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즐겨 먹진 않습니다. 제가 가장 즐겨 먹는 것은 빵이랑 달걀이니 채소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도 가끔 카레를 만들 때는 채소를 듬뿍 넣어 끓입니다. 양파는 큰걸로 세 개 정도, 감자는 중간 크기로 4개, 당근은 큰 걸로 하나. 그리고 카레 한 솥을 끓입니다. 고기는 보통 한 팩을 넣는데 슈퍼에서 파는 카레용 돼지고기는 보통 3천원 정도 합니다. 근수로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한 팩 사다가 넣는지라.
하여간 카레는 채소를 듬뿍 듬뿍 넣는게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카레 외에 채소를 직접 조리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셀러리를 썰고 토마토를 넣어 미네스트로네라도 끓여야 할 것 같습니다. 책 한 가득 채소가 등장하다보니 채소가 확 땡기거든요. 정 안되면 월남쌈이라도 만들어 먹어야 겠다 싶을 정도로요.

원래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번역자인 프님 덕분입니다. 앞서 읽었던 『세밀화로 보는 과일의 역사』에 대한 감상(링크)을 읽고는 같은 시리즈인 채소도 좋다고 추천하셨더라고요. 어, 근데 다 읽고 보니 전 과일이 더 좋더랍니다. 채소보다는 과일을 좋아하기 때문일거예요. 대신 이 채소책에는 굉장히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펜넬이 허브로도 있고 줄기채소로도 있다는 것도 이 책으로 처음 알았고요. 채소도 종류가 많은 터라 이거 번역하기도 쉽지 않았겠다 싶더군요.

스쿼시-호박도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올해는 하나쯤 단호박 사다가 호박대왕을 만들어 보고 싶은게 .... 갑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 BL 작가님. 잭이랑 클림트가 등장하는 소설 꽤 재미있었지요. 하하하하;


본론으로 돌아가, 앞부분에 등장한 정보 중 윤작 정보(16쪽)는 아주 좋습니다. 물론 목록에 나온 채소 모두를 제가 재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중에 텃밭을 두게 되면 이건 꼭 생각해야겠네요. 게다가 뒷부분에 나오는 아스파라거스 재배법도 좋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년초라, 오래오래 키울 수 있는 땅에다가 심으라네요. 아스파라거스는 맛있지만 참 비싸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조그만 땅 한 뙈기에 심어보고 싶습니다.


책 몇 군데서 오타인지 원서가 그런지 알 수 없는 표기들이 있습니다.
23쪽에 센트미터라는 단위가 나옵니다. 아마도 이건 오타 같네요. 그 아래에는 31.7파킬로그램이라는 단위도 나오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군요. 그 부근의 단위는 거의 킬로그램인데 이것도 오타인가, 아니면 단위 킬로그램을 말하는 것일까. 근데 호박이 31.7파킬로그램이면 좀 무시무시하네요. 대왕 호박이 100kg 넘는 것은 알지만, 그 앞 뒤 문맥으로 봤을 때 31.7kg도 충분히 많아 보이거든요.


프랑스 사람들이 사라진 채소 종들을 복원하기 위해 열심이라는 부분을 보니 갑자기 조앤 해리스의 『블랙베리 와인』이 떠오르더군요.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서로 오가는데, 현재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주인공이 익힌 여러 채소 재배법이 등장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민간요법들이 등장하기도 하더군요. 허브를 이용해서 해충을 쫓는다든지 하는 방법 말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특이한 재래 감자종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걸로 끝납니다. 에필로그가 아주 약간 있지만 책 내용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하여간 그 때문인지 다시 『블랙베리 와인』을 빌려오고 싶더란 말입니다.-ㅂ-


채소든 식물이든 재배하는 것은 좋습니다. 문제는 제가 능력이 안된다는 거..OTL
열심히 능력을 키워서 초록 손가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은 손가락은 탈피해보겠습니다.ㅠ_ㅠ


로레인 해리슨. 『세밀화로 보는 채소의 역사』, 정은지 옮김. 오브제(다산북스), 2013,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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