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이미 한참 전의 사진.
출근길에 찍은 사진인데, 동십자각 앞에서 북쪽, 그러니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쪽을 향해 찍은 사진임. 요즘에는 이보다 더 어둡다. 아직 동지가 되려면 3주는 남았으니 점점 더 어둡겠지. 하기야, 동지 즈음에는 8시에 해가 뜨니까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건 맞을 거다.


D-2. Due date, 그 날짜가 월요일이다보니 우울모드도 가속하고 있다. 그 날 잠적할 가능성은 낮지만 없지는 않다. 작년은 아직 백수가 아니던 때였으니 12월 초의 우울모드도 그냥 업무 과다의 상태로 맞이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더 버겁다. 일이 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오히려 엉뚱한 곳으로 쌓이는 모양임. 그러니까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원망하면서 불평하면 조금 나은데, 내부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게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아마도.


일단 내일 전자책을 잔뜩 구입하고 잔뜩 보면 조금 나아지려나?


잘하면 내년에는 자체 생일 선물로 아이패드 에어 2를 구입할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생일 선물로 사과를 산 적이 있긴 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고이 서랍속에서 잠들고 있는 Red Queen이 첫 사과였지. 게다가 그것도 빨강색. 아이패드인 은탄환도 뚜껑이 빨강인 것을 생각하면 그 다음 패드도 빨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탄환 썼고, 노트북 이름이 은십자가고. 그렇다면 다음 이름은 뭘로 붙이지? 예전에 아이디로 은 작살을 쓰는 사람도 보았으니 그건 넘어가고.
어차피 망상이고, 내년에 공기패드 2가 나와야 선물이 된다는 이야기니까. 하하하.;


애초에 백수생활 시작하면서 모아 놓은 돈을 다 쓰겠다고 생각했더랬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힘들게 모아 놓은 돈이니까 가끔 폭주하면서 이것저것 구입을 해도 돈을 펑펑 쓰게 되지는 않는다. 그게 다행이지. 지금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더더욱. 점점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고, 한 달의 고정 지출 비용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백수인데 한 달에 1백만원씩 쓰는 것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조금 많이 심각하다.;ㅂ;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하지만 따져보면 나름 타당하다. 식비는 한달에 25만 내외, 책값이 10만원 넘고, 보험비는 12만원씩 꼬박꼬박 나가며, 공방도 20만원. 그럼 나머지 부분을 줄여야하는데 힘들다.; 그렇지. 기타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것이 맞지. 아니면 식비를 더 줄이거나.ㄱ-;


나보다 먼저 백수 생활을 거쳐 일을 시작한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생각보다 돈이 푹푹 나간단다. 설마 그럴까 싶었는데 실제 계산해보니 그렇긴 하다. 돈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나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이번 겨울 말고, 그 다음 겨울에 들어갈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썩을.;ㅂ;!!!


리사이클링말고 업사이클링이라는 것이 있단다. 리사이클링은 단순 재활용인데, 업사이클링은 쓰레기에 가까운 중고 물품들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가격을 더 받는 거란다. 그러니까 가수이자 예술가라는 모 아저씨가 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일인가보다. 음, 개인적으로 그 아저씨는 질색한다.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더 그런건가.

하여간 업사이클링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적어 놓은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거의 19세기 후반의 영국 크래프트 운동과도 닮았다. 그래, 장인 정신이 떠오른다.-_-;
어렸을 때 읽었던 어떤 청소년계 추리소설 중에 낸시라는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있었다. 지경사 문고의 『서커스 소녀의 비밀』이었나, 말모양 금목걸이(실은 함정)에 대한 소설이 있었는데, 언제였나, 금성출판사였는지 다른 곳이었는지에서 그런 종류의 탐정 소설을 전집으로 낸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보고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낸시 드류(였을걸) 탐정 시리즈 중에 거의 마지막 이야기로 퀼트 담요가 소재인 이야기가 있었다. 할머니가 만들었다는 그 퀼트 담요는 집안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이쪽 퀼트 조각은 집안 누구의 배냇저고리, 저 퀼트 조각은 어느 집안으로 시집간 누가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 조각. 이런 식으로 모든 조각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업사이클링의 원조는 어쩌면 저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옷이 낡으면 일일이 뜯어 수선해서 새 옷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맞게 손질하거나, 아니면 천으로 환원시켜서 조각잇기를 통해 이부을 만들거나.
이불 만들기의 달인은 역시 린드 부인이었지.ㄱ- 『빨간머리 앤』 3권인 레드먼드 대학의 생활에서 퀼트 이불은 아주 중요한 코드였다. 노버스코샤의 엄청난 추위를 견디게 해준 건 작은 화로(난로) 외에 린드 부인이 "좀 먹이가 되느니 너희들이 써라."라며 건네준 좀약 냄새 풀풀 풍기는 퀼트 이불이었다. 그 좀약 냄새를 빼기 위해 패티의 집 뒷 마당에 널어 놓았더니 옆집 백만장자가 그 퀼트 이불에 홀딱 반해-아!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것 같은!-린드부인에게서 하나 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매트도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천을 가늘고 길게 잘라 그걸 땋아 줄처럼 만든다음, 마치 짚방석 만드는 것처럼 돌려가며 바늘로 꿰맨다. 이런 것도 만들었다고 하니 과연. 그야말로 업사이클링이다.


갑자기 십자수랑 퀼트가 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진짜 스트레스 받긴 받았나보다. 사실 푸딩이든 전골요리든 만들고 싶었는데, G가 집에 없으니 혼자 해먹기도 그렇고. 그래서 김이 샜다. 뭐, 다른 것이라도 만들어야지.-ㅅ-; 원래대로라면 하룻밤 묵혔다가 만들어야 하는데, 더 두었다가는 어머니께 잔소리 들을 것이 분명해서 오늘 손 댈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도 출근한 김에 조금 더 글 쓰고, 조금 더 있다가 백화점 들러 귀가 예정. 몇시쯤 나갈까. 거기에 내일도 별로 할 일 없을 텐데 그냥 출근할까.-ㅁ-;
(아...-_-; 시키지 않으면 출근 잘 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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