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옥수동에 있는 씸플십-심플십이 아니라..-이라는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모임이 거기서 있었지요. 항상 그렇듯이 어디를 모임 장소로 잡느냐 고민했는데 M님이 가보고 싶다며 올려주신 곳이 괜찮아 보여 모임장소를 그리로 정했습니다. 지하철 역보다는 버스로 접근하는 쪽이 편하더군요. 옥수역이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이라 옥수동이라 적었지만, 옥수역까지 가는 길이 험난합니다.



저는 신촌쪽에서 110B를 타고 움직였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가보니 한남동을 넘어 산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느낌이더랍니다. 그래도 그렇게 가니 아주 멀게 느껴지진 않더군요.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카페를 찾아가다보면 굉장히 생뚱맞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 카페는 여기가 아니라 한남동이나 압구정, 가로수길 같은 곳에 있는 쪽이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가격도 그렇고요. 메뉴판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한게, 홍대 가격이라 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고, 압구정이나 가로수길이라면 납득하겠다 싶습니다. 드립커피의 경우 거의 8천원이더군요. 다만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융드립이 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커피야 매장 1층에서 직접 볶고요.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 노닥거리기에 안성맞춤이라, 나중에 G랑 같이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여기가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ㅁ-



다른 분들이 늦으신 덕에 먼저 융드림 만델린(아마도)을 시켰습니다. 커피가 아주 진하더군요. 맛은 나쁘지 않은 정도이고 눈이 확 뜨일, 그런 대단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8천원인데, 저기 보이는 큐원 설탕은 아쉽습니다. 잔도 로열 알버트 쓰면서 설탕이 저러니 왠지 구색이 안 맞습니다. 정장 차림에 실내화 신고 있는 것 같다니까요.

혼자서 노닥거리며 놀고 있다보니 M님과 SH님과 D님 등장. 그리고 수다를 시작하기 전에 점심부터 시킵니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브런치인가본데 가격은 최저가 12000원에서 대개 13000원-15000원 선입니다. 그러니 압구정 가격을 언급한 것이고요. 대신 양은 압구정보다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였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감자 튀김은 파파이스 양념 감자맛이랍니다. 파파이스를 가본지가 하도 오래되어 같은 맛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짭짤 간간합니다.




이쪽이 퀘사디아.




자몽에이드를 시키면 저렇게 커다란 단지에 나옵니다. 버블티 마실 때 쓸 것 같은 아주 굵은 빨대를 함께 주니 마시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왜 태공이 저기서 저러고 있는지는 .....




제가 시킨 것은 에그 베네딕트. 잉글리시 머핀 위에 채소, 그 위에 반숙수란, 그 위에 홀랜다이즈 소스를 뿌립니다. 샐러드와 피클과 양념감자가 같이 나오고요.

맛이야 상상할 수 있는 딱 그런 맛입니다. 홀랜다이즈 소스는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지만 짭짤한 소스라고 해두지요. 수란이 혹시 완숙일까 걱정했는데 반숙이었습니다.

접시는 르크루제의 스톤웨어더군요. 상당히 무겁고 큽니다.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 커피는 상대적으로 쌉니다. 이게 4500원이던가, 그보다 더 비싸던가. 제가 시킨 것이 아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라떼아트가 예쁘게 잘 나옵니다. 우유가 들어간 걸 마시면 배가 부를 것 같아 포기했지만요.




이건 뭐더라, 불고기 치즈 파니니였나.; 이쪽은 먹은 기억이 없네요.T-T;;




확실히 기억하는 건 태공 뒤쪽으로 보이는 프렌치 토스트입니다. 에그 베네딕트에 이어 제가 시킨 거거든요. 이미 이건 저녁입니다.(...) 그러니까 점심 때부터 저녁 때까지 수다 떨며 붙어 있었지요. 하지만 시킨 메뉴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많이들 시켰으니까요.;
프렌치 토스트는 13000원, 에그 베네딕트는 15000원이었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는 리코타치즈에 마멀레드까지 곁들여 나오던데 맛은 그냥 무난합니다. 뒤늦게 합류한 R의 말대로 집에서 다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지요. 집에서 만들기 번거롭고, 한 접시만 만들려면 재료비가 오히려 더 많이 들어서 나와 사 먹는 거죠. 하지만 프렌치 토스트야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니. 위에 올라간 건 딸기잼이 아니라 블루베리 콩포트였을 겁니다. 블루베리라는데 상당히 신맛이 돌아서 희한하게 생각했지요. 블루베리 자체는 원래 뭔 맛으로 먹나 싶을 정도로 맹한 맛이라고 기억했거든요. 그런데 카시스 먹는 것 마냥 신맛이 센 것이, 조리면서 레몬즙을 많이 넣었나 싶더라고요. 차라리 그냥 딸기잼이랑 메이플 시럽 주는 쪽이 좋은데.-ㅠ-


그래도 분위기가 좋고, 탁자가 넓고, 이정도면 그럭저럭 무난한 수비범위 안에 들어서 한 두 번 더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주가기에는 교통편이 불편한 것이 단점이군요. 이날은 너무 먹었다 싶어서 여기서 약수역까지 걸어갔는데, 가장 가깝다는 옥수역까지도 상당히 걸립니다. 중간에 언덕이 아니라 산을 하나 넘어야 해서요. 그러니 그냥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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