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군요.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닙니다. 아니, G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일이지만요.

G는 작년부터 여행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미적미적 대강 알아보다가 마는 것 같았지만, 올해 3월 넘어서서는 일사천리로 준비하더니 항공권 끊고 숙소 예약하고 후다닥 준비를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저런 책도 빌려달라 하고 말입니다. 여행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더니-그 때문에 항공권 예약이 조금 늦었습니다-결론은 세 도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났습니다. 한 군데는 아예 정해놓고 있었고, 다른 두 도시를 어디로 할 것이냐 한참 고민하다가 유레일 패스 사용 문제와 철도 이동의 문제를 고민하더니 딱 잘라 두 곳을 더 넣더군요.
(빙고님은 그 과정을 대강 들어 아시겠지요.-ㅁ-)

하여간 이 아해가 딱 한 군데, 확정해놓고 있던 도시가 피렌체입니다. 영어로는 플로렌스. 꽃의 도시라 하던데, 저는 딱히 땡기지 않더군요. 워낙 소설에서 피렌체를 많이 봐서 그런가봅니다. 하기야 제게 피렌체는 나이팅게일도 아니고 메디치도 아니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도 아니고, 시오노 나나미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에서 어느 결혼식 장면 묘사가 나오는데 그게 참 예뻤단 말이죠. 그 때문에 저는 피렌체를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사람마다 도시를 기억하는 주요 코드는 다르겠지만. G의 경우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랍니다. 하기야 일본인들에게 피렌체 관광의 붐을 일으킨게 이 소설이었지요. 에쿠니 가오리는 저랑 파장이 안 맞아서 질색하지만, 그래도 그 배경이 피렌체였다는 것이랑 기분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그랬는데 G에게는 이게 굉장히 인상 깊었나봅니다. 오죽하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만 서른이 되었을 때 피렌체에 가고 싶다고 했겠습니까. 그게 로망이랍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을 합쳐서 눈치채셨겠지만; G가 이번에 가장 먼저 확정한 도시가 피렌체입니다. 허허허. 그리고 당연히 '그 시기에 맞춰서' 갑니다.(먼산)

왜 이 글 카테고리가 作이냐 하면, G가 여행가서 쓸 여행수첩을 만들어 줬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먼저 만든 여행 수첩은 안 올렸군요. 그것도 G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중에 사진찍어 올리겠습니다.

하여간 여행 가기 전에 필요한 것 없냐 물었더니 여행 전용 수첩을 하나 만들어 달랍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래의 수첩입니다.



태공이랑 비교하시면 아실텐데, 크기는 A6입니다. A4 종이를 반으로 잘라 접었습니다. G는 일반적인 크기보다는 특이한 크기의 수첩을 좋아하더군요. 만드는 사람은 좀 번거롭지요. 종이를 보통 가공해야하거든요. 저런 수첩 만들 때도 세로가 긴 수첩을 만들지, 가로가 길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안쪽을 찍은 사진인데, 종이는 살짝 분홍색이 돕니다. 매끈매끈한 종이인데 도톰한 편이고요.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대수에 비해 종이가 적다는 겁니다. 보통은 3-4매의 종이를 접어 한 대수를 만들지만, 이 책은 두 장을 접어 만들었습니다. G가 그냥 여행수첩이 아니라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일거라 해서 가능한 책등을 높이고 매수는 적게 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천은 예전에 여행가서 사온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도쿄 신주쿠의 오카다야였던 것 같군요. 포켓처럼 접어 꿰매고, 그 안쪽에는 플라스틱 판을 넣었습니다. 호미화방에서 구입한 건데 원래는 모형제작 등에 쓰는 것 같습니다. 저걸 끼워두니 표지가 흐느적 거리지 않아 좋더군요. 저 판은 옛날 옛적, 인형옷 만들려고 할 때 패턴 종이 대신 쓴다고 구입했던 겁니다. 제 노트 만들 때 써보고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도 G 수첩 만들면서 만들어주었지요.


자아. 과연 G는 여행 퀘스트를 얼마나 클리어하고 오려나...-ㅁ-;




덧붙임. 디아블로 클리어 이야기를 듣고 웃었습니다. 허허허허. 블리자드는 한국 전용으로 게임 난이도를 높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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