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이름을 적었다가 내려 놓습니다. 아는 분은 아실 테고, 모르셔도 크게 문제는 안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하여간 취향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지만, 일단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영업부장 고양이는 좋았지만 그 귀여움으로도 넘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여럿이 같이 가서 동시에 여러 메뉴를 시켰습니다. 차 종류 메뉴를 추천한다길래 이전에 어디선가 리뷰를 보았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시켰더니 저렇게 내려 놓고 가네요. 사진 구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누가 시켰는지 안 묻고 그냥 가더랍니다. 하하하...

사진 앞쪽은 딸기 크림치즈 빙수입니다. 고운 얼음이라 그런지 굉장히 빨리 녹습니다. 게다가 그릇이 작아 푸짐해 보이지만 문제가 있으니, 그건 이 뒤에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저 홍차 맛이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번에 처음 시켜 마셨는데, 메뉴판 설명에는 장미와 사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위타드 잉글리시로즈에 가까울지, 아니면 포숑의 애플티 같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게다가 이름도 멋지지 않습니까. 기대가 컸습니다.
조금 따라 놓은 홍차를 한 모금 마시는데 이상합니다. 향이 독특하네요. 게다가 끝 맛은 떫습니다. 쓰다고 해야하나 떫다고 해야하나 꺼끌하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잘못 우려 맛없는 홍차입니다. 게다가 사과향도 장미향도 안납니다. 맛도 안나요. 묘한 발효향 같은 것이 뒤에 오는데, 같이 계셨던 다른 분은 술맛이라 표현하시더군요. 저는 이걸 고추장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운 맛을 뺀 고추장향. 그렇다면 고추장향이 아니라 메줏가루향 같은 발효향, 그것도 술향에 가깝게 발효된 무언가의 냄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줄 요약.
그날 제가 마신 홍차는 맛 없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홍차를 잘 시키지 않는 것은 맛있게 나오는 곳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주 무난하고 평이하게 나오거나 시키지 않느니만 못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니까요. 이 경우는 후자였습니다. 단 한 번의 경험이지만 그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100%


롤케이크도 입에 안 맞았습니다. 크림은 맛있지만 답니다. 시트는 단단하고 달걀맛이 강합니다. 어렸을 때 먹었던 달걀빵과 서*우유아이스크림의 조합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크림이 입에서 녹아내리는 것은 상당히 부드럽고 끝맛도 좋지만 그 단맛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시트가 단단한 것도 달걀맛이 진하게 나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 카페는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렵니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제가 한창 중2병에 걸려 있던 어느 시절에 자주 다녔을 법한 것이었고, 카운터에 붙어 있는 어느 문구를 보고는 그에 대해 확신을 가졌습니다. 분위기에 대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구나 싶더군요.

가끔 고양이가 보고 싶어질지는 모르지만 단골이 되어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기에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 하하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