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코스가 꼬인 가장 큰 이유는 G입니다. 물론 저도 푸딩 좋아하고 대불푸딩은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지만 나라는 갈 일이 없었습니다. 교토에서 나라까지 멀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사슴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슴남자』의 괴악함도 그렇고, 온다 리쿠의 소설 때문에도 그리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니, 간단하게 말하면 가기 번거롭지요. 게다가 대불푸딩 매장은 JR 역에서는 상당히 멉니다. 그랬는데....
지난 3월에 JR 나라역에도 대불푸딩 매장이 생겼습니다.(링크) 그 이야기를 G에게 했더니 가자고 하더군요. 원래 첫날은 기요미즈데라에 가겠다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그냥 간사이 공항에서 나라 찍고 올라오는게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G와 상의해 일정을 그리 바꿨습니다.

그랬는데, 최근에 올라온 C님의 여행기를 보고 있다가 후와후와 오무라이스랑 햄버거 스테이크 사진이 마음에 들어 G에게 링크를 줬더니 즉답, "이거 먹을래.". 그리하여 머리를 쥐어짜, 첫날 저녁 때 먹기로 했습니다. 라미(L'ami)의 저녁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시작이고, 간사이 공항에 내려 나라를 들렀다가 교토에서 체크인하고 고베에 가면 시간이 얼추 맞습니다. 미리 열차 시간표를 다 짜보았지요.

그리하여 첫날은 공항-나라-교토-고베-교토라는 멋진 코스가 나왔습니다.;




앞서도 적었지만 문제는 입국장에서 시간을 지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11시 32분이나 11시 50분 공항특급을 타고 이동하는 건데, 32분차는 무리라고 해도 50분차까지 놓칠 줄은 몰랐습니다. 저보다 40분 가량 일찍 도착한 G는 캐리어를 먼저 찾아놓고 점심거리로 551 호라이만두를 사놓았지요. 그래서 그나마 시간을 벌었는데, JR 패스 구입에도 시간이 걸려 플랫폼으로 내려오니 11시 50분이 넘었습니다. 그 대신 눈 앞에는 12시 16분 출발하는 하루카가 있더군요.
G에게 테더링을 부탁해 열차 시각을 다시 맞춰보니, 11시 50분 공항특급을 타나 12시 16분 하루카를 타나 텐노지에서 내려 나라행 열차를 갈아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루카가 빠르더군요. 괜히 신칸센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몇 년 전에 갔을 때에 비하면 편의점의 상품 종류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물건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요. 기업들이 종류를 줄이는 건가 싶더랍니다.
이런데서 장기불황의 엿본다고 하면 과장일까요.ㄱ-;




텐노지 도착! 그리고 나라로 가는 야마토 급행을 타러 왔습니다. 1시 출발이로군요.




서로 마주보는 좌석에 앉았는데 저렇게 음료수 올려 놓는 선반이 있습니다. 태공을 올려 놓았더니 아저씨 포스가 풍기는군요.ㄱ-; 하기야 나이로 치면 아저씨를 넘어서 할아버지입니다. 환생했느니 어쨌느니 해도 일단 모델이 은주혁명의 그 태공망이니 할아버지도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JR나라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33분. 내리자마자 개찰구를 나옵니다. JR 패스를 가지고 있으니 들락날락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요.-ㅂ- 개찰구를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저렇게 Vierra라는 쇼핑 센터가 보입니다. 나라의 특산품을 모아 놓았는데, G는 작년 후쿠오카 여행에서 만났던 나라 특산물 중 캐릭터 상품에 홀랑 반해 사슴모양 클립을 사나 마나 고민하더랍니다. 저는 그 사이에 대불푸딩 위치를 찾아놓았고요.

오후라 그런지 푸딩 몇 종은 조금만 남아 있었습니다. 보면서 뭘 사나 생각을 하는데 여행 첫 쇼핑에 흥분한 G가 거의 대부분의 푸딩을 골랐습니다.(푸딩 종류 링크) 거기에 푸딩잼까지 더하니 총 4500엔. 가격을 지불하고 포장을 기다리는 사이, 아까 봐두었던 사슴무늬 마스킹테이프를 사나 마나 했는데 G가 클립사면서 사겠다며 홀랑 나가더군요. 그리하여 나라에서는 푸딩 잔뜩과 테이프와 클립을 사왔습니다.




이게 마스킹테이프입니다. 아래쪽은 금색, 위쪽은 흰색. 무늬는 둘다 사슴이고요. 가격은 무로 735엔.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여행에서도 모든 환율은 머릿속에서 10배로 계산했습니다. 왜 13.5나 15가 아니라 10이냐 물으시면, 1년에 한 번 가는 여행인데 이정도 소비는 해도 괜찮....지 않나요.; 여행갈 때는 넉넉히 환전해서 남겨오는 쪽을 선호합니다. 일본여행은 1년에 한 번은 꼭 가니 남겨두면 다음에 쓰면 되고요. 그런 이유로 엔화는 여행할 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엔화가 저렴할 때 미리 쟁여둡니다. 그 쟁여둔 엔화도 이번 여행에서 다 털어썼지요. 이제 다시 모아야합니다.





푸딩잼은 실온 보관이라 빠져 있고, 푸딩 뚜껑에는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어 무슨 맛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제일 맛있는 건 커스터드 푸딩이고요,




몽블랑(사슴얼굴 파란 뚜껑)도 맛있고, 커피는 정말로 맛있습니다. 레어치즈는 신맛이 난다고 G는 먹다 말던데, 저는 그것도 꽤 괜찮았고요. 초콜릿은 오히려 평범합니다. 다만 사케맛은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술향이 확 올라오는데, 딱 막걸리 느낌입니다.(...)




추천은 커피푸딩이랑 커스터드 푸딩이고요.  사진은 위의 파란 뚜껑에 이어지는 몽블랑 푸딩.

그리고 저기 보이는 커다란 것은 500ml 용량의 큰 대불푸딩입니다. 크기가 저만하면 구워내기도 힘들었을텐데 말입니다. 홈페이지에는 큰 것이 800엔이라는데, G가 영수증 확인하고 말하기로는 2100엔이라던가요. 나중에 다시 물어야겠군요.

푸딩 타입은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듯 실크푸딩-부드러운 푸딩에 가깝습니다. 저나 G나 행복하게 맛있게 먹었지요. 큰 푸딩은 크기 때문인지 부드러운 푸딩과 젤리 같은 푸딩의 맛이 동시에 납니다. 둘다 나니 그것도 신기하더군요. 하여간 이것이 이번 여행의 푸딩 종결자였습니다. 이렇게 왕창 산 덕분에 여행 기간 동안 푸딩은 더 이상 사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교토에서 푸딩 사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ㅁ-;


이렇게 하여 저랑 G는 나라에서의 퀘스트를 완료하고 교토역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고 보니 간사이공항은 맑았는데 텐노지 쪽 가면서 비가 조금 내리는 것 같더니 나라에서는 폭우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여행 기간 동안 우산을 펴든 것은 몇 번 없었네요. 교토는 이번이 세 번째지만 여름 즈음에 가면 강수확률 30%일 때도 가끔 소나기가 내리니 작은 우산이나 양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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