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제목이나 본문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경복궁역 몇 번 출구더라, 하여간 몇 번 출구 근처에서 만들고 있는 한옥입니다. 벌써 문창살을 올렸더군요. 이걸 창호지로 마무리하진 않겠지요. 유리를 끼우지 않을까 하는데 어떤 건물이 되려나 궁금합니다.


어제 모 방송사의 뉴스를 보고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41억짜리 한옥을 지어 놓고는 시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손님 접대용으로만 쓰고 있다, 지금까지 83번인가 썼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그렇게 비싸게 지어 놓고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망가진다더군요. 코웃음을 넘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뉴스를 내보낸 걸까요.-_-;

1. 그 직전에 나온 경복궁 야간 개방 소식. 이번 야간 개방은 엄청나게 손님이 몰려서 경복궁 내 질서 유지가 되지 않았다고 나옵니다. 몇 안되는 직원만으로는 몇 만 명이나 되는 방문객을 관리할 수 없었다고요. 그 덕분에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 사람들이 마구 앉고, 보호해야하는 잔디를 밟거나 들어가고, 쓰레기가 넘쳐 나고 했다더군요. 저야 토요일에 경복궁 옆을 지나가면서 한창 때 명동에 사람 몰리듯 다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저렇게 사람이 많다면 가서는 경복궁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 하고 나오겠다고요. 창덕궁처럼 입장수 제한을 한 것도 아니고, 다 받아준 모양이지요.

2. 평소 계속 개방해왔던 경복궁이, 야간 개방한다고 저렇게 엉망이 되었는데 국회는 어떨까요.
국회의 본래 목적이 무엇입니까. 입법기관이지요.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일정 중에는 외국에서 온 손님이나 내부의 손님들을 모시는 것도 있을 겁니다. 내외빈을 모시고 여러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특히 외빈을 대상으로 한 행사라면 한국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한옥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요. 한옥의 위치를 한강변으로 잡은 것도 그런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1억을 들였건 얼마를 들였건, 저 한옥의 목적은 시민 개방용이 아닙니다. 관광용도 아니고요. 저건 내외빈 접대용 홀입니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세금을 들여 만들었으니 여러 사람들에게 개방해야한다'고 말한다면 국회의사당은 다른가요. 거기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거기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었나요. 모든 관청기관은 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었지요. 그렇다면 거기도 다 시민에게 개방해야합니까.

3. 물론 신청자에 한해, 몇몇에게만 제한개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창덕궁이 그렇듯이요. 하지만 개방함으로써 발생하는 인력 수요나 관리 비용은 어디서 나옵니까? 저 건물이 그런 문화재적 가치가 있습니까? 2011년에 만든 한옥으로, 크기는 상당히 크긴 하지만 저건 문화재가 아니지 않습니까. 특별히 저 한옥을 공개해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 한옥이 아니면 대치할 수 없는 그런 목적이 있습니까.
그런게 아니라면 새로운 세금 사용 수요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또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세요. 특히 뉴스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늙는다'고 하던데, 사람이 방문해서 지나가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면서 손이 많이 가면 집이 오래간다는 것이지, 살지 않는다고 해도 꾸준히 관리하면 그럭저럭 버틸 겁니다. 살지 않으면 관리하는데도 빠지는 부분이 있을테지만, 저 한옥은 원래부터가 살기 위해 만든 집은 아닙니다.



보고 있노라니 뉴스를 위한 뉴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허허, 주객 전도는 하지 말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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