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하는 쪽으로 결정합니다. 그러니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요.

이 책에 들어 있는 정보는 굉장히 많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 장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각 장터가 어디어 열리는지 소개하고 간략한 정보도 함께 등장합니다. 그리고 각 장터의 특징도 자신의 체험담을 곁들여 담고 있습니다. 사진도 풍부하고요. 참 좋아보이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들고 좋냐고 물으면 고민하다가 아니라고 딱 잘라 대답할 겁니다. 여행서로서, 정보서로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다만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양쪽에 대한 평가가 이 책에 대한 감상을 갈음합니다.-_-;

복잡하게 빙빙 돌리지 말고 간단히 말하지요.
이 책은 2010년 12월 초부터 새해 넘어갈 때까지 유럽을 돌면서 각지의 크리스마스 장터를 다닌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딱 한 달, 물론 그 전에도 몇몇 장터는 가 본적이 있다지만 대부분은 초행길이었다는 그 장터를 한 번씩 둘러보고 담은 책입니다. 독특한 장터가 많지만 뒤로 갈 수록 정보보다는 체험과 거기서 겪은 에피소드가 늘어나며 감흥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에는 표현되지 않은 행간을 보면 '여기는 그저 그랬다'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한 달 동안 내내 크리스마스 장터만 순회했는 걸요. 막판에 등장한 곳들이 장터 소개보다는 다른 쪽에 치중한 것 같은 모양도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크리스마스 장터를 소개한 여행서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장터는 여기가 좋았다, 저 장터는 이게 재미있었다 라고 몇 군데만 찝어서 소개하는 정도이고 뒤로 가면 갈수록 돌아다닌 경로라든지 호스텔에서 지낸 이야기를 다루더군요. 다양하게 특징적인 것을 소개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글도 여기저기 걸리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랑 코드는 맞아서 이런 저런 비유도 알아볼 수 있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고 매끄럽거나 잘 썼다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글 잘 쓴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는 정도네요. 그래도 일반 블로그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은 셈이니.

이 책에 대해 비뚤어진(...) 감정을 가진 것은 책의 무게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께도 상당한데 전체 컬러라 그런지 무거운 종이를 썼더군요. 아마도 아트지.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무겁기도 하더군요. 여행 동안 들고 다니며 참고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장터만 주르륵 모아 놓았으니 그 시즌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눈 요기라고 할 정도...-ㅂ-;


그래도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은 몇 군데 있더랍니다.
앞서 이 책에서 소개한 곳을 프랑스라고 적었는데, 정확히는 알자스입니다. 영국, 알자스, 스위스, 독일, 다시 파리. 이렇게 돌아가더군요.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당일을 보내고 파리에서 2011년 새해를 맞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방문한 도시들이 나와 있는데 상당히 많아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앞부분에 나온 알자스. 여기는 전부터 벼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알자스의 같은 크리스마스 장터 소개라도 저는 신이현의 『알자스』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은 관광으로 방문한 것이지만 이쪽은 남편의 시댁에 내려온 김에 시골마을 장터에 놀러 온 것이니까요.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던걸요.
그리고 알자스-스위스의 코스는 「꽃보다 할배」하고도 닮았습니다. 알자스의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스위스로 넘어갔으니까요. 할아버지들은 베른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갔지만 이 책에서는 바젤과 다른 곳을 돌아 인터라켄으로 갑니다.

아, 이 책이 걸렸던 또 하나의 이유. 오스트리아를 굉장히 좋아하나 봅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데 잘츠부르크와 사랑에 빠졌다며 글 분위기가 붕붕 뜹니다. 근데 저는 엊그제 『빈을 소개합니다』를 읽었지요.ㄱ-; 그 때문에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더랍니다. 허허허허.;

사실 이 책도 G가 재미없다며 내려 놓았던 책입니다.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크리스마스가 이제 3개월도 안 남았으니 슬슬 뭐라도 준비할까 싶어서 분위기를 잡을 겸 집어들었는데 딱 절반의 효과를 냈네요.'ㅂ'
슈톨렌은 무리고, 민스미트라도 일단 만들어 볼까?


맹지나. 『크리스마스 인 유럽』. 동양북스, 2011, 15000원.


2011년에 나온 걸 감안해도 15000원이면 상당히 저렴하다 싶네요. 요즘은 얇은 소설 책도 15000원 하는 시대라.ㅠ_ㅠ 그점에서는 플러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장터는 좋지만, 올해는 성북동 크리스마스 장터에는 안 갈 겁니다. 작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치였어요. 그냥 집에서 놀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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