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구매 못지 않게 무서운 말이 충동대출입니다. 한 달쯤 전에 충동대출한 책 네 권 중 두 권은 읽었지만 두 권은 그대로 바닥에 쌓여 있거든요. 어제 도서관에 가서 책 한 권을 반납하고 책 세 권을 더 빌려왔는데, 그걸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서 기암했습니다. 보려고 쌓아 놓은 책이 양 옆에 탑을 이루는데, G가 읽으라고 챙겨온 만화책 다섯 권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 세 권을 쌓았더니 탑이 또 생성되었습니다. 안돼!
그리하여 이번 주말은 오롯이 보고서와 책과 십자수(...) 사이에 파묻혀야지요.

어제 빌린 책 세 권은 다 음식쪽 책입니다. 한권은 소풍에서 나온 어느 컵케이크 공방의 주인장이 쓴 책, 한 권은 구리하라(쿠리하라) 하루미의 요리책 번역본, 하나는 도시락 반찬 만드는 책입니다. 맨 마지막 책은 보면서 일본 책 번역본인가 했을 정도로 굉장히 분위기가 닮았습니다.-ㅂ-; 지난번에 키릴님이 모임에 들고 나오신 걸 보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 왔지요.

음식 관련 책은 대부분 책이 무겁습니다. 여행책은 요즘 종이를 가벼운 걸 쓰기도 하지만 음식책은 아직도 무거운걸 씁니다. 아트지라고 하나요. 요리책 크기가 크다면 무게는 더 무겁습니다. 하여간 책 세 권 중 가장 읽기 무난해 보이는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디저트』는 어제 자기 전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한 번 더 보았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FAIL. 이번 선택은 실패하였습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나의 달콤한 상자』(제과)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나온 『맛있는 풍경』도 빌렸고 이 책도 빌린 것인데, 양쪽 다 네이버 블로그의 분위기를 폴폴 풍깁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글 분위기는 질색하거든요. 블로그에서 보는 것은 괜찮지만 책으로 보는 것은 사양합니다. 게다가 『나의 달콤한 상자』는 그래도 제과 과정이 상세히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청춘의 디저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컵케이크 중심이라 그런가, 상당수 배합비율이 컵 단위로 나온 것도 걸리고요. 도구 소개할 때는 눈금 저울보다 전자저울이 정확하다며 추천하던데, 부피보다는 무게 단위로 알려주는 쪽이 더 정확하지 않나요. 하하; 그리고 한 컵이 250ml입니다.; 꽤 크군요...


설탕공예로 만든 여러 장식은 상당히 예쁩니다. 특히 로봇 공예는-태권브이인지 마징가제트인지 한참 고민했지만 결론은 못내렸음-상당히 섬세합니다. 생일 케이크를 받은 아이가 굉장히 좋아했을겁니다. 저도 하나 받고 싶더군요. 하지만 앞부분의 컵케이크 공방 꾸리는 이야기나 여러 에피소드를 담은 부분은 다른 컵케이크공방 책들과 차이가 안보입니다. 하기야 컵케이크든 빵이든 초콜릿이든, 공방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는 닮을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그런 이야기를 앞에 넣더군요. 그래서 앞부분은 건너 뛰고, 본격적으로 조리법이 나오는 곳부터 보았습니다.

- 우유와 생크림에 레몬즙을 넣어 집에서 만드는 치즈는 코티지 치즈 아닌가요. 리코타 치즈와는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 '이 아이를 발견했어요'라는 표현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쿠키는 아이가 아니죠.
- 컵케이크나 케이크를 장식할 때 '데코레이션 하기'라고 적었더군요. 끄응. 그냥 장식하기라고 적어도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크림을 바르는 것을 두고 샌딩하기라고 적은 것도 걸립니다. 그냥 펴 바르기라고 써도 되지 않나요.

그리고 책을 경건히 받들어 모시는 저는 블로그에서의 표현이나 구어체를 그대로 옮긴 것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각 조리법을 소개하는 글은 건너 뛰고 사진만 보았습니다.



결론. 사진은 상당히 예쁘지만 제과 제빵을 시작하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레시피는 아이디어 참고용으로는 나쁘지 않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후르륵 훑어 보시어요.


러브시스터즈.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디저트』. 소풍, 2012, 16800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