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입맛에 안 맞으면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읽을 책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었으니 원하는 책만 읽어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가끔은 원하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업무 때문에 볼 일이 생기는데, 이 책은 입맛에 맞지 않아 포기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다른 책들이 밀려 있거든요.


글이 매끈하지 않은 것도 있고, 장황한 설명이라 느낀 부분도 있었습니다. 르코르뷔지에의 도미노 시스템은 여기서 처음 들었는데 그 앞서의 이야기가 구구절절합니다. 한 쪽에 걸쳐 설명했는데 도미노 시스템이 뭔지에 대해서는 그 앞에서 궁금하게 여겼던 터라 궁금증이 바로 풀리지 않은 것도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도미노 시스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기술할 수도 있을 텐데 한쪽을 할애한 것은 저자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온도차이가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건 빌라 사보아나 낙수장에 대한 평가입니다.

p.73
(중략) 그런데 이 <낙수장>은 꽤 오랫동안 수리를 하고 있다. 그 간의 수리비가 건축비의 몇 배가 들 정도였다니 이 또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렇게 훌륭한 건물이 현 주택 소유자도 짜증을 낼 만큼 자주 수리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그 건축가를 떠올리며 갖는 이상은 어디에 있는가? 그 이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일단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그런 건축물이 있어 기쁘지 아니한가?" 이것이 바로 답이다.

저자에게는 답이 되었을지언정, 제게는 답이 되지 않았습니다. 르코르비지에의 건물도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언급되었지요. 방수처리도 덜 되었고 습하다고 했던가요. 덕분에 비염에 걸렸다고요. 결국 건축주가 소송을 걸었던 모양인데 그 끝은 어땠는지 아는바가 없습니다. 하하.-ㅁ-;
제게 있어 집은 기능적 요소를 완벽히 갖춘 위에 미적 요소를 갖춘 것이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된 공간은 집이라 부르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 두 집은 그런 점에서 마음에 안들어요.


양용기.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한국문학사, 2014, 13800원.


건축관련 다른 도서들을 본다는 전제하에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인문학적으로 본다고 하는데, 사학과 미술, 그리고 건축구조, 공학, 과학, IT 등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을 다룹니다. 그러니 입문서로 아주 가볍게 볼만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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