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사진. 식빵과 잼이 요즘의 점심이었습니다.


이 상상의 시작은 지난 주말에 읽은 절세마녀님의 글.(링크)
토요일에는 조금 넋 나갈 일이 있어서 어제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사고 크게 친 것을 뒤늦게 깨닫고 수습하느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아주 나빴습니다.OTL 자괴감에 고생하다가 이 생각을 어떻게든 물리치려고 떠오른게 저 가욋돈 이야기였지요. 하하하...;ㅂ;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공돈이 들어온다한들, 가욋돈이라 한들 제게 저 돈들의 용처가 거의 초지일관이라는 건 충격이었습니다.

1. 10만원.
저축한다.
10만원은 누구 코에 붙여요? 가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은 대부분 10만원을 넘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저 10만원에다가 추가로 비용을 대야합니다. 그리고 그 추가 비용은 10만원을 초과할 겁니다. 예를 들면 이어폰이라든지, 헤드폰이라든지. 뭐, 엊그제 들어온 뱅앤올룹슨의 이어폰은 기내(機內)에서 구입하면 10만원까지는 안 들어가지만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10만원이 들어왔는데 10만원 넘는돈이 주머니에서 나갈 수 있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고로 그냥 통장으로 들어가지요.

책은 평소에 수시로 사기 때문에 요즘 같은 경우엔 10만원 어치 책 살일은 드뭅니다. 그리고 책 둘 곳이 없습니다.ㄱ-;

아. 어쩌면 돈 조금 보태서 엔화 1만엔으로 바꾼다거나, 텐스미에 가서 무적의 넨도롱 두 개를 집어 온다거나 할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2. 100만원.
저축한다.
100만원으로 일본 여행 가기는 조금 애매하고, 그러니 저축합니다. 혹은 10만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엔화 10만엔가량을 맞춰 환전하고 다음 여행을 기약합니다.


3. 1천만원.
저축한다.
여행 갈 시간 없어요.ㄱ-; 올해랑 내년은 좀 여행가는데 힘써보겠다고 생각했찌만 6월 말에 덫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합니다. 으흑. 이리 되니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 역시 은퇴 뒤에 방문할 수 있겠네요.
아니면 삼성전자 주식이나 유한양행 주식을 털어서 삽니다. 가욋돈이니 아깝지 않아요. 데헷~★


4. 1억.
이제부터는 씁니다. 어떻게?
빚갚는데.ㄱ-;
어머니와 차용증을 교환하고 빚갚는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이자를 받습니다. 이자는 꼬박꼬박 적금을 듭니다.


5. 10억.
위와 동일하게 빚갚는데 사용합니다. 남는 돈이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남는 비용으로는 종로구 내 모처에 집을 삽니다. 남는 돈이 얼마냐에 따라 서촌에 한옥을 살 수도 있고 가회동의 집을 살 수도 있으며, 아니면 오피스텔을 한 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구입하고 나면 자금이 탈탈 떨어질 것이니, 그 때부터는 열심히 돈을 모아서 리모델링 자금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집은 당연하지만 작업실과 서재 겸용 공간으로 꾸밉니다. 만세! 독립이다! ;ㅁ;

그리고 그 다음해에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기겁합니다.ㄱ-;

아마 1천만원 정도는 유니세프에 기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유자금이 얼마나 남는가가 관건이로군요.


6. 100억.
이리 되면 슬슬 일을 때려치워도...ㄱ-;
물론 농담입니다. 때려치울 생각은 손톱 만큼도 없어요.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늙더라고요.(...)
마찬가지로 먼저 빚을 갚습니다.
그러고 나면 마찬가지로 종로구 쪽에 부동산 투자를 합니다. 그 다음에는 홋카이도에 땅을 사고(!) 작은 집을 지어 별장을 둡니다. 이쪽은 그야말로 별장.-ㅂ-; 겨울에는 얼어죽더라도 하나쯤 둬보고 싶었습니다. 거기는 땅 구입 단위가 헥타르인 것 같더군요. 그러니 적당히 잘, 투자하고 집을 잘, 짓습니다. 물론 제가 관리하지 못할 것이니 땅은 임대, 아니 소작을 줍니다.

그리고 나면?
아마 취미생활용 빌딩 한 채 쯤(...)을 만들고 한 채에 취미생활용 이것저것을 가져다 놓지 않을까요. 한 층에는 퀼팅 및 기타 등등을 위한 천과 털실과 실의 부자재. 한 층에는 피규어를 포함한 일체의 수집, 한 층에는 예술 제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근데 이쯤되면 슬슬 현실감이 사라지니 뭘 해야할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아마 천천히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고민하겠지요.


7. 1천억.
아, 이쯤되면 상상이 안돼.-_-;
하지만 1천억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은 하나 있습니다. 서울 시내 적절한 곳의 공터를 구입하고 거기에 건물을 올립니다. 그리고 만드는 것은 장르문학 도서관의 설립. 1천억의 일부는 대지 구입에, 일부는 건물 설계 및 건축에, 그리고 절반 가량은 따로 모아서 꾸준하게 수입이 들어오도록 해야겠지요. 그 수익으로는 도서를 구입합니다. 기왕이면 지하 3-4층까지 만들어 항온항습 유지가 가능한 서고를 구축하고, 위로는 자료열람실을 만드는 겁니다. 독서실이 없는 순수 도서관을 구축하는 것. 그것도 장르문학에 대한 도서관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입니다.


8. 1조원.
자아. 슬슬 인공위성 하나쯤 우리 기술로 쏘아 올려야 하지 않나요? (....)
연구재단을 만들고, 연구소를 만들고,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등에서 우수 학생을 뽑아 연구소에 밀어 넣습니다. 적절한 수준보다 높은 연봉, 그리고 만 55세까지의 정년 보장을 한다면 인공위성 하나쯤 안나올까요?

라고 망상해봅니다.-ㅅ-



위에는 미처 적지 못했는데, 10억 이상부터는 유니세프 기부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1백억부터는 1년에 2-3회 가량 여행 가는 것을 꿈꿉니다. 특히 JR PASS 한달짜리를 끊어서 홋카이도에서 간사이를 찍고 도쿄도 갔다가 규슈도 가는 공포의 코스를 밟는 겁니다. 흐흐흐흐.-_-;
그 외엔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하우스, 프라하의 무하 미술관, 백야와 오로라 등등을 구경하러 다니겠지요. 하지만 게으른 제 성정을 생각하면 과연 여행을 얼마나 다닐지...-ㅂ-;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