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시야마를 다녀온 다음의 사진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야, 쇼핑을 갔으니 여기저기 사진 찍을 일이 없었거든요.

교토역으로 돌아온 다음, 무지(MUJI)랑 준쿠도에 가겠다며 교토 BAL에 갔습니다. 하지만 도착시간은 10시, 오픈시간은 11시. 투덜거리면서 거기서 걸어 니시키 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시장을 둘러보며 저녁 거리랑 그 다음날 아침 거리로 먹을 것을 미리 찍어 놓지요. 하지만 그냥 지나치면 심심하니, G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두유 아이스크림. 제 입에는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인데 G는 두유맛이 난다며 신기해하는군요. 흐음.;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찬것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덥기는 했지만 아이스크림도 자주 사먹지 않았고 빙수도 안 땡겼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아 몸이 금방 차가워지니 찬 것을 먹을 엄두가 안나긴 했지요.

하여간 식사거리로는 달걀말이랑 니시키 시장에서 유명한 쌀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삼각김밥, 어묵. 대강 이렇게 정해놓고는 아리츠구에 들어갑니다. 아리츠구에서는 이번에 꼭 쿠키틀을 사오리라 생각했거든요. 거기서 쿠키틀 4개를 구입하고 7403엔(..)을 지불한 다음 기온 키나나로 갑니다.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버스를 타고 기온으로 넘어갑니다. G에게 부탁해 테더링으로 아이패드 지도를 꺼내 듭니다. 하지만 길찾기를 쓴 것이 실패였지요. 검색은 제대로 하더라도 길찾기는 제대로 안됩니다.(썩을-_-) 엉뚱한 곳을 도착지로 찍어두는 바람에 헤맸고, 그 뒤에는 길찾기가 아니라 그냥 지도를 열어 찾아갑니다. 지금 지도를 보니 찾기는 어렵지 않네요. 구글이 이상하게 잡아줘서 헤맸지.-_-+




흘려쓰기로 간판을 그려 놓아서 찾는데 살짝 애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뭐, 지도가 있으면 찾는 것이 아주 어렵진 않습니다. 이럴 때는 최첨단 IT가 오히려 방해되네요.




1층은 계산대랑 몇몇 상품이 있고, 2층이 카페입니다. 2층으로 안내를 받아 파르페를 주문합니다. 기온 키나나 하폰과 키나나 이탈리안.(메뉴 링크) 지금 메뉴를 보니 일본 전통 식재료를 써서 만들긴 했지만 달걀이나 우유가 안 들어간 건 아니군요.^^; 슬로푸드와 로컬푸드 지향으로 콩가루를 소재로 하여 만든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랍니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키나나의 안내글을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링크)

보통 차가운 음식을 뜨거운 차와 함께 마시면 이가 시려서 못견디는데, 여기는 괜찮았습니다. 하기야 더운 여름길을 걷다가 시원한 곳에 들어와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이 스르르 풀리더군요.




제가 주문한 키나나 하폰입니다. 콩가루 아이스크림에 삶은 팥, 녹차 아이스크림, 경단, 조린 밤, 야츠하시가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야츠하시 사온다는 건 홀랑 잊었네요. 이런. 센베집을 따로 가지 않았더니 이렇게 홀랑 잊었나봅니다. 언제 날 잡아서 교토 또 가야하나. 그 때는 겨울에 가나~ 싶지만 말입니다.-ㅂ-;
(개인적으로 삶은 팥은 그저 그런 정도였습니다. 팥껍질이 서걱서걱 씹히는 느낌이 들어서..OTL)




G가 시킨 키나나 이탈리안. 안쪽의 검보라색 소스는 머루 같은 조금 달달한 베리 계통의 소스 같습니다. 포도인지도 모르고요.


맛은?
재방문 의사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유지방분이 꽤 낮아서 우유맛은 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콩가루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습니다. 둘이서 칭찬하는 말 몇 마디 나누다가 파르페에 몰두해 대화가 끊어지고 다 먹을 때까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요.-ㅠ- 교토에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하기야 다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도 거의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부드러운 타입은 아니고 단단하고 진한 타입인데, 그 진한 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크림의 진한 맛이 아니라 진한 콩가루 맛처럼 소재를 십분 살렸어요. 으으으. 이걸 뭐라 설명하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유명한 집이라 오히려 기대하지 않고 심드렁한 마음으로 갔는데 뒤통수를 후려 갈기다 못해 명불허전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왔을 정도니까요.;


이 주변도 오래된 건물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등 자체보다, 등 아래 달린 바람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종을 살짝 가려주는 센스! 그러고 보니 G는 이번 여행에서 바람종(風鈴)을 사오려 했는데 마음에 딱 드는 것이 없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하니 내열강화유리로 된 컵을 사서 바닥에 구멍을 뚫고 구슬을 매달면…….(....)




그리고는 골목 사이를 이리저리 걸어갑니다. 목적지는 아지키 골목길.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기온에서 가깝습니다.




직선거리로 죽 남하하는데 그늘로 가자며 나무가 많은 곳을 들어갔더니 공원이 아니라 켄닌지(建仁寺)를 통과하고 있더군요.;

켄닌지의 재미있는 점은 사진에서처럼 야트막하게 키우고 있는 나무에 있습니다.




잎사귀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차나무입니다.; 집에서 차나무 한 그루, 사무실에서 차나무 세 그루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알아봤습니다. 게다가 나무가 많아 그런지 열매도 엄청나게 많이 달렸더군요.





안쪽에 고욤 비슷하게 생긴 녹색 열매가 전무 차나무 열매, 씨앗입니다. 껍데기에 살짝 금을 내주거나 아니면 하루 정도 물에 불렸다가 땅에 심으면 금방 싹이 납니다. 하지만 싹이 난다 해도 제대로 키우기는 어렵더군요. K에게서 씨앗 열개 정도를 받아 심어 키웠는데, 대부분이 사망하고 지금 세 개 남았씁니다. 그나마도 비실대는 것이 두 개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잘 커야 집에 들고 와서 나중에 교차 수정을 할텐데요.
차나무는 자가 수분이 안되어서 다른 묘목이 있어야 합니다.




켄닌지 남쪽 문을 나와 아지키 골목길로 가는 도중에 발견한 신기한 가게.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가게더군요. 오래된 가게, 고물상. 그런 느낌입니다.


다음은 『골목길 연가』의 배경 골목을 찾아갑니다.+ㅅ+ 아마 기다리시는 분들 많겠지요. 오늘 중으로 올라갑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