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님은 지난번에 간단히 설명을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금박 찍는 작업은 굉장히 고단합니다. 가죽 위에 금박을 찍으려면 ① 달군 활자를 힘으로 눌러 찍고, 거기에 ② 물 칠해서 달군 활자를 눌러 찍고, 거기에 ③ 픽서를 1차로 바르고, ④ 작업하기 3시간 전에 한 번 더 바르고, ⑤ 금박을 잘라 올려 그 위에 달군 활자를 눌러 찍습니다. 한 번만 해서는 금박이 제대로 찍히지 않기 때문에 픽서를 바르고 3시간 경과 후 다시 한 번 금박을 올려 찍습니다. 보통 2-3회 정도 찍지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금박 작업 중 찍은 사진입니다. 요즘은 날이 참 좋아서 금박 찍기 좋지요. 금박은 단어 의미 그대로 얇게 핀 금이기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아가며 자르기도 난감한, 골치아픈 물건입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것이 금박 베개인데, 저 위에 올라간 기름종이(트레싱지)는 금박 보호용으로 덮은 것입니다. 그 안의 조그만 것이 금박이고요. 가로 세로 8cm인지 10cm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많이 잘라 써서 저만큼 남았습니다.

베개 옆에 있는 것은 탈지면 뭉치. 사진 오른편의 플레이트는 활자와 문양 달구는 용도입니다.




이건 문양이고요. 금박을 붙인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는데, 왼쪽 위에서 두 번째는 금박이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이 보입니다. 오른쪽 맨 아래도 오른쪽 귀퉁이 부분이 제대로 안 붙었지요.




이것이 활자입니다. 양 옆에는 활자를 고정시키기 위해 판을 끼워 놓은 것이고, 가운데에 활자를 조합해 넣습니다. 지난번에 개인적으로 활자 세트를 구입한 분께 들으니 가격이 100만원이었다는군요. 알파벳 26개가 각각 4-5개씩 들어 있는 걸로 압니다. 상당히 비싸지요.-ㅁ-; 그래서 저는 공방 것을 빌려씁니다. 집에서도 하면 속도가 빠르겠지만 상당히 부담되네요.OTL



맨 아래 것은 눌러찍기, 물 발라서 눌러 찍기를 거친 겁니다. 한 번 눌러 찍으면 자국이 남고, 거기에 수분을 주고 달군 활자를 눌러 찍으면 가죽이 탑니다. 흔히 태우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가죽을 태워야 그 위에 픽서(접착제)를 발랐을 때 가죽에 스며들지 않고 위에 남습니다. 그래야 금박이 픽서 덕에 붙어 있겠지요.
위의 것들은 금박을 잘라 올린 뒤 탈지면으로 톡톡 두드린 겁니다. 금박이 얌전히 가죽 위에 올라간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으나 그것은 비밀! (....)




위의 두 개는 금박을 찍고 탈지면으로 닦은 모습이고, 아래 두 개는 찍은 상태입니다. 금박을 아직 털어내진 않았지요.




그리고 아래 두 개의 금박을 털어낸 모습입니다. 첫 판인데 그래도 괜찮게 나왔어요. 가장자리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은 첫 번째 눌렀을 때와 태웠을 때 너무 힘을 주어 활자가 깊게 들어가서 그렇답니다. 뭐, 겉보기에는 조금 지저분해 보이지만 이날은 여기까지가 한계더군요. 워낙 집중하는 일이라 하다가 질렸습니다.(...)


이번주는 제 책을 찍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연습용 색박도 찍어야지요. 하다보니 금박 제목 찍기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이번 주말이 기대되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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