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보았는데, 오후에 BC님 뵙고 신나게 수다 떨고 났더니 기억이 홀랑 날아가서 보았다는 사실도 사노님 리뷰 보고서 떠올렸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제 취향에는 안 맞습니다.

영상 멋지고, 오프닝의 열고 열고 여는 이야기도 마음에 들지만 두 구스타프에 대하여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선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제로와, 맹목적으로 키우는 구스타프와. 전 무슈 구스타프가 제가 혐오하는 인간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화 내용에는 공감이 안되더군요.

-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쇠락하는 벨 에포크. 거기에 대한 찬사와 추억. 그것도 3증 장치로 말입니다.
- 영상은 참 멋집니다. 파스텔 톤의 설탕공예 케이크를 보는 느낌이지요.
- 상관, 윗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 제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귀엽긴 한데, 그 제로가 나중에 그 인물이 된다는 것이 안 믿길 정도더군요. 애송이가 자라서 집사가 된다라. 모든 집사는 역시 도제식으로 키워야 하는 겁니까? -ㅁ-;
제로가 벨보이에게 지적하는 장면은 이 꼬마도 이제 컸구나 싶긴 한데, 교육을 못받았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 모습이 무슈 G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아서 살짝 불쾌한 감정도 있었고요.
- 아가사 참 예뼈요.///
- 그리고 백작부인의 시녀도 참 멋집니다. 딱 떨어지는 단정한 자세, 행동. 하지만 고용인으로써 하면 안되는 일을 몇몇 하고 있는 느낌이..?;;

- 그 아드님의 충실한 시종님™은 터미네이터 같습니다. 아마도 오마쥬이지 않을까요.
- 아드님... 뒤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까악하고 뒤 따라간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 무슈 G는 정말로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정말로 이 인간이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한다면 백작부인을 보내고 나서 던지는 말은 나와서는 안되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무슈 G는 자기에게 끊임없는 암시를 걸어서 자신이 정말로 모든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그리고 그 암시가 풀리면 마구 말을 던지는 인물로 생각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게 비춰지고 싶어서 칭찬을 하고, 찬사를 날리고, 선의를 베풀고. 그 자체가 호텔 지배인으로서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그 속물적인 모습이 질색입니다.
...
동족혐오일지도 몰라요.OTL

다만, 자기 자신을 속이고 혐오감을 감춘 채 그렇게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한 결과 본인은 나름 잘 살았습니다. 탈출할 때도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 그 도움들이 모두 자신의 베풂에서 연유한 것이니까요. 그건 제로의 도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둥벌거숭이 로비보이를 내치지 않고 옆에 끼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가르치며 자신의 아들처럼 대했더니 그건 정말로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돌아왔지요. 그 사랑의 결과 또 다른 것을 내어주었습니다만. 그래도 행복했을 거예요.-ㅅ-


-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 생각했는데 특유의 유머를 살리는 여러 장치들이 잔혹하거나 선정적이거나 합니다. 절대 15금으로도 낼 수 없는 것이 많았습니다.


-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지배인 네트워크...?;
-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면 그건 동계 올림픽 때문입니다.(...)



- 그리고 주드로.
하도 왓슨 이미지가 강해서 내내 "왓슨이 왜 여기 있지?"라고 생각했더랍니다. 하하;


- 합정 롯데 시네마에서 보았는데 CGV보다 훨씬 좌석 간격이 넓군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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