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센다이 여행을 꿈꾸고 있던 그 당시, B님이 센다이 한정 과자를 언급하시더군요. 그게 속에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 있는 하기노쓰키였습니다. 萩는 사철쑥 추라고 쓰긴 하지만 일본어로는 싸리랍니다. 그러니까 萩の月이라고 하면 싸리 나무 위에 뜬 달의 정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한자 때문에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싸리는 여름이 더 먼저 떠올라서 말입니다. 하여간 하이쿠라도 한 수 읊어야 할 것 같은 과자입니다. 그런데 그게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카스테라이니, 전통 과자라고 하기에도 묘하지요? 하기야 카스테라 자체도 일본 전통 과자라고 볼 수 있으니 앙금이 아니라 커스터드가 들어갔다 한들 어떻겠습니까. 허허허.


하여간 하기노쓰키는 센다이 한정 과자로, 아예 국내 배송도 안됩니다. 가게 홈페이지(링크)에 들어가 보아도, 가게의 온라인샵(링크)에 들어가보아도 온라인 구입이 안되더군요. 점포는 JR 센다이역을 비롯해 센다이 주변에만 있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습니다.

이게 몇 개월 전의 일입니다.
지난 설 연휴의 여행 때, M님이 제보를 하시더군요. 하네다 공항에 이 하기노쓰키가 들어와 있다고요. 지금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몇 군데서 통신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공식 라인인지는 모르겠네요...'ㅅ'; 이전보다 구하기가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연유로 하기노쓰키 한 개를 얻어 감사히 먹었습니다. G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저 혼자 홀랑 먹었는데....
어헉.;ㅠ;
어헉...;ㅠ;
센다이 가면 한 판을 꼭 사다달라 부탁하시던 B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심정. 저라도 이런 맛의 과자면 한 판을 그자리에서 까먹을 수 있어요.

번거롭다면서 단면은 안 찍었는데, 속은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럼 L모 제과의 커스터*랑 비슷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한 입 베어 물고 깨달았습니다. 그런 비교를 했다는 것에 대해 하기노쓰키 제조사에 무릎꿇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빵은 달걀맛이 많이 납니다. 어렸을 때 옆집에서 얻어 먹은(...) 그 달걀빵을 떠올리게 만드는 카스테라에, 속의 커스터드는 아주 묵직합니다. 커스터드는 맞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슈크림의 크림과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뻑뻑한 느낌은 백앙금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백앙금도 아닌 것이, 상당히 뻑뻑한 달걀맛 커스터드 크림이 사람을 홀립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커피도 안 마시고 하나를 홀랑 해치우고는 아쉽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으흑.;ㅂ;
온라인 샵이 있더라면 당장에 질렀을 것을.


그리하여 저는 다음 일본 여행을 기약하며, 그 때는 반드시 이걸 한 상자 질러오리라 벼르고 있습니다. 크흑.;ㅠ;



덧붙임.
홈페이지를 보니 미야지마현의 현화가 미야기노하기라 거기에서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군요. 미야지마 현내의 직영점, 백화점, 역 판매대, 공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일단 라쿠텐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니까 언제 일본 여행 가면 시도를...ㄱ-;
참고로 라쿠텐 기준 가격으로 8개 들이 1450엔입니다.(링크) 10개가 1800엔. 판매처가 東京 みやげKIOSK 몰이라니 특이합니다. 센다이 선물인데 도쿄 선물점에서 파는 셈이니까요. 하여간 저 상자 안에 사진의 비닐포장 과자가 들어 있으니 어떻게 보면 과대 포장인데, 낱개 선물로 돌리기에는 좋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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