자리가 차면 곤란하니 저는 아마 사전에 간단히 식사를 하고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갈 겁니다. 그래서 제일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겠지. 후후후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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