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소비의 적정 경계선은 어디까지인가 고민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제 내부에서 소비 패턴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발현됩니다.

1.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다.
2.좋아하긴 하지만 당연히 살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정도는 사야하지 않나.
3.딱히 사고 싶은 건 아닌데 돈을 쓰고 싶었다.

3번을 보면 네가 무슨 갑부냐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습관처럼 편의점에 들러서 1100원짜리 스니커즈 하나, 아니면 1천원짜리 M&M 땅콩을 산다거나 하는 일 말입니다. 1천원 내외의 작은 소비도 저런 상황으로 발생합니다. 스트레스성 폭식과 비슷한 맥락을 따르는 거죠. 배고프지 않아도 먹고 싶으니까 먹는다. 사고 싶지 않아도 돈을 쓰고 싶으니까 산다.
자금 관리 측면에서는 최악입니다. 저걸 통제하지 못하면 돈이 새죠.

1번은 문제가 덜합니다. 하지만 1번과 2번의 경계가 애매한 것도 사실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번역 문제 때문에 100%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원서로도 가지고 있습니다. 나리타 미나코의 『CIPHER』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원서와 번역서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번역본을 사고 싶고 새로 나온 애장판을 사고 싶습니다. 둘다 좋아하니까요.
그렇다면 이번에 구입한 『전문감정인 Q』. 최근에 구입한 앨리스 노벨. 이런 것은 읽고 싶어 사긴 했지만 사서 보지 않아도 괜찮을 작품들입니다. 그럼에도 구입하니 이건 2번의 소비 패턴에 해당합니다. 이건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네요. 집에 쌓아 놓고 읽지 않는 책들. 예를 들면 BRUTUS라든지, Cafe Sweets라든지. 사진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가 안 읽고 쌓아 놓은 책들. 그런건 충동구매를 넘어서서, 그냥 사고 싶어서 샀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건 한 번 읽고 방출하는 것보다 나쁘죠.(먼산)
1번은 상대적으로 필수 구매에 가까운 반면 2번은 충동구매입니다. 1번을 두고 가깝다고 표현한 건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꼭 구입해야 한다고 하고는 시간이 지나서 애정이 식는 경우도 발생하니까요. 지금까지 거쳐왔던 수많은 취미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러니 1번과 2번의 경계도 모호하긴 한데, 그래도 2번은 확실하게 충동구매니까요.=ㅅ=

왜 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고 있냐면 어느 CD 때문입니다. 원래 음악을 즐겨 듣지 않으니 사도 한 번 들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데, 한정판이고 세트이고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있으면 좋다라는 생각에 구하고 싶습니다. 아주 높은 확률로 포장 안 뜯은 그대로 들어가 있을 텐데도 말입니다. 활용과는 별개로 구입하고 싶은 것이 생기는 법이지요.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잔을 몇 개 모아 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듣지 않거나 한 곡 남짓 들을 것을 알면서도 이것은 명곡이니까 구입해야 돼. 그리고 지금 한정인데다가 세일 중이니까, 기회도 좋으니까 사야해. 건강하고 바른 소비 패턴과는 거리가 멀죠. 그럼에도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런 목록을 적어보지요.-_-

- 바흐 칸타타 전집. 정원사님 댁에서 보고 홀랑 넘어갔습니다. 젠장. 교회력이라니.ㅠ_ㅠ
- 공의 경계 블루레이. 두말할 나위 있나요. 무조건 한정판입니다. 중고로 사도 이미 4만엔인 것은 안중 밖.
- 빙과 블루레이(일부만). 이것도 사고는 싶은데 보기는 할 건지.;

자아. 위의 CD는 넘어가고 다른 두 종류는 비슷한 상황으로 구입한 경우가 있지요. 소소하게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블루레이부터 그 전에 구입한 「바케모노가타리」블루레이. 그보다 확실하게 이 계륵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소녀혁명 우테나 LD 박스판」입니다. 설명이 더 필요한지? -_-;

단언컨대, 세 가지 모두 단 한 번도 전화 재생한 적 없습니다. 그나마 「바케모노가타리」는 1화를 보았습니다. 다른 건 1화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슬픈 사실. 애초에 LD 플레이어도 없습니다. 데헷.
어, 근데 더 재미있는 상황은 저 세 가지 모두 구입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구입을 조금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고 하니.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DVD. 이것도 1화는 보았을 겁니다. 아마도. 예전에 「에바 序」개봉했을 때 비교한다고 같이 보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후회하는 이유는 내가 이걸 절대 끝까지 안 볼 걸 알기 때문에. 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난 아직 「셜록」2기도 안 보았지. 분명 집에 블루레이도 있는데 이 무슨 짓인고.ㄱ-; 그나마 「스파이 펭귄」은 1화만이라도 보았고, 「남태평양」은 절반 정도 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가.;ㅂ;


그리하여 갈대와 같은 소년의 마음은 오늘도 아마존 저팬 앞에 흔들립니다.(젠장)


어제 출장을 가서 회의를 다녀왔는데,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즤 자리가 참 싫더랍니다. 일 자체는 재미있는데 회의나 외부 상황에 흔들려야 하는 건 질색입니다. 그래도 일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겁니다. 재미있다고 느껴질 때가 제일 좋은 거예요.


확산성 밀리언 아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12월 말에 지르고 지금 그만두었어야 했어...;
원래 목표했던 레벨 100도 지난번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게임만 끊으면 되는데 아직 손을 못떼고 있네요. 이러다가 어영부영 레벨 120에 갈 것 같습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레벨 120도 올 상반기 안에 끝낼 수 있을 테고요.-_-; 그냥 그대로 달리나.;


근데 또 다른 게임을 시작했지 뭡니까. 겨울왕국의 게임 버전이 있다고 해서 들여다 보니, 헥사입니다. 일단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해보려고요. 이쪽은 G가 훨씬 잘하긴 하지만.; 하여간 시작할 때 뜨는 디즈니 로고는 칠면조를 담아 놓기 위한 만찬용 접시 같아 보입니다.
만.. 하다보니 이거 이동 제한이 걸려 있군요. 공을 하나 움직일 때마다 회수가 한 번씩 줄어듭니다. 이런 게임은 질색임. 그런 고로 도로 삭제했지요. 하하; 전 무한으로 움직이는 쪽이 더 좋습니다.
(게임 하나를 피해서 다행이라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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